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세 가지로 보여준다.
1.얼굴 정면을 찍는 카메라
2.얼굴 측면을 찍는 카메라
3.뒤통수를 찍는 카메라
얼굴 정면에선 인물의 감정이 드러난다. <아들>은 아들을 죽인 소년을 가르치는 직업학교 교사의 이야기인데 아들을 죽인 소년을 가르칠 때 교사가 느끼는 혼란, 의문, 슬픔, 측은함을 카메라는 얼굴 정면을 찍어 보여준다. 정면에서 보이는 배우의 얼굴은 이야기를 따라가던 나의 감정을 자극했기에 배우의 얼굴에서 슬픔과 착잡함을 보자 나 또한 슬픔과 착잡함을 느꼈다. 레비나스는 타인은 우리에게 얼굴로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처럼 <아들>에서 배우의 얼굴을 본 내게 배역이라는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었다.
얼굴 측면과 뒤통수에선 인물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대신 행동이 도드라졌다. 숨어서 보고, 외면하고, 뛰어가고, 도망치고, 쫓고, 다독이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나란히 앉고, 협력을 하는 행동은 내게 인물의 감정보다는 생각을 더 알려주었다. 교사로서의 책무,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연약함 혹은 강인함,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인 용서가 행동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교사가 카메라 정면에 서서 소년과 일을 같이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데, 교사의 얼굴에서 혼란, 의문, 슬픔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대신 소년과 일을 같이 하려는 두 손과 두 발이 살아 움직인다. 그 순간 작업복의 빛바랜 색깔과 작업장의 우중충한 빛깔이 매우 찬란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