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
백금남 지음 / 무한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만 관객의 영화 <관상>, <명당>의 작가, 백금남님이 그려낸 거대한 한폭의 구도화라고 소개되어 있는

십우도 입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십우도?? 소의 10가지 도??! 뭐지?  오잉 했는데

불교 용어 였습니다.

(불교의 진리를 수행하는 사람이 입문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10가지 경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소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본다.. 라는 띠지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제게는 종교적으로도 조금 생소하고, 한자도 으악~ 많이 나오는 어려운 소설이었지만

역시 대 작가님의 소설답게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 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백정 5대 입니다.

백정은 소를 잡는 사람입니다.

소의 고삐를 잡는 것이 아닌 소를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온갖 천대와 멸시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대를 이어 계속 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선 마음의 눈을 뜨고  소가 죽음을 의식치 못하는 사이에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거꾸러뜨려야한다는걸

아무리 무지하고 몽매한 백정이라 할지라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소를 신성시하는 법도이고 어사나리의 마지막 길을 돕는 칼잡이의 양심이고 도리였다.

제1장, 소를 찾아 나서다 중에서..p20

그들의 한많은 굴곡진 인생사가 이야기의 주축입니다.

그 중 정풍정이라는 맹인 백정과

그의 아들 정골피, 정골피의 손자 정산우

정말이지 질척이는 인생을 통해서,

삶의 본질은 우리의 일상사에 늘 도사리고 있는데

이러한 일상속에서 본질과 진면목을 꿰뚫어보며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깨달음과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아주 험난한 고난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노닐고 있어야 할 소 한마리를 잃어버리고 산다.

말하자면 이 험난한 세파에서 무구한 노를 저으며

자신도 모르게 또 하나의 나, 그 참다운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p5

산우가 도살과정에서 놓쳐버린 소를 찾아 산으로 올라가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되는데

소의 흔적을 발견하고, 소를 쫓고,  소를 잡고, 그 소를 풀을 먹이며, 소를 몰고 돌아오는 현실의 과정속에서

그의 이전 기억, 조상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산우는 멧톨의 머리를 향해 아무 생각없이 촛대를 내리쳤다.

형언할 수 없는 둔탁한 음향이 멧톨의 머리에서 일었다.

언제가 할아버지가 소를 쓰러뜨릴 때면 들던 확신에 찬 그 음향이었다.

그 음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

불속에서 나온 종처럼 울며 얻어낸 맨 마지막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승의 몸 깊숙이 앙금처럼 가라앉은 사리빛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까.

바로 생애를 바쳐 구해 온 소리 .

제6장 소를 몰고 돌아오다 중에서..p312

엄청난 이야기꾼답게 이야기 자체의 힘은 정말 빨려들어갈 듯 대단합니다.


       소를 찾아 출발하던 모습도,

소를 보았을때의 설레임도,

소를 잡았을때의 기쁨도,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때의 편안함도,

소를 찾았다는 생각과,

찾은 나를 모두 잊어버린

무념, 무상, 무주의 세 기둥으로 된 반야의 모습, 근본으로 돌아오는 깨달음의 과정

삶의 질곡 속에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

본체, 본질에 다가가는 그 험난난 여정이 불교의 교리를 통해 설명됩니다.

읽으면서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는데

다 읽고나서 해설에도 그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서 살~짝 놀랐답니다^^

"소는 잡았으나 그 본체는 보지 못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본성을 찾아와

모두의 삶은 눈물겹도록 거룩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 십우도 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