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호모 루덴스를 위한 철학사
정낙림 지음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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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낙림의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호모 루덴스를 위한 철학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책은 철학이 놀이를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말한다. 이를테면 헤라클레이토스, 플라톤, 칸트, 실러, 니체, 하이데거, 가다머, 핑크, 비트겐슈타인, 반예술운동은 놀이에서 어떤 철학적 의미를 발견했는가 하는 것이다.


예술이 성립하려면 감성, 상상력, 자유 라는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하고 이것들은 놀이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칸트와 실러는 놀이가 내포하는 우연, 상상, 자유같은 가치를 인간성의 요소로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근대사고의 한계에 갇혔기에 놀이를 유아기 교육에 제한했고 노동과 대립되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자주 혼났다. 엄마는 내가 공부는 안하고 책상에 앉아 공상만 하고 낙서나 그린다고 하셨다. 엄마는 칸트와 실러 식의 근대적 사고를 가지셨던 것 같다.


엄마가 니체 식의 사고를 가지셨다면 나를 혼내지 않으셨을 것이다. 니체는 '인간은 노동하고 사랑하고 죽는 존재인 동시에 놀이하는 존재이며, 놀이를 통해 인간은 상상할 수 있고, 세계를 자유롭게 바라봄으로써 전체로서의 세계를 조망한다 p33' 라고 했기 때문이다.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은 니체의 철학을 말하기도 한다. 니체는 삶의 가치를 부정하고 권력을 쇠퇴시키는 기성가치를 니힐리즘이라 하여 배척하고,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 기성가치를 전도하기를 주장했다. 이 때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놀이이다.


"니체에게 예술가란 자기 자신을 조형하는 자이다....(중략)...인간 개개인에게 잠자고 있는 창조의 능력을 일깨움으로써, 외부에서 주어진 가치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의 주체임을 확인시킨다.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힘을 세계에 투사하여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조형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삶의 과정이자 예술 창작의 과정이다. 삶을 예술작품을 창작하듯 살아가는 것, 이것이 니체가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삶이다.p357"


삶을 놀이처럼 살고 싶다. 그것은 "절망스러운 삶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나를 조형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나를 긍정하고 나를 극복하게 될 것이다." (p366) 박노해 시인이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서 썼듯이 죽을 때, 잘 놀다 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고 싶다. 고맙습니다. , 잘 놀다 갑니다.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 사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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