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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받아든 순간 호기심이 일어났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라는 제목에서부터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잔뜩 기대를 하고 읽어서 일까? 아니면 작가의 성향과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 어울리지 못한 탓일까? 나는 책을 읽는동안 마음이 계속 불편하였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장난감 같이 생긴 기계들에게서 작가는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며 어떨 때는 심하게 비꼬기도 하고 유쾌하지 않는 해학을 담기도 한다. 순수하고 귀여운 장남감 같은 기계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하여 읽는동안 당황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작가의 폭 넓은 상상력이 나의 작은 그릇에 다 담기에는 너무나도 넘치고도 넘치어 감당이 안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기획의도이다. 하나의 사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이나 돋보인다. 이야기를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고 글은 부수적인 설명에 덧붙이는 그림책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는 하나의 그림책과 같다. 오히려 작가의 글을 읽는 것보다 작가의 기계를 감상하며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이 가득한 책에서 나의 고루한 시선이 접점을 만나지 못하고 평행을 이루다가 마지막 목차의 '개와 의자 이야기'에서 서서히 그 간격이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의자'가 '개'에게 말하는 부분은 내가 상상치도 못한 이야기로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인간'을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의자에 앉는다.'라는 의미가 이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는 나 자신으로부터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나의 취향과는 무척 상반된 내용들로 가득하여 즐겁고 유쾌한 독서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꽉 막힌 사고를 알게 되었으니 유익한 독서였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