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재밌게 압축한 황제내경

황금 원숭이의 한의학 강의
다모 미첼 지음, 스펜서 힐 그림, 조수웅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0년 11월

이 책은 만화로 재밌게 압축한 황제내경이다.

글을 다모 미첼이 쓰고, 스펜서 힐이 그림 그렸다고 하는데, 이들은 스승과 제자, 도반 관계다.

다모 미첼은 한의학 공부를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스펜서 힐은 그 수업을 들으며 그림으로 풀어냈다.

한의학은 외울 것이 많아서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림으로써 어려운 단어들을 기억하기 쉽게 한다.

이 책은 한의학의 특징을 그림 1~3장으로 간단하고 재밌게 표현한 책이다.

​그림이라서 한의학이 쉽겠다? 맞긴 맞는데, 원하는 바에 따라서 별 도움 안 될 수도 있다.

차라리 손영기 한의사의 <한의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가 나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입문하기에 좋은 책들이지만, 관심사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겠다)

책은 황금 원숭이와 마스터 보가 나온다.

나는 만화보다도 둘의 대화가 마음에 들고 많은 공부가 되었다.

만화는 나중에 필요한 걸 사전처럼 참고할 것 같고, 핵심 이론은 둘의 대화에서 배웠다.

한의학의 총체적 세계관에 대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맛보기를 하는 책인데, 그 맛이 대단하다.

얼마 안 되는 그 글들을 암기하여 소화시키고 싶을 정도다.

한의학은 주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발달했는데, 이 책을 쓴 사람들은 영국에 사는 것 같다.

한국의 주류 사고방식은 한의학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서양 문화에 기독교 영향이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게 주요한 사유틀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서양의학/사상이 표준이 되고, 거기에 맞추려하는 것 같다.

증상에 대해 맥락을 보고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지혜는 한의학이 탁월하다.

하늘과 땅이 기운이 인간에게 전해지는데, 관련한 공부들이 상당하게 축적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서양에서, 이런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책이다.

우리에게서도 황제내경, 동의보감 등을 이런 방식으로든 보다 유쾌하고 편하게 접근할 자료들이 많이 생산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