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주의자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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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란 남들과 같은 것이다. 비정상의 사회에선 비정상이 정상이고, 정상이 비정상이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에서 주인공 마르첼로는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여긴다. 외로워하던 그는 잔인한 짓을 한다. 일부러 정상이 되기 위해서 당대 사회에 순응하려고 애를 쓰는데, 당대 사회는 파시즘이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였다. 그러다 그는 깨닫는다. 어떤 식으로든 순수성을 잃는 게 정상이라는 것과, 인간은 늘 불안해하며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그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깨달음 뒤에 마르첼로가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지는 순간 그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소설이 스릴러, 스파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몰입감이 있었다. 정상적이 되기 위해 비정상적인 사회(파시즘 사회)에 순응하려고 애쓰는 마르첼로와, 비정상적인 사회에 반항하는 정상인들(레지스탕스 조직, 군중들)의 모습이 절묘하게 교차되는데 마르첼로가 기나긴 번민 속에서 헤맸던 것을 보면 소설 이후의 이야기는 파시즘이 무너진 사회에서도 정상을 만들기 위해 기나긴 혼란과 투쟁을 겪는 것이 될 것이다. 군사정부가 쫓겨났다고 민주주의가 성취된 게 아니며, 장벽이 무너졌다고 완전한 통일이 이뤄진 게 아니니 말이다. 민주주의는 군사정부가 쫓겨난 이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통일 역시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책 뒷면에는 <순응주의자>가 이탈리아 참여문학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끊임없이 투쟁했던 한 남자의 삶과, 이어진 찝찝한 결말때문일 것이다. 그 찝찝함 때문에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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