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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 Seok: Poems of the North (Hardcover)
Baek Seok / EXILE Press / 2018년 12월
평점 :
번역이란 참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 시인 중 고은이라는 분은 노벨 문학상에 계속 올라가도, 한국어로 주는 시의 풍미를 심사하시는 분들이 영어로 번역된 그의 시로는 제대로 알 수 없기에, 노벨상을 받기는 힘드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백석 시 모음집>에는 백석 시인의 시들이 한국어 버전, 영어 버전, 이렇게 2가지로 소개되어 있다. 앞에 소개글도 영어로 적혀 있는데, 번역하신 분이 시의 풍미를 살리려고 엄청 고생하시고 노력하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믿고 영어 공부하는 겸 한국어로 시를 읽고 영어로도 시를 읽어보려 했다. 그래도 한국어로 읽는 것과 영어로 읽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달랐다.
영어 공부도 계속 해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그 말에 들어있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정서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이해하기는 만만치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언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수적이기에 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영어에 통달하기란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사용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기에 성공만 한다면 분명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어 사용자가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외국인이랑 소통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보통 걔네는 우리나라를 높게 치진 않는 것 같다. 아시아권 나라에서 인식은 좋은데, 서방에서의 반응은 '한국 여자 애들은 귀엽다.' 정도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걔네가 그럴 때마다 남의 시선은 중요치 않은 것이라 배웠지만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무시하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엔 그런 꼴을 볼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백석 시인의 시는 정말 마음을 울리고 그 시대를 직접 느껴보는 것 같이 그려졌지만, 언어를 생각하며 앞서 말한 다른 것들이 많이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좀 안 좋아졌었다. 그래도 영어 사전에 김치, 재벌 등 우리나라 말이 실리는 것처럼 우리말이 영어에 영향을 안 끼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들의 인식이 더 변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애써 가라앉은 기분을 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