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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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는 우울했다. 바람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반가운 편지 같은 건 전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다람쥐는 생각했다. 정작 나는 수많은 동물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여태껏 누구도...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다람쥐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문 옆,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부엉이를 발견했다. "이것 봐. 내가 몇 날 며칠 널 생각하는 동안, 넌 나를 떠올려 본 적조차 없었던 거야!"


친구들에게 가끔 전화를 하는 날.

한명에게 하기는 아쉬워서 여러 친구들에게 다 하는데, 늘상 하는 말은 똑같다.

너희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라고.

이 책을 읽자마자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동안 생각만 하다가 실천을 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친구들도 분명히 그리운 마음이 있어서 생각은 할텐데 여유가 없으니 못하는 것일텐데. 이걸 서운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그걸 못해서 그 한마디를 꼭 하고 만다.


- "저 문 뒤에는 뭐가 있니?" 다람쥐가 물었다

"파라다이스. 보고 싶니" 카멜레온이 말했다.

그 날 저녁, 다람쥐가 들어간 곳은 파라다이스였다. 다람쥐는 왠지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다 잊어버릴지도 몰라.

잠시 후 다람쥐는 숨어 있던 돌에 걸려 발을 헛디뎠고, 쐐기풀 밭에 떨어지기도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집이 그리워졌다.

아, 개미는 내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어쨌든 난 파라다이스를 경험했으니까.

어쩌면 이미 종종 경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익숙해진 것이 너무 지겨워서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것을 찾곤 한다.

익숙한 집이라 그만큼 편안한 것을 모르고, 너무 편안하다며 그 안락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이제 그것마저 싫다며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국외로 눈을 돌리곤 한다.

그러나.. 나가면 반드시 느끼고 오는 게 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명언이 어느샌가 불쑥 떠오르며, 이 나라의 불편한 점을 열거하면서 애국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 애국심과 안락함이 며칠을 못 간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얇은 책이라 금방 읽힐거라 생각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묵직한, 아니면 내 생각은 어땠나.. 하고 생각할 만한 시간이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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