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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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소설 센서스입니다.

센서스? CENSUS?! 인구조사가 제목이라니?!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어릴적 전등에 손바닥을 비추며 만들었던 백조? 그림자가 표지에 있어 궁금함이 더해졌구요,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독서의 과정이겠죠^^

띠지에는

2018년 주요 영미권 매체가 가장 주목한 소설 (호오~)

미국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작가가 썻다고 하여

한층 더 높아진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겨 나갔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죽음,

그리고 떠나보내야 하는 단 하나뿐인 사랑.

소설은 주인공은 아버지와 아들, 부자(父子)입니다.

아버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사이고,

아들은 다운증후군 환우입니다.

아내가 죽고 아버지는 아내가 살아있었을 때 꼭 떠나고 싶어했지만

여러 이유로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아들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기관의 인구조사원이 되어

A에서 Z마을까지 북쪽으로 나아가며 인구조사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폭넓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북방의 오지로 점점 깊이 들어가면서 부자를 기꺼이 집안으로 맞아들이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있지만

갈비뼈에 과거 인구조사의 낙인(문신)을 간직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은 부자를 경계하기도 하죠.

풍광은 점점 삭막해지고, 황폐해진 흔적도 뚜렷해집니다.

Z를 향해 갈수록 아버지는 '인구조사의 목적은 무엇이고, 이 임무를 나는 어떻게 수행해내야하는 것인가.

인구조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들과는 어떻게 마지막 작별을 할것인가.." 고민이 깊어지며 몸의 상태도 점점 나빠지게 됩니다.

이쯤에서는

표지의 새가 밀턴의 실락원에 등장하는 가마우지라는 새이며

고개를 들고 까마득히 높은 곳에 우뚝서서 날개를 활짝펴고 있는 당당한 부모를 바라보는

어린 가마우지보다 더 보기 좋은 광경은 내게 없다.

아버지가 깨달은 인구조사의 본질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는것을 알게 됩니다.

아마도 다운증후군 환우와 같은 약자들이 섣불리 동정받거나, 불쾌함도 아닌 있는그대로 인정 받길 원하는 작가의 바람이었을지도.

그렇다면 나는 이름이 없는 세상을 변호하고 싶다.

존재하는 대로 사물을 보고, 있는 그대로 인상을 받는 세상.

사물이 남긴 인상이 우리 안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히 우리를 바꾸어 놓는다.

나는 우리 아들이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p195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는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고스란이 전해집니다.

나는 말했다. "있잖아, 아빠는 같이 기차를 타고 갈 수 없어. 너 혼자 가야 해"

"그럼 아빠는 어디 있을거야?"

"이제는 아무데도 없을거야, 나한테는 끝이 될거야.

예전에 죽음 얘기를 했던 적이 있잖아, 아주 자연스러운거니까 두려워할 필요없다고"

p283-284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홀로 영원히 떠나보내고 선한 죽음을 맞이하게됩니다.

그들의 마지막 순간도, 아버지의 절절 끓는 아들에 대한 부정도 가슴아팠지만,

실제 작가의 형 이야기라는 사실을 미리 앞에서 읽어두었기에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작가인 제시볼의 형 아브람은 다운 증후군이 있었습니다.

1998년 스물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제시볼은 어려서부터, 언제가는 내가 형의 보호자가 되어야한다는 걸 이미 자신의 일부로 품었다고 합니다.


형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작았고, 나는 형의 병원 침대맡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내가 형의 보호자가 되어야하고, 그래야만 우리가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음을 알았다.

심지어(어린아이였으니까) 나랑 형과 함께 기꺼이 살겠다고 할 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지 걱정도 했다.

문득 우리 형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전해 이해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 형과 형의 삶을 떠올릴 때 내 심장에 차오르는 감정은 형언할 수 없이 광대하고 찬란한 빛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다운 증후군을 앓는 소년이나 소녀를 알고 사랑하는 일이 과연 어떤 것인지 사람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린시절에 머릿속으로 그려본 어른이 된 형과 나의 관계는 부자 관계와 굉장히 비슷했다.

p11-12

이런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센서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상상도 못할 희생, 아주 특별한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선물합니다.

A에서 Z까지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에 있어,

아버지가 밟아나가는 험난난 여정은 아들이 함께 있어 의미가 있고, 빛이 날 수 있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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