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리의 돼지의 낙타??!
책 제목만으로 어떤 이야기일지 정말 1도 감이 오지않았다.
하늘색 산뜻한 표지에, 두께는 벽돌처럼 두꺼운 이책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읽는 내내
오잉? 뭐잉? 아하~~ 아~~ 하며..
끝까지 쭉쭉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의 마리는
민구라는 소년의 누나이고
돼지를 키우고있으며, 이 돼지가 낳은 새끼가(?) 낙타이다.
민구는 광합성을 통해 밥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며,
돼지는 오랜 가뭄으로 고생하다가 자기 새끼만큼은 물을 먹지 않고도 견딜수 있는 몸으로 태어나길 바라고 바라다
결국 낙타를 낳는다.
이 낙타가 민구네 짐을 싣고 거기에 엄마 돼지까지 태우고 실크로드를 지나
낙타, 돼지, 마리, 민구, 민구의 할아버지가 무동이라는 동네에 오게된다.
이 이야기는 무동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연과 인연으로 쉴새없이 연결되며,
예측할 수 없지만 나름의 인과관계가 있는 무동 사람들의 희.노.애.락 인생사 엮음집이다.
어느 위성도시 변두리에 자리한
재개발 철거민과 가난한 실직자들이 모여서 이룬 비닐하우스촌인 무동은
주인공인 경수의 아버지가 온갖 자영업의 실패끝에 도피한 마지막 피난처이며
경수가 인호, 유미, 민구, 마리와 함께 성장한 고향이고
로큰롤 고, 토마토 문, 인호 아빠와 같은 이들에게는 그린벨트의 해제와 개발을 둘러싼 욕망이 실현되는 곳이며
비현실적인 인물과 현실적인 인물이 뒤섞여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동네이다.
가장 안타까운 등장인물은 바로 경수 아버지로
원래는 경찰이었으나, 10살도 더 어린 경수엄마와 결혼(재혼)하게 되면서
경찰도 그만두고 분식집을 차리게 된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영혼이 없는 떡볶이"란 여중생들의 말한마디에
그리고 "어린여자를 좋아하는 변태" 라는 낙서에 (심지어 이 낙서는 그의 전부인과의 친아들 성재의 복수인것;;;)
벌리는 족족 사업을 말아먹고, 결국 사채업자에 쫓기다 무동에 정착하게 된다.
경찰시절 도움을 주었던 남자(경수엄마의 예전 남친이자 경수의 친부)에 의해 사채업자가 죽게 되자,
쫓기는 신세가 면하게 되면서 공부방 운영에 매진하지만
마리네 집에 불을 지르려는 이웃사람의 방화사건 음모를 마리에게 알려주려다
이를 오해한 마리의 칼에 맞아 죽게 된다.
그의 부인은 그의 결백이 증명되던 날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홀로 남은 경수는 공사판을 전전하다 결국 현장반장 상해죄로(그는 예전 경수엄마에게 치근대던 감자탕집 사장이다) 교소도에서 3년을 복역하게 된다.
열명이 넘는 아들들을 중동으로 보내 탐욕스럽게 부를 축적하는 무동의 큰손, 토마토 문과
열명이 넘는 아들들과 부인을 위해 쉴새없이 일하다
뒤늦게 중동으로 간 아들들과 그토록 바라던 음악을 하게 된 로큰롤 고(혹은 노가다 고),
또 우여곡절끝에 이들과 만나 밴드에 합류하게 된 민구과 낙타까지..
목욕탕 때밀이가 된 인호, 여기서 만난 아가씨 수지(감자탕집 딸래미였음)
정말 돌고 도는 이야기속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이렇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속에서
"알 수 없는 인생" 그 자체를 겸허히 대하는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참...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하나 확실한 것은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이 소설이
굉장이 재미있다는 것, 절대 책장을 덮으수 없다는 것이다.
역시.
이야기 자체의 생명력,
이야기는 힘은 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