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별 여행자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두근두근 역마살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제목이다.

하지만 지구별 여행자는 여행 가이드 책은 절대 아니다.
도리어 너무나 정적인 내면의 명상을 위한 가이드 집이다.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여행가인 류시화씨가 인도를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끼었던 이야기들을 소담하게 단편으로 엮은 책

그래서 책은 시집을 읽는 듯 부담이 없다.
하지만 던져주는 화두만큼은 무겁기 짝이 없다. 

삶에 대한 무거운 주제들 ...
죽음, 욕망, 가난, 운명....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지극히 명료하다.
"받아들이라!" 

어쩌면 무책임한 답이지만, 결코 무책임하지 않다.
삶의 현실에 대한 긍정적 수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본문에 내용 가운데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인도의 식민시절, 영국 관리들이 
골프를 치게 되면서, 골프공이 날아간 곳에는 
어김없이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공을 가지고 떠나버렸다. 
담을 쌓아도, 담을 높여도 막을 수가 없었던
원숭이들의 억척스런 호기심에 결국에는 룰이 바뀌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이처럼 삶에 대한 교훈을 우화처럼 엮어 소개하는 
작가 류시화의 재치가 만점이다. 
그렇다고 잠언과 우화로 모두 채워져있지만은 않다.
생경한 인도의 문화와 생활이 날 것 그대로
작가의 눈으로, 손으로 전달되어진다.

중국만큼 많으며, 중국만큼 넓으며, 중국만큼 깊은 
인도의 인구, 영토, 역사
영국은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지만
책을 통해 본 그들의 정신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천만의 사두가 백가쟁명으로 
날날이 이어온 인류 철학의 보고 '인도'
그 속의 작은 씨알만한 글로도 겸허한 행복론을 배울 수 있는
즐거운 독서였다. 

아 유 해피...? 노 프라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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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한 치앞을 내다 볼 수 없다고 한다. 
하루 앞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점술가의 집은 오늘도 문전성시다. 

그런 점에서 10년 후 세상은 
오늘의 과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한 예언서라고 할까?
전체적 내용은 재미있다. 
과학적 발달이 눈부신 10년 후 세상에서는
내 손안의 또 다른 세상, 내 눈앞의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노동의 종말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계문명이 
인간의 손과 발 그리고 두뇌를 대체해간다.
어디까지가 인간의 영역과 기계의 영역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단 하나 남은 인간의 실증적 증거는 영혼의 흔적뿐이다.

그렇게 고도 문명의 가속 엑셀을 밟기 시작하는 것이 
앞으로의 10년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인류는 기본 수명 100년을 넘어, 
불로장생의 기계적 축복을 받는 첫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축복과도 같은 저주, 이런 역설 속에 맞이하는 인류가
다시 찾아드는 책이 인문학 서적이라는 될거라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 본연의 존재론이 다시 대두된다는 것이다. 
"왜 사냐고 묻지요?" 라던 웃고 즐기던 농담이 
진지한 삶의 질문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기 위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율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라는
문제가 현실을 단단히 옥죄고 있다. 

희망이 없는 사회, 이미 삼포사회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불임 사회임을 증명한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없다면, 핑크빛 낭만이 춤추는 미래는
어쩌면 적자생존의 석기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를 공포로 바뀔 수도 있다.

이 책은 말한다. 10년 후 세상의 결과가
희망과 절망의 양극단이 될지,다른 무엇이 될지 모른다고, 
다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책이 층층이 쌓인 결과가 미래이기에
오늘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다음의 문구들이 적절한 답이 될 듯하다.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여행을 떠나면서, 
나침반과 지도를 준비하지 않은 것과 같다."

"미래란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가시화 되고 창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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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의 속사정 - 대한민국 검찰은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는가
이순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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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검사
검사는 정의롭다. 

한 때 드라마 '모래시계' 그리고 '대물'로 인해, 
검사라는 직업이 각광 받은 적이 있다. 
사회적 거악과 타협없이, 자리를 걸고 맞서 
싸워 나가는 정의의 사도

어릴 적 만화주인공이 상상속 정의의 초능력자라면
어른이 되고만 지금은 현실속 정의의 검사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검사는 스폰서 검사 또는 견찰이라 불리며,
온갖 조롱의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거악에 대한 마지막 심판의 보루로써 
검찰에 대한 기대 또한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기소독점주의라는 제도적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그동안 심어진 검사에 대한 동경 그리고 환상이 만들어낸 
검사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제목부터 요상한 이 책은 그러한 환상의 검사를 여지없이 깨부순다.
그것도 사정없이 생활인 검사의 민낯을 까서 보여준다.

놀랐다. 검사라는 직업이 가진 그많은 권한들에 (권리가 아니다.)
놀랐다. 검사가 그토록 되기 힘든 직업인 줄 (조금은 알았다.)
놀랐다. 똑같은 샐러리맨이라는 것에 (조금 더 장수하는 공무원)
놀랐다. 실력보다, 정의감보다 운이 있어야한다는거 (혈연,학연,지연)
놀랐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이처럼 크다는 사실에..
(검경수사권분리, 지방검찰청으로의 분권화, 인사평정제도개혁)

그랬다. 1800명의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사회의 똑같은 표본이었다. 

권력욕에 찌든 검사,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
돈욕심에 부패한 검사, 
그냥 평범한 직장인 검사 모두가 있었다.

똑같이 승진에 목말라하고, 월급에 투정부리는 인간 검사가
실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검사에 대한 비판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도리어, 검사라는 직업은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 아니라
다만 사회적으로 특수한 직능을 보유한 직업인 검사임을
객관적으로 말한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있어서도, 검사들의 공명심보다, 그것을 이용한 정치권력에 
비판을 가한다. 

그리고 검찰 인사시스템의 전근대적 혈연,지연,학연적 요소에 대한 관습적 수용과
검경 수사권에 대한 전세계적 추세를 보여주며, 검찰 개혁에 대한 혁신의 시점이 지금임을 알려준다.

기자가 작성한 레포트에서 출발한 '검사님의 속사정' 
나의 읽은 속사정은 진한 막걸리 한잔을 마신 기분이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검사였기에, 실망도 컸다.
누구나 겁내하는 검사였기에, 실망도 컸다.
당연히 검사는 선택받은 자이며, 정의로운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정의로운 검사는 있다. 
그러나 검사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나 시민과 언론 그리고 법원의 날카로운 비판이 있을 때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검사는 정의롭다'라는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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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의 기록 - 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
정연주 지음 / 유리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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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0년 生이다.

박정희의 독재를 모르고,

신군부라 불리는 전두환과 보통사람 노태우도 몰랐다.

그저 국민학교를 다니며, 웃고 칭찬 받으며, 세상은 레고처럼

행복하게 만들어진 세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모르던 세상을 기록한 사람이 있었다.

前 KBS 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現 KBS 사장이어야할

한 사람 정연주이다.

 

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 기자,  한겨례 논설위원을 거쳐

KBS 사장이라는 약력을 가진 이 사람..

 

지나온 단편적인 명함만을 본다면, 엘리트 언론인으로

무사평탄한 삶이었을 그이지만,

숨겨진 삶의 간극 속에는 민주언론을 위한 땀과 피가 묻어있었다.

 

동아일보를 지키기 위한 단식투쟁

김대중 내란음모죄와 연루된 수배생활

긴급조치 위반으로 인한 투옥

다시 만나지 못한 부모님과의 생이별

그리고 한겨례신문 미주 특파원생활.....

 

이렇게 그는 놓지 못할 '펜대' 그리고

버리지 못할 '기자'라는 명함을 평생을 두고 쫒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KBS 사장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한 인연도 없이,

그저 동갑내기였던 정연주 사장에게 말했다.

 

"정 사장님 제가 앞으로 대통령 하면서

절대 전화하지 않을 두 사람이 있습니다."

 

"검찰 총장과 KBS사장입니다."

 

정치적 중립과 탈권력화를 사명으로 알았던 노무현 대통령과

KBS 역사에서 가장 힘이없는 사장으로 나가겠다고 했던 정연주

 

그렇게 만나지 않았지만, 지음으로 통했던 두사람의 이야기

책은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정연주 氏의

슬픈 독백 하지만 남은 자의 책임을 말하며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제 그와 함께 남길 대한민국에 대해

우리에게 당부한다.

 

"나는 언제나 민주주의와 인간의 권리, 자유의 가치를 믿고,

억압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선택을 해왔다."

 

"쫄지마 후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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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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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말이 있다면 

이 책은 백견이 불여일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꼭 과학수사라고 볼 수도 없는 그리고 
꼭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도 없는 얼개이지만

단편 소설 네편의 주인공들은 어수룩하지만 제 몫을 다한다. 
그리고 에도라는 일본의 중세시대를 판타스틱한 
몽환적 역사배경으로 그리는 데 성공한다. 

제목부터가 '말하는 검'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모든 걸 전설같은 이야기로 채우지는 않는다.
등장인물 개개인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심지어 자신의 감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니까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교묘히 그들의 직감과 이어지는 사건의 단초들을 
끼워 맞추어, 단편소설이지만 오래가는 여운을 남겨둔다. 
그래서 작가도 서문에 밝힌다.
묵혀두고 다시 쓰고 싶은 이야기라고...

우리에게도 잊혀진 이야기들이 많다. 
어우야담, 청구야담, 계서야담등등 
민간에 구전 되어오던 전설과 민담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그 이야기를 찾아낼 우리의 꾼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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