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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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리스 웨스타콧이 <단순한 삶의 철학>에서 단순하게 사는 것의 철학적 의미를 플라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헨리 데이빗 소로, 마르크스, 니체...성찰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단순한 삶은 이기심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심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일도 하게 만들어 세상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사치와 허영에 빠지게 만들어 공허함을 준다. 반면 단순한 삶은 욕심을 버리게 하고 TV가 주도하는 이미지에서 떠나게 한다.


엠리스 웨스타콧은 이기심이 낫냐 단순한 삶이 낫냐. 두 명제를 철학적, 경제적, 기술적 관점에서 비교할 뿐이지만 나는 이기심이 우선이고 단순한 삶은 이기심에 뒤따를 뿐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은 고통을 싫어하고 쾌락을 지향하는 존재인데, 무소유의 기쁨보다는 소유의 기쁨을 더 좋아한다.


예컨대 한국만 하더라도 한국전쟁후 한국이 경제성장을 했을 때 한국인들이 단순한 삶을 동경했다면 경제성장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인들은 폐허가 된 채 원시시대로 살았을 것이다. 잘 살아보세 하는 욕구. 그 이기심은 일을 하게 하고 공부를 하게 만들었고 한국이 폐허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단순한 삶을 말한다. 한병철씨가 <피로사회>에서 말한 것처럼 우울증, 소진증후군 같은 신경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귀향 움직임’은 신경증에서 스스로 벗어나겠다는 의지이고 ‘노동 인권’에 대한 관심은 정치 행동으로 신경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이다. 이기심으로 달려온 한국사회가 단순한 삶을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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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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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이현우 선생이 가지고 있는 독서의 질은 깊고 넓다. <문학 속의 철학>을 읽는데 로쟈 선생이 문학 작품에서 과학, 철학, 성, 종교, 역사를 끄집어내니 세계가 온전히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책은 강의형식이라 가독성이 좋다. 로쟈 선생이 은근히 툭 던지는 유머 때문에 낄낄대며 읽었다. 이를테면, ‘도스토옙스키 소설에서는 시간이 다 압축되어 있습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은 분량이 그렇게 방대한 소설인데 작품 속 주요 사건은 사흘 동안 일어납니다. 사흘 동안 다 읽지도 못하겠어요.p150’ 같은 것이다.

이 책은 박이문 선생이 <문학 속의 철학>에서 언급한 문학작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로쟈의 식대로 풀이를 한다. 박이문 선생의 <문학 속의 철학>에 대한 오마쥬, 또는 다시 읽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듯 다시 읽기도 시대마다 달라져야 한다.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읽으며, 로쟈 선생이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의 학설을 비교하는 것은 박이문 선생은 할 수 없었던 일이고 로쟈 선생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보니 로쟈 선생의 <러시아 문학강의>도 나보코프가 쓴 동명의 책에 대한 오마쥬, 또는 다시 읽기가 아닌가 싶은데 그 책도 읽고 싶다.

책의 부제는 ‘로쟈와 함께 읽는’ 이지만 로쟈 선생한테 많이 배웠다. 재밌는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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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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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가 가진 사전적인 의미인 ‘어떤 곳을 다리를 번갈아 움직여 위치를 옮기다’ 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의 두 가지로 철학사를 정리할 수 있다니 저자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엠페도클레스부터 비트겐슈타인까지 ‘걸음(산책)’으로 철학사를 아주 쉽게 이야기한다. 예컨대 2장의 제목은 ‘프로타고라스의 왕복운동’ 인데 그것은 소피스트들의 궤변을 의미할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프로타고라스한테 한 판 붙자고 했다고 저자는 썼고 그 또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을 비판한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철학사라고 할 때 흔히 서양의 철학사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붓다, 공자, 샹카라같은 동양 철학자도 말해서 좋았다. 다만 사도 바울, 성 아우구스투스같은 기독교 사상가가 없고 후설이나 하이데거 같은 현대 철학자도 없다. 또한 여성 철학자도 없다. 성녀 힐데가르트, 한나 아렌트,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여성 철학자의 ‘걸음(산책)’ 은 어떠했을지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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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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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의 <카오스 멍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저자가 스타트업 창업을 했다가 트위터에 회사를 매각하고 페이스북에서 일했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페이스북에 들어가기 전인 전반부와,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나서의 후반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후반부보다는 전반부가 더 재미있었다. 전반부에서, 돈을 쫓는 월스트리트와, 도전, 정치, 전략, 복수로 뭉쳐진 실리콘밸리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인사이드 잡>, <마진 콜>, <소셜 네트워크>, <스티브 잡스> 를 보는 것 같았다. 후반부에서는 비밀로 감춰져 있는, 페이스북의 실상을 말하는데 빅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적인 이야기에 치중하다보니 전반부에서 도드라졌던 반골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부를 읽으면서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생각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빅데이터로 광고 마케팅을 하지만, 과연 세계의 모든 것이 빅 데이터로 통합될 것인가. 궁금하다. 그 세계는 인류에게 저주가 될지 축복이 될지 그 역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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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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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버코비치의 <모든 것의 기원>. 우주와 지구, 지구 생명체,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총 8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8장 인류와 문명’이 제일 재밌었다. 1장부터 7장은 지구과학 이야기이고 8장은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설화나 신화에 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8장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예컨대,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년~ 3천만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고 인간의 사회활동이 온난화를 초래한다면 땀의 기능은 저하될 것이니,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 (p248)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열대기에 태어났다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몸에 선풍기나 에어컨같은 냉각장치를 달고 체온을 조절했을지도 모른다. 선풍기 인간과 에어컨 인간 사이의 계급분화가 이뤄진다거나 선풍기 인간에서 에어컨 인간으로 진화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도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다룬 환상소설이나 SF 소설이 나온다면 재밌을 것 같다. (이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은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발명과 발견은 상상력에서 시작하고, 과학의 시작인 호기심도 상상력의 다른 이름이다. 과학 교양서적인 <모든 것의 기원>을 읽고 내가 환상소설과 SF 소설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것의 기원>에서 말하는 과학적 사실과 전혀 반대되는 사이비 학설을 창조과학이라고 신봉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창조과학이 옳다고 하고, 학계의 과학적 사실이 틀렸다고 한다. 이들은 ‘해리포터’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술은 사탄의 작품인데 하나님을 믿지 않는 현대인들이 영적으로 공허하기 때문에 ‘해리포터’에 마음을 뺐긴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사회는 비과학적이다. 과학 때문에 세상이 메마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없기 때문에 세상은 메마른다...

*기술과 의학으로 무장한 인간은 지난 수십 억 년 동안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왔던 자연선택의 섭리를 교묘하게 피해왔다(선진국일수록 심하다). 그러나 자원이 고갈되어 자연선택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면, 가장 하찮게 여겼던 미생물의 먹이로 전락할 것이다...(중략)...사실 이것은 탐욕이나 나태함의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자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것은 경쟁자가 없는 생명체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향이다. 실험용 페트리 접시에 박테리아를 넣어두면 음식과 에너지를 마구 소모하다가 자원이 고갈되면 모두 굶어죽는다. 여기에 이유같은 것은 없다. 살아가는 방식이 원래 그렇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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