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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싸운 사람들 - 일상의 혁명가
이재광 지음 / 지식갤러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상식이란 말이 새롭게 유행한다. 안철수씨 어록의 영향이다.
당신 진보냐 보수냐를 묻는 질문에 '나는 상식파다'라고 답하며 상식을 화두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 행보는 상식적인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파격이다.
대중들은 그런 걸음을 신선하게 보지만, 정치학자들은 불편하게 본다.
무엇이 상식인 것인가? 누가 상식대로 하는 것인가?
다들 상식대로 하려 한다. 그렇다면 상식의 충돌인가?
저자도 묻는다. 상식이 무엇인지, 상식은 지켜야 하는 것인지, 깨야 하는 것인지,
어떤 상식은 지켜져야 하고, 어떤 상식은 무너져야 하는지 서문에서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게 됐든 저게 됐든 상식과 싸운다는 건 퍽 어려운 일이다.
옳고 그름, 가치의 다양성 여부를 떠나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는 말이니 그렇다.
외롭다. 별로 썩 내키는 길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길을 오롯하게 걸어간 10명의 삶을 새롭게 조명한다.
김수영, 김시습, 최용신 등 비교적 알려진 사람들도 있고,
최북, 유희, 강항 처럼 낯선 인물들도 있다.
상식과 싸운 면에 초점을 맞추어 재해석해냈다.
10명의 공통점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거다.
하지만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인 덕에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인물들과도 비교한다.
그 재미와 유익이 쏠쏠하다.
나혜석과 더불어 같은 시대를 살고, 다른 운명을 맞이한 모나 캐어드, 루이스 브라이언트를 다루고,
우리의 국어학자 유희와 영국의 영어학자 새뮤얼 존슨이 짝을 이루고, 최북과 반 고흐, 최용신과 로자 룩셈부르크가 그렇다.
우리 역사와 인물 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비교, 대조도 되어 시야가 훌쩍 넓어지는 느낌이다.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예전에는 꿈도 못 꿀 것이 있었고,
여기서는 자연스럽지만 저기서는 어색한 게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걸 잘 드러내준다.
각 인물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하였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업적이지만 참 소중한 자료들도 있다.
생명을 상품화하고, 그렇게 소비하는 게 이 시대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도시에서 시골로, 그것도 서울에서 강원도로 귀촌하고, 휴대폰도 쓰지 않고 지내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이게 좋다.
그렇다고 상식을 거스른다며 잘난 척 할 것도 없다.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니. 보여주려고 한다면 그건 일시적일 거다.
그냥 그렇게 살아야 끝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다.
신분 사회, 가부장적인 질서, 사대주의에 맞서 산 선배들의 삶을 접하니 더 그렇게 생각된다.
거창할 수록 거품이 크기 마련이고, 조용하게 일상을 혁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