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숲 관찰일기 - 가까운 작은 숲을 천천히 그리다
강은희 글.그림 / 현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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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서울 살다가 재작년에 강원도로 귀촌했다. 도시에 있을 때도 숲 해설을 들은 적 있고, 텃밭 등을 일구며 생태적인 활동(?)을 해본 적이 있었다. 시골에 살아보니 그 차원이 좀 다르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사람이 적다. 내가 사는 홍천군의 인구가 약 7만 명인데, 전에 살던 서울의 수유동 인구와 비슷하다고 한다. 강원도 인구는 강북구 인구와 비슷하다고 하고. 크기로 비교하면 홍천군이 전국 군 중에서 가장 넓다. 강원도 면적도 상당하다. 하지만 사람이 적다. 그만큼 사람보다 자연을 볼 일이 많다. 건물보다 나무가 훨씬 많으니까.

 

하지만 정작 시골에 있어도 도시처럼 살기 쉽다.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에 TV, 핸드폰 등으로 무장하며 살면 도시스러울 수 있다. 시골스럽게, 촌스럽게 사는 건 시골 사람들도 불편해한다. 예를 들면 뒷간이 그렇다. 똥과 오줌을 모아 농사 퇴비로 쓰는 건 유익하지만 불편하다.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우고, 온생명들과 교감하는 건 거저 되는 건 아니다. 시골과 같은 배치가 중요하고,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자연과 잘 어우러지기에 생태일기가 좋은 방법이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며 나는 어떻게 해볼까 싶은 맘이 들었다.

 

일단 만남이 중요하다. 걷는다. 본다. 느낀다. 대화한다. 그렇게 자연과 교감하고, 그걸 기록한다. 이게 생태일기의 핵심 아닐까. 저자의 일기를 살펴보니 모든 날을 다 기록한 건 아니다. 백과사전처럼 꼼꼼해야만 의미있는 건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느낀 만큼 남기는 게 적절한 듯 싶다.

 

단풍을 보며 나뭇잎 색깔이 왜 변하는지를 물었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얼 수 있기에 자신의 몸에 있는 물을 빼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색이 변하고, 그 때 사람들이 말하는 ‘단풍’이 든다. 단풍은 아름다운 일인데, 그것은 보기에만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을 비워내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자연과의 만남, 생태일기도 자신을 돌아볼 때 더 아름답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3월부터 기록되어 있다. 봄부터 시작한다. 가을에 출간된 책이니 때에 맞게 읽다가 내년 3월이 되면 처음부터 읽으련다. 이제 곧 입동이 다가오고 겨울이 온다. 자연은 그에 맞게 자신을 준비하는데, 나는 무얼 하는가. 자연처럼 그렇게 잘 살아가고 싶다.

 

저자는 글도 글이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 글을 봐서 예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그림은 자꾸 눈길이 간다. ‘이 식물들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며 더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리기보다는 사진 찍는 게 익숙해서 일까. 저자의 그림들이 새로웠다. 옆에 있던 아내가 ‘아 이게 뭔지 궁금했는데, 이런 꽃이었구나’ 한다. 자연과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글과 그림을 기록해준 저자와 글과 그림을 엮어준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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