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천년의 밥상 - 먹을거리,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역사
오한샘.최유진 지음, 양벙글 사진 / Mid(엠아이디)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내는 마을학교의 밥상 선생님이다.

초중등 친구들이 17명, 교사 이모 삼촌들을 합치면 30명이 넘는다.

어떤 밥상을 꾸려야 할지 늘 고민하고, 나도 가끔씩 함께 머리를 맞대곤 한다.

 

EBS에서 ‘천 년의 밥상’ 시리즈를 방영한 것을 알았다.

돈 내고 볼까 하다가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가 책이 나온 걸 보고 읽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참 좋았다.

 

영상과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이야기’를 담은 밥상을 공유하자는 거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알게 되고,

그 안에 접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감탄하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우리네 밥상에서도 농익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듬뿍 담겼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나도 동의하는데, 책을 읽으며 더욱 공감했다.

 

책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조 정조, 퇴계 이황, 김유, 허균, 허준을 비롯하여 수많은 서민과 양반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밥상과 관련하여 보니 또 새로웠다.

특히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 <도문대작>을 통해 밥상 이야기를 펼친 게 흥미로웠다.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 꿈꾼 것은 신분의 차별이 없는 사회였다면, <도문대작>을 통해서는 세상만사 모든 것이 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피력한다. 당시에 어느 누구도 감히 못했던 생각을 과감하게 내보였던 사람.”(155쪽)

 

내용 뿐만 아니라 책 구성도 맛깔나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과 중간중간 역사이야기가 짧고 굵게 나온다.

이야기에 이어 소개된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나오고,

‘약이 되는 천년의 밥상’이라 하여 한의학적으로 음식 재료를 풀이해주기도 하여 참 좋다.

비슷하게라도 한 번씩 해먹어보고 싶다.

 

밥상에 관련한 수업을 한다면, 이 책을 참고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만들어 먹어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역사와 밥상 이야기가 어우러진 맛난 책이다.

또 술술 읽히는 책이다. 선물하기에도 참 좋다.

전통음식과 밥상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반가워할 책이다.

 

마지막으로 머리말에 나온 인상적인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를 마치고 어느 식당에 들렸다.

어떤 중년의 신사가 와서 밥을 먹는데, 물 한 사발과 밥 한 그릇 그리고 열무김치가 전부였다.

신기한 건 그 신사가 밥상을 대하는 태도였다. 한참 동안 바라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진미를 대하듯 정성껏 비워냈단다.

 

그분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학창시절 가난하여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식사를 해결했다.

품삯조차 아끼려 물 한 그릇으로 찬을 대신하려 했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묵묵히 열무김치 한 접시를 내오셨단다.

직장 구하려 상경하기 전날엔 정성스레 놓인 열무김치 한 접시와 밥 한 그릇이 하얀 손수건에 덮여있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청년의 자존심에 상처줄까봐 조심스레 열무김치만 내놓은 거다.

그 청년은 이제 제법 성공한 사회인이 되었고, 아주머니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다.

 

중년 신사의 열무김치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작진에게 열무김치가 다르게 보였단다. 더군다나 맛도!

 

이게 바로 음식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책을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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