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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트라 - 마이 웨이, 내 방식대로 ㅣ 현대 예술의 거장
앤서니 서머스.로빈 스완 지음, 서정협.정은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평점 :
봉준호 감독의 작업실이 탤런트 김혜자씨 집 앞에 있었을 때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씨가 담배를 피는 것을 자주 봤다고 했다. 국민 엄마가 담배를 피는 것이 놀라워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엄마라는 이미지와 모순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영화 <마더>를 구상했고, 김혜자씨를 캐스팅 했다고 했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에는 여성이 담배를 피는 것에 대한 통념이 있었다. 통념에 따르면 할머니는 담배를 펴도 되지만 엄마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술집 여자는 담배를 피지만 일반 여자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그러므로 봉준호 감독의 작업실 앞에, 전원일기 할머니인 탤런트 정애란씨 집이 있었고, 정애란씨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봉준호 감독이 봤다면 영화 <마더>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혜자씨는 지금은 딸의 기도로 담배를 끊었다고 하지만 한창 담배를 필 때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밖에서 마음 놓고 담배도 못 피우고, 누가 담배 피우냐고 물어보면 거짓말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참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김혜자씨가 담배를 피웠다는 것을 대중이 몰랐던 것은 기자들이 김혜자씨의 그런 마음을 알고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는지. 담배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 김혜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는지.
스타를 보는 것은 당대 사회를 보는 것과 같다. 스타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스타는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것(화려함, 가정적임, 정치적 올바름, 용기, 희망 등)을 보여주고 대중에게 거짓말(키, 몸무게, 나이, 출신, 학력, 성적취향 등)을 한다. 스타는 허상이다. 허상과 실상 사이 간격이 멀어질수록 또는 실상을 숨기지 못할수록 스타는 추락한다.
“시나트라는 1947년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열렬한 대중적 지지를 구했고, 가족이 지닌 가치를 전했으며, 논쟁이 될 만한 정치적인 명분을 옹호함과 동시에 바람을 피웠고, 악명 높은 범죄자들과 어울렸으며, 깡패처럼 행동했다. 기자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고 위협하면서 그는 화를 자초하고 있었다. p304”
프랭크 시나트라는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스타는 괴로워. 프랭크 시나트라의 팬은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스타를 존경해. 스타한테 실망했어...
프랭크 시나트라의 파티, 마피아와의 관계, 여성편력, 병역미필, 폭력 스캔들, 빚투는 지금으로 치면 연예계 은퇴를 해야 할 판이다. 반면 자유에 대한 숭상, 흑인차별을 반대한 인권운동, 호방함은 연예인의 표준으로 숭상될 법하다. 누군가는 프랭크 시나트라 평전을 읽고 추잡한 속살을 봤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허상과 실상 사이에서 살아야 했던 스타의 비애를 봤다. 스타가 마지막 무대에서 흘린 눈물에는 무대를 내려가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 자유인으로 살게 될 설레임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