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독본 - 미시마 유키오 소설론 미시마 유키오 문학독본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강방화.손정임 옮김 / 미행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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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든 리뷰를 쓸 때 사람들은 줄거리를 길게 늘어놓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나는 그게 좋은 리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를 울리는 한 장면, 주제를 담고 있는 한 장면, 이 작품을 그렇고 그런 작품이 아닌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으로 만드는 한 장면을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은 리뷰이다. 그것을 포착하는 것이 최고의 감상이고. 길게 늘어놓은 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나를 울리는 한 장면을 포착하고 그것에 오래 머무를 때 작품은 내 몸에 녹아든다. 그 한 장면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그 한 장면 때문에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고, 살면서 그 장면과 비슷한 상황을 현실에서 만날 때 웃음이 나는 유쾌한 경험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독본>에서 미시마 유키오는 좋은 소설은 무엇이고, 소설가의 올바른 자세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한다. 소설론을 다룬 책은 작가마다 하는 이야기가 비슷하지만 미시마 유키오는 다른 작가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중에 한 가지가 이것이다. 야나기타 구니오의 <도노 이야기>가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이렇게 말한다.

“이 중에서 내가 ‘아, 여기에 소설이 있구나’라고 감탄한 것은 ‘옷자락이 숯 바구니를 건드리는 바람에 둥근 숯 바구니가 빙글빙글 돌아갔다’라는 대목이다. 이 부분이 이 짧은 괴기담의 초점이자 일상성과 괴기성 사이의 의심할 여지 없는 접점이다. 이 한 줄 덕분에, 불과 한 쪽짜리 이야기가, 원고지 백 장, 이백 장짜리 시시한 소설보다 훨씬 훌륭한 소설이 되었고,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p74

작품을 관통하는 한 장면을 포착한 미시마 유키오는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고, 한 장면 말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 미시마 유키오의 짧은 글은 최고의 리뷰이다. 좋은 소설은 무엇이냐는 말은 다시 말해 내가 소설들을 어떻게 읽어 왔는가.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시마 유키오는 잘 쓰는 사람이면서 잘 읽는 사람인 것이다.

소설론, 작품론, 작가론을 읽으면 알라딘 장바구니가 늘어난다. 내가 몰랐던 작가, 작품을 작가가 언급할 때 나도 읽고 싶으니 장바구니에 마구 넣는다. <소설독본>도 마찬가지여서 미시마 유키오가 언급하는 많은 책 중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이미 읽었지만 출간되지 않은 것은 읽지 못하는 원서라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그중 조르주 바타유의 <마담 에드와르다>, <내 어머니>와 누마 쇼조의 <가축인 야프> 는 꼭 읽고 싶다. 한국에서 출간을 한다면 워크룸프레스 출판사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 이가 이 책을 출간한다면 나는 기쁘게 살 것이고 <소설독본>을 다시 펼칠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절묘한 감상과 나의 감상을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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