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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뭔가를 만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이라던가, 아이팟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중에도 사락, 사락하며 뭔가를 넘기를 소리가 난다. 책이다. 앉아서 읽는 사람, 서서 읽는 사람.
내가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런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더불어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은 어떤 제목인지가 궁금해진다. 고개를 돌리면서 힐끗, 다른곳을 쳐다보는 척하며 제목이 씌여있는 부분을 보지만 안보이는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도 읽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책을 받아보기 전 카페에서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등장하는 영화나 책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중에 "러브레터"라는 영화가 기억난다고 하신 분이 있었다. 나도 그 영화를 봤는데 왜 이 질문에는 떠올리지도 못했는지.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자주 갔던 중학교의 오래된 도서관이 생각났는데. 창가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그 배우. 너무나 좋아서 이름까지 찾아봤던 그 배우를 이 영화에서 좋아하게 됐건만. 나는 이렇듯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바로 떠올리지 못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도서관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면이 있다. 우연히 들른 도서관. 그곳의 서가에서 제목에 끌려 책을 한권 집어들고 읽고 있는데, 반대편 서가에서 책을 빼내는 소리가 나고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그것도 아니면, 사서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매일 도서관엘 찾아간다는 이야기. 우리 동네 도서관이 조금만 가까웠어도 나도 이런걸 바라고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는 도서관도 너무 멀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거의 없어서 잘 안가지만.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하나는 책을 너무 좋아하고, 직업이 작가인 고마치.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거기에 나온 곳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나즈나와 와타루. 다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이야기에 나오는것도 이해가 가지만 큰틀을 이뤄주는건 다름 아닌 <해변의 카프카>다. 읽어본적도 없고, 대학 다닐때 친구가 읽는것을 본게 다인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작가의 책은 최근에 나온 "1Q84"를 가지고 있는것이 다였다. 이렇게 책에 또 다른 책이 소개되면 읽고싶어지는 나 자신을 어쩔수가 없다. 모으고 있는 만화책 중에 "서점 숲의 아카리"라는 책이 있는데 서점이 무대인만큼 책들이 잔뜩 나와서 거기에 나오는 책들을 하나둘씩 모으고 있다.
고마치의 경우는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어릴때 삼촌댁에 갔다가 숙소로 삼았던 다다미가 깔린 도서관을 회상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즈나와 와타루 커플은 서로 책 얘기를 하며 읽어봤던 책, 또는 읽어볼 책을 이야기해주다가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더 끌렸던 이야기는 책속에 나온 장면들, 거기에 나왔던 음식들을 하나둘씩 찾아보는 나즈나와 와타루 이야기였지만 후반부에서는 고마치의 이야기도 좋았다. 도서관의 다다미에서 밤을 새워서 책을 봤던 이야기. 내가 좋아하던 책들을 다른 누군가도 읽었을까 하면서 들춰보는 재미란. 중학교때 학교에 있던 도서관의 대출카드는 지금처럼 컴퓨터를 사용하기 전에 손으로 쓰는 카드였다. 책의 앞장에 종이카드가 붙어있던. 그 카드를 보면서 누가 읽었나~ 찾아보는 재미도 좋았는데 요새는 그런것도 없다. 그냥 책이 헤져있으면 많이 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서로 아무 관계도 없던 네 남녀는 책 한 권에 이끌려 한 도서관에 모인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 사람과 책의 교감, 과거의 현재의 필연이 만나는 도서관.
그들의 인연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흘러갈까?"
우동집에서 만나 서로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계기로 함께하게 된 세 사람. 그러다가 고마치는 나즈나와 와타루가 보고 있던 <해변의 카프카>의 삽화 지도를 만들게 되고, 그곳에서 어렸을때 도서관에서 보았던 책의 작가가 그 지도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서부터 그들의 또 한 사람의 인연을 찾기 위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쓰려니 글이 더 길어질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이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모임을 갖는다. 책에 나온 맛집을 찾아나서고, 여행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들과 만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책의 이야기를 실컷할 수 있으니 정말 좋았다.
연초에 일본엘 다녀왔었다. 도쿄에 가서 관광객들이 자주 간다는 곳을 찍어서 다녀왔는데 우연찮게도 그 후에 산 책들에, 만화책에 내가 다녀온 곳들이 나왔다. 우와~ 나도 여기 갔었어, 여기도, 여기도! 이러면서 신나게 책을 봤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언젠가 친구들과 책에 나오는 곳들을 둘러보고 싶다. 주인공들이 느꼈을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