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 21세기 이슈들과 신학적 성경 읽기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홍병룡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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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오랜 문제의식을 책으로 엮어준 저자, 역자,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신학교 다닐 때 성서신학적 조직신학, 실천신학적 조직신학,

그리고 조직신학적 성서신학, 실천신학적 성서신학을 꿈꾸었다.

하지만..... 찾아보기 어려웠다.

왜 그렇게 공부-연구 안 하고 (혹은 못 하고) 자기 분야에만 갇혀 있는지 참 답답했다.

 

그러다가 ‘기독청년아카데미’를 만나고 해갈됐다.

신앙과 일상, 사회와 문명, 관계와 물질까지 모두다 통합시키는 실천적 해석/해석적 실천에 내 존재가 울렸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책이 아닌 삶으로 더욱 생기 있게 신학하며..

 

그래서 이제는 책에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책의 한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이 책의 저자 볼프가 그렇다.

만약 다른 저자가 이 주제에 대해 썼다면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했을 뿐, 지금처럼 반갑게 들춰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볼프는 <노동의 미래-미래의 노동>이라고 번역된 책으로 86년에 박사논문을 썼다.

맑스의 <자본>(그 중에서도 노동 개념)을 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당시는 소련이 무너지기 전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맑스 혹은 <자본>을 빨갱이 책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맑스의 문제제기는 경청해야 한다. 자본, 맘몬에 노예되지 않고 살아갈 방법에 대해 중요한 영감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올해 읽은 <마르크스의 자본-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와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은 <자본>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이해하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볼프의 책을 읽어보려 하던 참에 이 책이 나온 걸 듣고, 이 책부터 시작하게 됐다.

기대만큼이나 잘 정리된 책이다.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필요한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한다.

 

볼프의 말처럼, 그리스도인에게 성경은 신앙의 중심이고 기준이다.

성경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이야기다.

신학자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이걸 놓쳐서는 안 된다.

볼프는 이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우리는 다양한 지역과 언어, 상황과 입장에서 살아가는 만큼 해석도 제 각각이다.

서로 다르다고 배척할 일이 아니라, 이단으로 규정할 일이 아니라, 더 풍성해지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한다.

(신약 등장인물들이 구약을 얼마나 다채롭게 해석하는지는 피터 엔즈의 <성경 영감설>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고정 관념에 갇혀 수동적으로 해석하고,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 생기 없이 해석이 질타당해야 한다.

 

볼프는 신학적 해석 작업이 근래 펼쳐지는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한다.

IVP에서 의욕적으로 번역하는 ‘톰 라이트의 성서주석’도 그러한 움직임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학계와 모든 교회에서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이 책처럼 적절한 책이 번역된다든가, 국내 신학자들이 저술한다거나, 나도 당신도 신학적 해석을 한다든가 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볼프의 책이 유행(?)을 맞은 것 같다. 올해만 3권이 번역되었다.

출판사는 새물결플러스, IVP, 국제제자훈련원, 그리고 예전 책은 한국신학연구소.

이렇게 신학적 색이 다양한 출판사에서 번역한 저자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보수-진보를 넘나든다는 이야기 같다.

 

성경을 잘 읽고 싶은 분, 성경해석에 관심 있는 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볼프, 참 소중한 신학자다. 그의 책이 널리 읽히고, 더 많이 출간되길 바란다.

 

기회되면 볼프에게 직접 편지 써봐야겠다. 내가 신학적으로 해석한 성경 이야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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