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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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가 볼래?

어딜?

탐험 여행

뭘 찾게?

그걸 알면 더 이상 탐험 여행일 수가 없지 않겠니?

둘은 세상 끝까지 가서 잠에 곯아떨어지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이내 깨닫고 말았다.


뭔가 답답함이 느껴질 때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게 아니어도 그냥 떠나면 마냥 좋을것만 같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매번 보던 이 풍경을 떠나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을지.


- 여행을 떠나야겠어.

아니, 그냥 가지 말까..

그래도 이렇게 집에만 있을 순 없지? 그렇지. 그래, 간다, 여행. 결정. 가 보자!

그렇지만 난 집에서 아주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잖아.


책을 읽는 동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여행지를 정하고, 가기 몇 시간 전에도 갈까말까를 고민하는 나.

그때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겠냐고 등을 밀어준다.

이렇게 해서 떠난 여행도 몇 차례는 된다.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건 맞는데, 또 가려고 하니 어딘지 모르는 동네를 헤매고 다녀야 하고.

또 태풍도 온다 하고, 집에선 걱정을 할테고..

이번 가족 여행만 해도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갔는지.

그렇게 간 여행이라 그런지 좋았다. 물론, 많이 걸어서 힘들었던 건 비밀이다.. ㅠㅠ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동네.

그 동네에 있던 골목길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구경 할 수 있는 그런 곳들.

떠나기 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그건 도착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새로운 것들을 보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봤던 곳들을 보니 아~ 이런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구나 하는 것들이 있었다.

언제나 설레던 여행.

그래도 그 끝에는 집으로 돌아와 쉴 수 있다는. 그 편안함을 느끼고자 다시 떠나는 게 아닐까...


덧. 곧 집에 돌아가면 몇 주 동안이나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모험에서 살아남았던 것이다. 두 친구 개미와 고슴도치가 너무나 많이 들어서 더 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또 곳곳에 말이야.. 다람쥐는 계속했다.

이제 그만!! 개미가 고함을 쳤다.


이 부분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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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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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는 우울했다. 바람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반가운 편지 같은 건 전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다람쥐는 생각했다. 정작 나는 수많은 동물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여태껏 누구도...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다람쥐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문 옆,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부엉이를 발견했다. "이것 봐. 내가 몇 날 며칠 널 생각하는 동안, 넌 나를 떠올려 본 적조차 없었던 거야!"


친구들에게 가끔 전화를 하는 날.

한명에게 하기는 아쉬워서 여러 친구들에게 다 하는데, 늘상 하는 말은 똑같다.

너희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라고.

이 책을 읽자마자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동안 생각만 하다가 실천을 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친구들도 분명히 그리운 마음이 있어서 생각은 할텐데 여유가 없으니 못하는 것일텐데. 이걸 서운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그걸 못해서 그 한마디를 꼭 하고 만다.


- "저 문 뒤에는 뭐가 있니?" 다람쥐가 물었다

"파라다이스. 보고 싶니" 카멜레온이 말했다.

그 날 저녁, 다람쥐가 들어간 곳은 파라다이스였다. 다람쥐는 왠지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다 잊어버릴지도 몰라.

잠시 후 다람쥐는 숨어 있던 돌에 걸려 발을 헛디뎠고, 쐐기풀 밭에 떨어지기도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집이 그리워졌다.

아, 개미는 내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어쨌든 난 파라다이스를 경험했으니까.

어쩌면 이미 종종 경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익숙해진 것이 너무 지겨워서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것을 찾곤 한다.

익숙한 집이라 그만큼 편안한 것을 모르고, 너무 편안하다며 그 안락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이제 그것마저 싫다며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국외로 눈을 돌리곤 한다.

그러나.. 나가면 반드시 느끼고 오는 게 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명언이 어느샌가 불쑥 떠오르며, 이 나라의 불편한 점을 열거하면서 애국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 애국심과 안락함이 며칠을 못 간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얇은 책이라 금방 읽힐거라 생각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묵직한, 아니면 내 생각은 어땠나.. 하고 생각할 만한 시간이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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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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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당신이 바랐던 내가 아니겠지만, 당신은 여기 나를 느끼고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따뜻하고, 나는 다정하고...."

폴린. 브라이언의 아내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
늘상 똑같은 그녀의 일상. 5살인 케이틀린보다 먼저 깨는 마라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온전하게 혼자인 그 시간을 즐긴다. 휴가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녀만의 시간이란 이런 때였다. 아기가 잠들고, 식구들이 나가면 빨래를 너는 딱 그 시간.
그런 그녀가 연극 출연 제의를 받은 건 어느 남자로부터였다.
제프리. 중간에 나오는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 제프리에 대한 생각이 그녀를 찾아왔지만 사실 그것은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건 오히려 몸의 변화 같은 것이었다. 그녀의 텅 빈 마음 곳곳이 벅차오르며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런 위로는 물이 새듯 삐져나갔고, 그녀는 자신이 뜻밖의 횡재를 놓친 뒤 그런 행운이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구두쇠가 되어버린 기분을 느꼈다.

라고 했다. 제프리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행운같은 것이었을까.
아이들의 엄마로, 브라이언의 아내로 시간을 보내던 폴린은 온전히 자신만을 봐줄 사람,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엄마들이 말하는 '육퇴'의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나만의 시간 말이다.

"나는 그저.... 당신을 내 침대에 눕히고 싶었어요."
제프리와 말을 하고, 연극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제프리를 만나는 순간마다.
제프리는 폴린에게 끌렸던 걸까. 그 끌림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렇게 말하며 제프리는.. 자신을 거절했던 그녀에게 다시 찾아왔다.
그녀가 휴가를 간 그 시간, 당신없이는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면서.

그렇게 시작된 그 둘만의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한번에 결정할 수 있는지.
자신들이 함께할거라는 생각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나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두권이나 더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연애의 기억'의 수전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이렇게 저렇게 쫓아다니기만 했던 것 같다. 결국 어디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여지를 남겨뒀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수전'은 답답하기만 했다.

다른 한권은 '하우스프라우'였다.
주인공 '안나'는 늘 외롭다.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지만. 언어 하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서 그녀는 '누구라도' 만난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좀더... 격정적이었다.

그리고 폴린.
그녀는 담담하기만 하다. 세권 중에 제일 담담한 얘기였다. 잔잔한 물에 던져진 돌이었는데 그녀는 차분하기만 했다. '함께할거라는' 그의 한마디에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 후의 이야기는.. 그녀는 또 담담하게 아이들을 만났다는 거였다.

분명 감정의 변화를 보였을텐데.. 내게는 담담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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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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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고민이 있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

여기서부터 모든 고민의 해결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신병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섭다기보다 두려웠다.

이곳에 가면 내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말을 들을까 봐. 그도 그럴게 '정신'병원이다. 이곳에 간다는 건 내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알리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곳은 이상한 곳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곳이라고 한다. 누구나가 지고 있는,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곳이라며.

한번도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상담'하는 곳이라는 것보다는 병을,  고치는 병원이 아닌가!

누가 봐도 그곳은 병원인데.. 여기 이 선생님은 그곳은 '상담소'라고 한다.

'마음의 상담소'


- 사실 '만남' 자체가 이미 나눔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니까. 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그(녀)는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우리는 공유하며 공존한다. 게다가 우리는 만나서 '고민'을 나눈다. 고민을 나누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주지 못했던 속마음을. 내가 추구하는 상담은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심리'에세이 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권 읽었다.

그러나 어느 책들도 이만큼 편안하게 읽지 못했다. 그 전의 책들은 읽으면서 '이런 얘기는 나도 할 수 있어' 라거나 '이렇게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이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도 힘들 때 그저 가만히 내 얘기를 '먼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내 말을 막는 것이 아니라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며 그저 토닥거려 주는. 딱 그거면 됐었다.


나도 '임재영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가끔 울컥울컥하는 내 마음이 왜 그런건지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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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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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를 준비하는 신문사의 편집부.

결코 발행되지 않을 신문의 배후에 도사린 거대한 미스터리


라고 쓰여 있어서 작가의 전작을 읽어본 나로서는 '어려운 책'을 쓰는 작가 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음에도 '미스터리'라는 이 한 줄에 이끌려서 결국 읽고야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어려운 얘기가 줄줄줄....

나오는 탓에 초반은 읽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3/5 정도 넘어가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얘기가 나와서 안정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중간부터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진짜 얘기가 나온 건 언제 나오나~를 생각하며 읽고 있었을 거의 끝무렵이었다!!!

게다가도 뭔가 해결할 듯 하더니.. 다시 덮어버리고 그게 끝!!!

아니... 이렇게 끝내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하며 더 넘기면 나오겠지 했는데.. 이 책에 대한 분석만이 남아있는 페이지였다. 어찌나 아쉽던지.. 사이다를 마셨는데 김이 빠진 느낌이랄까...


대학에 다니면서 번역 일을 주로 했던 콜론나.

그가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위기를 느끼고 '그 일'이 있었던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콜론나는 시메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회상록이라고 하면서 신문을 내기 위해 겪은 일을 쓸거라며 일을 의뢰하는 그는 신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도마니'라는 신문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책을 쓰긴 쓰되 대필 작가이며, 절대로 콜론나가 썼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된다. 그 책을 준비하는 기간동안 신문사의 '데스크'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시메이.

그곳에 들어간 그는 신문사에 미리 들어와있던 사람들과 만나고 그중 '브라가도초'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 브라가도초는 신문을 위해 대단한 건수를 잡았다며 자기는 그게 진짜인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두번째 만남에서 그는 자기가 쫓고 있는 '사실'이 무솔리니에 관한 것이며 그의 죽음에는 비밀이 있다고 한다. 이 만남을 뒤로 그는 한번의 확인이 더 남았다며 그걸 위해 휴가를 내게 되고 그가 가고 난 며칠 후 경찰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그가 죽었다고 얘기해주는데...

과연 브라가도초가 콜론나에게 말한 얘기는 사실이었을까?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면 시메이가 자신을 불러 우리는 둘 다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을까?

그리고 루치디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일까?


이렇게 많은 의문을 던져놓고...

얘기는 끝나고 만다. 작가님아, 어렵게 내가 읽었는데... 뭔가 폭탄을 터뜨려주지 않고, 폭발 직전까지만 만들어주다니.. 다음 권을 <제0호-0> 이런 식으로 내주실거에요??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도 뭔가 풀리지 않아 찜찜하기만 하다.

혹시나 싶어 뒤에 번역가의 해설까지도 읽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하기 있기, 없기??

저와 같이 궁금해하실 분.. 이 책을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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