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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어린시절
W. 휴 미실다인 지음, 이석규 외 옮김 / 일므디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 서평은 두 가지 내용이 담겼다.
먼저는 책의 외형, 개정된 부분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책 본문 내용 자체에 대한 거다.
# 1.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으며, 인생에서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 책을 읽기보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더 낫다고 느낀 거다.
두 번 세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읽고 싶다.
대신 그 책들의 내용들 내 머리와 삶에 잘 들이고 싶다.
이 책도 그러한 책 중 하나다. 어느 정도냐면...
2006년에 나온 책을 샀고, 줄 치고 필기하며 열심히 읽었다.
2020년, 15년 만에 새로 다듬어져서 나왔다길래 또 소장하게 됐다.
같은 책을 두 권 놓는 것은 드물지만 정말 좋다고 느끼면 그럴 수도 있지.. ^^
(국내에 처음 번역된 것은 1987년이다. 그걸 같은 역자가 재번역한 게 2006년이다)
출판사에서 번역을 좀 보완했다고 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손 봤다.
사실 예전 책은 읽으면서 문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모호한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역자는 그대로지만, 상당히 많이 수정했다.
전면 개정은 아니지만, 원서를 두고 새롭게 쓴 문장들이 꽤 된다.
이건 출판사에서 작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만진 거다.
몇 부분을 추려봤는데 확실히 다르다.
같은 책을 다시 샀는데, 다른 책 같은 느낌이다.
이번 책은 읽으면서 불편함을 못 느낀다.
또 번역 뿐만 아니라 쪽 표기된 곳 옆에 그게 어느 장인지도 적혀 있다.
이 책은 2부에서 강압, 유약 등 여러 유형으로 나눈다.
예전에는 그냥 쪽만 나와 있었는데, 이제는 어떤 주제인지 적혀 있기에 찾아보기 편리하다.
글자 행간 간격도 넓다. 좀 줄이고, 책을 얇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읽기에 편하다.
표지도 딱딱하게 만들었는데, 양장본으로 만든 이유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한편 예전 책은 역자 서문도 있고, 역자 소개도 자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걸 빼거나 간략하게 줄였다.
출판사 이름도 ‘가톨릭 출판사’에서 ‘일므디’로 바꾸었다.
책이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데,
아무래도 출판사 이름에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피하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특정 종교와 상관없는 책이다.
# 2.
이 책은 1964년에 출간된 책이다. 좀 있으면 환갑이다.
그런데도 문화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어색함이 없다.
저자 휴 미실다인은 성인아이 관련 계통에서 1세대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inner child를 ‘내재과거아’로 번역하는데, 그보다는 성인아이나 내면아이가 더 널리 쓰인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가족> 등을 쓴 존 브래드쇼 등이 이런 개념을 더 진척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어릴 적 모습이 성인이 돼서도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부부 둘이 만나도, 실제로는 4명이 만난다는 말이다.
재밌는 건 어릴 적 경험과 반대로 반응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어릴 적에 가족들이 지나치게 파티를 열었던 남자는 어른이 되어 조용히 쉬고 싶어하고,
어릴 적에 엄한 할머니 밑에서 거의 여행도 못 가고 지냈던 여자는 어디로 나들이를 갈지 계획한다.
부모(양육자)가 지나지게 방임했다면, 그 아이는 늘 불평하거나 목적의식 없이 헤매는 경향성이 높을 수 있다.
강압적으로 부모에게 지시를 받으며 자랐다면, 명령에 거부하는 습관, 즉 꾸물거리는 태도가 형성됐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아 내가 이렇구나’, ‘저 사람이 이래서 그렇겠구나’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해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 한 권 있었고, 읽었어도,
이 책은 또 소장하고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책 펼치면 유용한 사례와 통찰들이 술술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