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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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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미치 앨런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리며 이와 비슷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비슷한 설정은 가지고 있으나 감동은 그와 비슷하지 못하다.

 

췌장암 4기로 언제 죽음 앞에 놓일 지 모르는 어머니와 그의 아들이 2년의 기간동안 함께 같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모리한 함께한 화요일>과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책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책은 <마음>과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호빗>,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이었는 데 여기서 읽은 책이란 딱 세 권 뿐이었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출판되지 않은 책들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책 내용과 관련해서 작가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쉬웠다. 특히 카렌 코널리의 <도마뱀 우리>와 마지막까지 메리 앤 여사께서 늘 곁에 두고 읽었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었는 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판되지 않은 것 같아서 더욱더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만 가득한 책은 아니었다. 앨런 베넷의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든지 제럴던 브룩스의 <피플 오브 더 북>과 같은 훌륭한 책들을 알게끔 소개해준 기회의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W. H. 오든의 '미술관에서'란 시를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했다. 

 

특히 이 한 편의 시에 담긴 내용을 통해 메리 앤 여사의 삶과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매 순간 타인들로부터 친절을 베푼 메리 앤 여사의 삶과 '아무 일 없다는 듯 재난에서 등 돌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일상을 살아 나가는' 일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삶이 아닌가. 

 

메리 앤 여사는 자신의 생명이 재가 되어 다 타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아프카티스탄 도서관 건립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이들을 절대 모른 척 하지 않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였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봉사와 헌신이 결코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하였다.

 

어머니는 또한 세상에는 좋은 비밀이라는 것도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당신이 누군가를 위해 행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알게 되면 부끄러워하거나 빚을 졌다고 느낄지도 모르니 차라리 그가 모르기를 바라는 비밀스러운 친절이 그렇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pg 86)

자신의 봉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세상에 이름을 빛내는 일보다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배려심에 무척이나 감동받았다. 특히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는 마음이 짠해지면서 콧끝이 시큰해졌다.

 

어쨌든 몸이 좀 안 좋다고 해서 세상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산다는 사실을 잊고 지낼 수는 없어. (pg 116)

아마도 나 같았으면 죽을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세상에도 없을거야.'라고 생각하고 온갖 진상을 피우며 가족들을 괴롭혔을 것 같다. 그러나 메리 앤 여사는 달랐다.

 

매질 하는 사람을 통제할 수는 없지. 그래도 네 행복은 네가 통제할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삶이란 것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해줄 뭔가를 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더는 그럴 수 없게 될 때, 그때는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고. (pg 188)

메리 앤 여사께서는 죽음을 앞둔 2년이란 시간을 절대 헛되지 보내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지으려 노력했으며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했다. 그것이 그녀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오랜만에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그어진 밑줄을 다시 천천히 훑어 보니 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책 중간에 종이책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이 부분을 읽고 작가와 감정의 교류를 느꼈다. 내가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작가가 말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내가 인쇄된 책을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순전한 물질성이다. 전자책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인쇄된 책은 몸이 있고, 실체가 있다.

 

(중략)

 

나도 가끔은 전자책을 찾아 읽지만, 그것은 내가 찾지 않는 한 절대로 나를 찾아오는 법이 없다. 내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 들을 느낄 수는 없다. 그것은 실체, 감촉, 무게도 없는 영혼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머리를 후려칠 수는 없다. (pg 64,65)

이 책은 말기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어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책 한 권을 통해 소통을 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그것은 후에 어머니가 곁에 없어도 어머니가 사랑했던 책들을 통해 어머니를 만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임을 아들은 깨닫게 된다. 너무나도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누군가와 책 한 권을 통해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 혹은 가족들이라면 더욱더 행복할 것 같다.

 

끝으로 메리 앤 여사를 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돕고 싶어는 하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위한 글로 마무리를 짓는다.

 

글쎄다. 누구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야 해. 네가 홍보 분야에서 일한다면, 자선이나 기부를 장려하는 홍보물을 제작해 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자선단체에서는 늘 기금 모금을 도울 사람들을 찾고 있으니 그런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잖아. 내게는 늘 은행원이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서 나민 지원 분야에서 돈을 받고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곤 해. 그러면 나는 '난민과 일해본 것 외에는 아무런 자격이나 경험도 없는 사람이 당신의 은행에 와서 일하겠다고 하면, 또는 법정에서 변호를 하겠다고 하며 그를 즉시 고용하겠어요? 난민과 함께 일하는 것, 그것도 직업이에요'라고 말해주곤 하지.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도 우선은 자원봉사나 기부로 시작하라고 말해줄 거야. 그런 다음에 그 직종에 종사하는 훈련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지.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돕고 싶다면, 돈이 가장 빠르고 신속한 방식이야. 물론 적으나마 여유가 있다면 말이지."

 

 그런 마음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하거나, 자선의 대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때, 언제라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어. 책을 읽으라고 말해주면 돼." (pg 3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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