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새 아시아 문학선 22
메도루마 슌 지음, 곽형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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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소설은 무지개새입니다.


 

처음 제목만 보았을때는

무지개 새? 뭔가 몽환적이고 환상가득한 서정적인 이야기일 거 같았는데..

읽어보니.. 세상에.. 마상에...

너무 안타깝고 참혹하고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였네요;;;

'마유'라는 작은 소녀와 '가쓰야'라는 불랑배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미성년 성매매단(성노예단)으로,

성매매를 한 남자의 사진을 찍고 그걸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목의 무지개 새는 바로 마유의 등뒤에 그려진 일그러진 문신입니다.

마유의 등에 새겨진 무지개 새가 화끈거리는 피부에 선명히 부각돼 있었다.

왼쪽 어깨를 향해 비스듬히 위를 향하고 있는 새는 붉은색과 노란색, 푸른색, 녹색, 보라색 날개깃에 싸여

무지개색으로 채색된 날개를 좌우 어깨뼈 위로 넓게 펼치고 있었다.

빛의 분말을 뿌리며 긴 꼬리가 허리와 옆구리로 흘러내리고

머리의 장식용 깃털은 마유의 목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p31-32

1990년대 중반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가쓰야를 중심으로 벌어진 학교 폭력과

마유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산업에 유착된 폭력,

그리고 군사기지 미군의 폭력으로 인한 섬주민들의 일상의 파괴가

매우 섬뜩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되어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 3가지 폭력은 아주 긴밀히 연관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형국으로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잔인하게 계속 이어집니다.

작가 메도루마 슌은 아쿠타가와 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을 수상한 작가로,

실제 1995년 9월 4일 오키나와에서 미군 세명이 13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의 영향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 후 오키나와 내 미군기지 반대 운동이 극렬하게 일어나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는 평생 오키나와를 위한 글을 써왔고,

현재는 오키나와 반전 평화운동의 최전선인 앞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해상 저지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건 훨씬 더 추악한 것이라 생각했다.

잔혹하고 끔찍하며 섬뜩한, 환멸과 절망이 버물어진 파괴의 지옥도"

이 책에는 그러한 그의 투쟁 의지가 굉장히 노골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어리고 나약한 피해자로만 그려지던 마유의 돌출행동으로 인한 폭력은..

(폭력의 최상단 우두머리도 죽이고 미군병사의 어린딸도 납치하여 죽이게되죠)

매달아 놓으면 되잖아. 미군병사의 아이를 잡아다가 발가벗겨서

58호선 야자나무 아래에 철사로 매달아 놓으면 되지.”

“진짜로 미군을 쫓아버릴 생각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 말이 맞아. 가쓰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히가가 말한 그대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8만 5천 명에게 호소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필요한 건 훨씬 더 추악한 것이라 생각했다.

소녀를 폭행한 미군병사 셋의 추악함과 균형을 이루기라도 하듯

p200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한참 생각을 해보아야 했습니다.

마유의 이런 분노의 표현은

마지막 저항의 외침일까..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외침일까..

무지개 새의 전설은..

이 새를 본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동료들은 모두 죽는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다른 동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지개 새를 본 자를 죽여야만 하지요.

그렇기에 무지개 새를 본 자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로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새인 셈이죠, 바로 환상의 새.

결국 둘은 전설의 무지개 새가 살고 있다는 북쪽 얀바루 숲으로 마지막 도피를 하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그곳에서 무지개 새를 만났을까요.

한밤중의 얀바루 숲을 일곱색 분말을 흩날리며 극채색을 한 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런 날이 오면 모든게 바뀌겠지

가쓰야의 독백 중..p175

끝을 알 수 없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뭔가 슬픈 결말일 수 밖에 없을거같다는 생각이드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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