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의 카르테 1 ㅣ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곧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가 주인공인 괴짜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역을 맡을거라고.
그것이 아니어도 표지가 예뻐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한편의 순정만화같은 표지.
사진기를 들고 있는 여자가 의사 가운을 읽고 차트가 아닌 책을 들고있는 남자.
'신의 손'을 가진 의사는 없어도 이 병원에는 기적이 일어난다!라는 문구가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환자를 끌어당기는' 괴짜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는 사악한 천사 같은 간호사, 도깨비 같은 동료 의사,
수상한 상사와 함께 '365일 24시간 대응'을 모토로 내건 혼조병원에서
열악한 지방 의료의 현실과 부딪쳐 매이같이 밤샘하며 분투한다.
그러던 와중에 조건이 좋은 대학병원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게 되고,
담당 환자인 아즈미 씨가 위급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최근 할머니가 아프셔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엘 자주 간다.
그 전에는 우리 지방에 있는 의료원이었는데 정말 거기와 여기는 천지차이다.
무엇보다 건물이 그렇고, 병실이 그렇다. 똑같은 6인실인데도 대학병원은 깔끔하고, 위생적이다.
의료원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벌써 눈으로 보이는게 틀리니까 느낌까지도 그렇다.
물론 의료원말고도 큰 병원이 있긴 하지만 거기는 환자 한명에 대한 소문이 이상하게 난 뒤로 아무도 가지 않는 병원이 되었다. 밤에 지나가다보면 5층인가의 건물인데 불은 2층까지밖에 들어와 있지 않다. 그만큼 환자들이 없다는 얘기다.
그곳에 입원했던 친구는 간호사가 약을 제때 챙겨준다길래 믿고 줬더니 하루에 한번 먹어야 하는것을 하루에 세번이나 줘서 속을 다 버렸다고 했다. 해서 니네 책임이니 위약이라도 내놔라 그랬더니 돈을 내랬다고.. 친구가 정말 어이없어했던것이 기억난다. 이렇게 환자들도 몸소 느끼고 있는데 의사들은 어떠랴. 조금이라도 자기한테 나은곳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자기의 경력에 도움이 되고, 조금이라도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곳.
이치토가 근무하는 곳은 지방의 병원이다. 그것도 의사는 5명. 실제로 다섯이지만 수련의가 둘. 중간이 이치토고, 상사는 너구리와 여우로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다. 무슨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게다가 대학병원에서 파견을 온 사람은 에전에 같은 학교에 있었던 친구로, 이치토에게 매번 대학병원으로 오라는 소릴한다. 이러니..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너무나 차갑다. 이치토씨의 환자의 아즈미씨는 담낭암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는데, 해줄것이 없으니 고향으로 돌아가 하고싶은것을 하라고 했단다. 아즈미씨는 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바쁜건 안다. 일일이 환자들을 다독여주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위로의 말이라도.. 말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할 수 있는게 아닐까...
모든 의사가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아즈미씨를 보니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면에서 이 병원은 인간적이다. 의사도 인간이라 힘들면 짜증이 난다. 드래도 말한마디다. 하물며 어르신들은 이 한마디의 말로도 웃고 울 수 있다.
이야기가 재밌었다. 이치토는 정말 괴짜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 못지않다. 그에게 괴짜라고 하지만 내 보기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도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 같다. 사람들의 별명을 짓는 이치토만 봐도 그런데.. 하나같이 그 별명이 틀리지 않는다. 한편의 순정만화다. 단편집 정도라고 하면 맞겠다. 조금 더 이야기가 있었으면 싶지만 너무 길면 늘어질 것 같고, 이대로 끝내니 아쉽다. 이치토와 아내 하루의 이야기도 더 듣고싶고, 주변 환자들의 재밌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하나에 멈추다를 써서 바르다라는 의미라니, 이 나이 먹도록 몰랐습니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만 급급해서 점점 소중한 것을 버리고 가는 법이지요. 진짜 바르다는 것은 맨 처음 장소에 있는지도 몰라요.
아즈미씨의 말이다. 온화한 성격의 아즈미씨는 모두에게 치유의 빛을 나눠주더니, 마지막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도 인자한 미소의 아즈미씨가 아직 남아있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병원. 365일 24시간 환자들로 북적이며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좋아하는 이치토가 있는 혼조병원의 이야기를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