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데이비드 버코비치의 <모든 것의 기원>. 우주와 지구, 지구 생명체,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총 8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8장 인류와 문명이 제일 재밌었다. 1장부터 7장은 지구과학 이야기이고 8장은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설화나 신화에 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8장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예컨대,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년~ 3천만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고 인간의 사회활동이 온난화를 초래한다면 땀의 기능은 저하될 것이니,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 (p248)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열대기에 태어났다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몸에 선풍기나 에어컨같은 냉각장치를 달고 체온을 조절했을지도 모른다. 선풍기 인간과 에어컨 인간 사이의 계급분화가 이뤄진다거나 선풍기 인간에서 에어컨 인간으로 진화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도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다룬 환상소설이나 SF 소설이 나온다면 재밌을 것 같다. (이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은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발명과 발견은 상상력에서 시작하고, 과학의 시작인 호기심도 상상력의 다른 이름이다. 과학 교양서적인 <모든 것의 기원>을 읽고 내가 환상소설과 SF 소설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것의 기원>에서 말하는 과학적 사실과 전혀 반대되는 사이비 학설을 창조과학이라고 신봉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창조과학이 옳다고 하고, 학계의 과학적 사실이 틀렸다고 한다. 이들은 해리포터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술은 사탄의 작품인데 하나님을 믿지 않는 현대인들이 영적으로 공허하기 때문에 해리포터에 마음을 뺐긴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사회는 비과학적이다. 과학 때문에 세상이 메마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없기 때문에 세상은 메마른다...

*기술과 의학으로 무장한 인간은 지난 수십 억 년 동안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왔던 자연선택의 섭리를 교묘하게 피해왔다(선진국일수록 심하다). 그러나 자원이 고갈되어 자연선택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면, 가장 하찮게 여겼던 미생물의 먹이로 전락할 것이다...(중략)...사실 이것은 탐욕이나 나태함의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자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것은 경쟁자가 없는 생명체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향이다. 실험용 페트리 접시에 박테리아를 넣어두면 음식과 에너지를 마구 소모하다가 자원이 고갈되면 모두 굶어죽는다. 여기에 이유같은 것은 없다. 살아가는 방식이 원래 그렇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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