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세 가지로 보여준다.


1.얼굴 정면을 찍는 카메라

2.얼굴 측면을 찍는 카메라

3.뒤통수를 찍는 카메라


얼굴 정면에선 인물의 감정이 드러난다. <아들>은 아들을 죽인 소년을 가르치는 직업학교 교사의 이야기인데 아들을 죽인 소년을 가르칠 때 교사가 느끼는 혼란, 의문, 슬픔, 측은함을 카메라는 얼굴 정면을 찍어 보여준다. 정면에서 보이는 배우의 얼굴은 이야기를 따라가던 나의 감정을 자극했기에 배우의 얼굴에서 슬픔과 착잡함을 보자 나 또한 슬픔과 착잡함을 느꼈다. 레비나스는 타인은 우리에게 얼굴로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처럼 <아들>에서 배우의 얼굴을 본 내게 배역이라는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었다.


얼굴 측면과 뒤통수에선 인물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대신 행동이 도드라졌다. 숨어서 보고, 외면하고, 뛰어가고, 도망치고, 쫓고, 다독이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나란히 앉고, 협력을 하는 행동은 내게 인물의 감정보다는 생각을 더 알려주었다. 교사로서의 책무,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연약함 혹은 강인함,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인 용서가 행동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교사가 카메라 정면에 서서 소년과 일을 같이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데, 교사의 얼굴에서 혼란, 의문, 슬픔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대신 소년과 일을 같이 하려는 두 손과 두 발이 살아 움직인다. 그 순간 작업복의 빛바랜 색깔과 작업장의 우중충한 빛깔이 매우 찬란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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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
장 피에르 다르덴 외 감독, 이디르 벤 아디 출연 / 인조인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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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라면 소년이 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되었는지를 파고 들겠지만 영화는 그걸 설명하지 않는다. 사회에서의 박탈감과 소외감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낳는다는 학설이 있는데 영화에선 이런 정황이 스치듯 지나갈 뿐이다. 영화가 관심이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 특히 소년이 죽이려고 했던 선생님이 소년을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어떻게 대하는가이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소년이 종교에 심취해 벌였던 비인간적인 짓을 보여준다. 소년이 극단주의자로서 행위에 몰두하는 것에 비례하여 주변 사람들, 특히 선생님은 소년을 계속 포용하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 생명을 죽이는 도구가 구원을 요청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리라.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였던 범죄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들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던 총소리는 살려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아니었을까. 엔딩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2악장의 선율이 아메드와 선생님의 상처난 마음을, 어쩌면 그들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일지도 모를 그것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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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독본 - 미시마 유키오 소설론 ㅣ 미시마 유키오 문학독본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강방화.손정임 옮김 / 미행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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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든 리뷰를 쓸 때 사람들은 줄거리를 길게 늘어놓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나는 그게 좋은 리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를 울리는 한 장면, 주제를 담고 있는 한 장면, 이 작품을 그렇고 그런 작품이 아닌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으로 만드는 한 장면을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은 리뷰이다. 그것을 포착하는 것이 최고의 감상이고. 길게 늘어놓은 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나를 울리는 한 장면을 포착하고 그것에 오래 머무를 때 작품은 내 몸에 녹아든다. 그 한 장면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그 한 장면 때문에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고, 살면서 그 장면과 비슷한 상황을 현실에서 만날 때 웃음이 나는 유쾌한 경험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독본>에서 미시마 유키오는 좋은 소설은 무엇이고, 소설가의 올바른 자세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한다. 소설론을 다룬 책은 작가마다 하는 이야기가 비슷하지만 미시마 유키오는 다른 작가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중에 한 가지가 이것이다. 야나기타 구니오의 <도노 이야기>가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이렇게 말한다.

“이 중에서 내가 ‘아, 여기에 소설이 있구나’라고 감탄한 것은 ‘옷자락이 숯 바구니를 건드리는 바람에 둥근 숯 바구니가 빙글빙글 돌아갔다’라는 대목이다. 이 부분이 이 짧은 괴기담의 초점이자 일상성과 괴기성 사이의 의심할 여지 없는 접점이다. 이 한 줄 덕분에, 불과 한 쪽짜리 이야기가, 원고지 백 장, 이백 장짜리 시시한 소설보다 훨씬 훌륭한 소설이 되었고,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p74

작품을 관통하는 한 장면을 포착한 미시마 유키오는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고, 한 장면 말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 미시마 유키오의 짧은 글은 최고의 리뷰이다. 좋은 소설은 무엇이냐는 말은 다시 말해 내가 소설들을 어떻게 읽어 왔는가.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시마 유키오는 잘 쓰는 사람이면서 잘 읽는 사람인 것이다.

소설론, 작품론, 작가론을 읽으면 알라딘 장바구니가 늘어난다. 내가 몰랐던 작가, 작품을 작가가 언급할 때 나도 읽고 싶으니 장바구니에 마구 넣는다. <소설독본>도 마찬가지여서 미시마 유키오가 언급하는 많은 책 중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이미 읽었지만 출간되지 않은 것은 읽지 못하는 원서라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그중 조르주 바타유의 <마담 에드와르다>, <내 어머니>와 누마 쇼조의 <가축인 야프> 는 꼭 읽고 싶다. 한국에서 출간을 한다면 워크룸프레스 출판사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 이가 이 책을 출간한다면 나는 기쁘게 살 것이고 <소설독본>을 다시 펼칠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절묘한 감상과 나의 감상을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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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주의자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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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란 남들과 같은 것이다. 비정상의 사회에선 비정상이 정상이고, 정상이 비정상이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에서 주인공 마르첼로는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여긴다. 외로워하던 그는 잔인한 짓을 한다. 일부러 정상이 되기 위해서 당대 사회에 순응하려고 애를 쓰는데, 당대 사회는 파시즘이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였다. 그러다 그는 깨닫는다. 어떤 식으로든 순수성을 잃는 게 정상이라는 것과, 인간은 늘 불안해하며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그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깨달음 뒤에 마르첼로가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지는 순간 그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소설이 스릴러, 스파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몰입감이 있었다. 정상적이 되기 위해 비정상적인 사회(파시즘 사회)에 순응하려고 애쓰는 마르첼로와, 비정상적인 사회에 반항하는 정상인들(레지스탕스 조직, 군중들)의 모습이 절묘하게 교차되는데 마르첼로가 기나긴 번민 속에서 헤맸던 것을 보면 소설 이후의 이야기는 파시즘이 무너진 사회에서도 정상을 만들기 위해 기나긴 혼란과 투쟁을 겪는 것이 될 것이다. 군사정부가 쫓겨났다고 민주주의가 성취된 게 아니며, 장벽이 무너졌다고 완전한 통일이 이뤄진 게 아니니 말이다. 민주주의는 군사정부가 쫓겨난 이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통일 역시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책 뒷면에는 <순응주의자>가 이탈리아 참여문학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끊임없이 투쟁했던 한 남자의 삶과, 이어진 찝찝한 결말때문일 것이다. 그 찝찝함 때문에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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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잡
피터 콜린슨 감독, 마이클 케인 외 출연 / 시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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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콜린스가 1969년에 만든 영화 <이탈리안 잡>은 도둑이 도둑질을 하는 과정을 짜릿하게 보여준다. 도둑질은 국가를 위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거룩한 일로 설정되어 있고, 과장된 몸동작과 말장난은 재밌다. 잡힐 듯 말 듯 벌이는 추격전은 마음을 졸이게 한다. 이 영화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촬영되었는데 추격전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일어난다. 자동차가 스릴있게 돌아다닐 때 그것을 쫓는 카메라 속에서 토리노는 우아하게 길게 뻗은 주랑, 수려한 알프스산, 청량한 포강, 거대한 산업을 가진 세련된 도시였다. 그 풍광은 내가 토리노에 가서 봤던 것이었다. 토리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보니 다시 토리노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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