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육아 공부 - 자질과 재능을 키워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키우기
정소령 지음 / 태인문화사(기독태인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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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내가 머무는 공간은 늘 비슷하다.

베스트셀러, 육아서, 과학도서, 유아동도서.

너무나 명확한 관심사 덕에 이 분야에 대한 트렌드가 조금 보인다. 육아서는 더욱 그렇다. 엄마의 힘듦을 공감하거나 애착을 강조하거나 학습법에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인기도 많다. 요즘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족들이 부대끼며 사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온라인 학습이 많아진 탓에 아이와의 갈등 해결, 자기주도 학습법 등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전문가가 아니라 엄마들이 쓴 에세이는 비슷하다. 자신의 육아방법을 전하거나 어떻게 힘든 시기를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책은 많지만 엄마마다 다른 육아 방식만큼 이론도 다양해서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누가 육아 이론만 쫙 뽑아서 한 권으로 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이 책은 이런 면에서 기존 육아서와는 다르다. 엄마가 쓴 현실 육아서이면서 여러가지 이론들을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담은 실용서이다. 애착부터 자기주도 학습, 훈육과 대화 방법 등 육아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실전편'이라는 목차를 통해서는 그림책, 놀이, 아빠 육아에 대한 이론과 방법도 실었다. 수많은 육아 이론 중에서 보편적이면서 실용적이고 바로 적용 가능한 것들만 쏙쏙 뽑아 리얼 엄마 관점으로 풀어냈다.

 

여러가지 육아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주인공이 아이가 되기 쉽다. 이해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엄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행복한 엄마'와'자기 주도적인 아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든 아빠든 양육자의 희생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사회적으로도 아이를 위해 부모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조장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 두 가지의 가치는 언뜻 보면 이면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기 때문에 엄마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당연한 것인데도 수없이 많은 육아서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에'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밥 한 끼 챙길 시간은 없어도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야 배부른 엄마니까.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다. 엄마의 행복을 챙기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말해줘서 유용한 내용과 더불어 편안한 마음도 얻었다.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된다고, 아이의 치유력을 믿으라고 말하면서도 감성에만 호소하지 않고 그 근거를 말해줘서 좋았다.

 

책 읽으면서 아이와의 대화에서부터 자기 주도 학습법까지 두루두루 점검하고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연한 초보엄마를 위한 가이드라고 하지만, 한창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나 역시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긴 하지만 세 명이나 키우고 있어서 육아에는 잔뼈가 굵고 나름 육아 이론에는 빠삭하다 싶은데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았다. 이론과 예시, 공감과 위로가 잘 버무러진 육아 교과서 같은 책이랄까.

대기업 마케터로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7년을 전업맘으로 살다가 다시 워킹맘 대열에 들어선 인디펜던트 워커. 거기에 미혼모를 위한 기부캠페인 '러브체인' 운영자.

나와 가족, 사회까지 선한 영향력을 가득 채우는 진정한 원더우먼인 정소령 작가의 '엄마 육아 공부',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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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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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신경쓰고, 부탁을 할 때에는 행여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마음 썼다. 남 앞에 설 때면 나의 어줍잖은 말로 괜한 시간을 뺏는 거 아닐까 불안했고, 멀리서 아는 사람이 걸어오면 인사를 먼저 해도 되는지 눈치를 봤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달라졌다. 처음 보는 엄마와도 아이가 몇 개월인지 묻고, 가게에 가서 비싸다고 가격 흥정하는 것은 물론, 묻지 않은 근황 토크까지 한다. 아줌마가 되더니 갑자기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건지 '소심'이라는 단어는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소심하구나 하고.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쩜 내 마음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내 얘기 같은 에피소드들이었다. 마지막에 뒤끝으로 남긴 편지에서는 웃기다 못해 속시원하기까지 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의 소심을 제대로 짚어주어서 새롭게 생각본 것들이 많았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부터 'SNS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은 조급함'까지 저자가 말하는 소심은 넓었고 깊었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나만 참으면 다 편해'라는 생각. 나는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불편해도 되는 존재고, 나 하나 희생해서 다른 사람이 편하다면 그게 바로 그나마 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p.97


'스몰 마인드 자기 긍정학'이라는 부제답게 소심의 끝에 공감과 힐링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지금 나는 복직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지, 퇴사하고 육아를 해야 하는지 다양한 갈림길에 서있다. 그런데 그 생각의 꼬리에 자꾸 남들이 딸려온다. 남들보다 뒤쳐지면 어쩌지, 결국 집에서 살림이나 할거면서 뭘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맨날 바쁘다 바쁘다 했냐고 흉보면 어쩌지,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왜 군대를 제대했냐고 비난하면 어쩌지 등등 소심하고 쓸데없는 걱정들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삶의 중심에 나를 놓으라고. 남이 되려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남들이 뭐라고 하면 좀 어떤가. 말 그대로 남이다. 내 삶의 중심에는 오롯이 나를 놓을 것이다. -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p.109


저자는 소심하다고 표현했지만, 나는 내내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취향은 없지'만 '남들의 수고를 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가진 그녀, 아이를 훈육할 때 '남들이 흉봐' 대신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아웃바운드 전화에도 '모질게 끊어' 예의를 지키는 그녀. '남들이 권하는 음식을 거절하지 못하'고 먹으면서도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어' 좋다는 그녀. 아이도 한 명의 사람이라서 아이 앞에서도 '조심스럽고 소심한 사람'이 되었다는 그녀. 사랑스럽고 예쁘다.


한 소심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소심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강추!

그러니 모두 모두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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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오미옥 지음 / 황금부엉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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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육아휴직한 지 1년이 넘었다. 그 말인즉슨, 맞벌이에서 일시적 외벌이 상태로 바뀐지도 1년이 넘었다는 말인데 우리 부부의 돈 씀씀이는 변화가 없다. 초반 1년 동안은 육아휴직 급여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젠 그나마 그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에서 조금씩 빼쓰고, 간당간당한 시기에 만기가 되는 적금에서 충당하며 산 지 몇 개월째이다. 이번 달은 카드값이 얼마정도 나올까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만 미리 일정을 챙기지 못한 자동차 보험 갱신, 예정에 없던 아이들 치과 치료 등으로 인해 매달 예산 초과이다.

그런데도 가계부를 쓰겠다는 결심은 어렵다. 결혼 후 지금까지 거의 해마다 가계부를 샀다. 쓰기만 하면 부자된다는 가계부도 사보고, 손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앱으로도 도전해 보고 엑셀로도 써봤지만 전부 실패했다. 6개월이 가장 긴 시간이다. 그나마 매일 쓰기는 첫 달부터 실패했고, 나머지는 한 달에 한 두번 밀려서 작성하고 겨우 합계 정도만 기록하는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상에 더 정신 없어져서 올해에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가정경제 재무장관(오미옥)'의 책은 충격에 가까웠다. 하루 5천원으로 다섯식구가 먹고 살 수 있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종잣돈을 모아 아파트도 마련했다니! 눈이 띠용,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아파트는 그렇다 치고(?), 하루 5천원으로 다섯 식구가 어떻게 먹고 살지? 그것도 잘?)

돈과 나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

-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62

이 책에서 말하는 가계부 시스템은 뭐가 달라서 그게 가능하다는 걸까? 저자는 '머니수다'를 강조한다. 왜 사고 싶은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인지 끊임없이 나 자신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한다.

나에게는 사뭇 생소한 내용이었다. 주말마다 정해진 일과처럼 대형마트에 가고 나름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구매 목록을 메모해가지만 어느새 카트는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까지 차곡차곡 쌓여 양손으로도 다 들지 못할 정도로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에게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머니수다'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대형마트에 가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었다. 세제나 샴푸 같은 생필품은 세일할 때 마구 쟁이지 않게 되었고, 홈쇼핑을 보다 홀린듯이 결제버튼을 누르는 일도 줄었다. 내 지갑을 텅장으로 만드는 주범인 아이의 물건들도 '지금 꼭 필요한가?'를 여러번 되물으면 '아니오'라는 대답을 얻게 되는 일이 늘었다. 덕분에 이틀이 멀다하고 오던 택배도 줄었고, 집이 더 비좁아지지 않았으며, 쓰레기도 줄었다. 여러모로 유용한 '머니수다', 진짜 좋다.

머니잇수다 가계부는, 현금으로 월급을 받으면 한 달 써야 할 곳에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만 사용하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했다. '열심히 벌면(수입), 가장 먼저 모으고(저축) 갚은(상환) 다음에, 남는 돈으로 쓰는(지출)'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59

저자가 말하는 가계부 시스템 중 가장 신박(?)했던 것은 식비, 외식비, 생필품비만 변동지출로 잡는 것이었다. 그 외 다른 지출은 모두 예산을 정해놓고 고정비로 관리한다.

이 부분에서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매달 예상치 못하는(?) 교육비와 이미용비, 꿈지출비와 병원비 때문에 카드 먼저 긁고 다음 달에 허덕이는 패턴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다음달에는 변동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정지출화 해보려고 한다. 예산을 촘촘하게 짰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만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 무조건 도전해보련다!

왜 가계부를 쓰고 있으면서도 불안하고 걱정이 줄지 않았을까? 바로 가계부 월말 결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략) 마치 월말 결산 결과가 한 달 동안 얼마나 잘 아끼고 살았는지 평가하는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56


머니수다와 가계부 쓰기 외에도 집밥 시스템 만들기, 아파트 청약, 통장 쪼개기, 무지출 게임 등등 유용한 내용과 팁들이 넘쳐 난다. 게다가 특별부록으로 홈 재테크 체크리스트까지 있으니 안 읽을 이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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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
한혜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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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 육아휴직을 앞두고 정말 많이 불안했다. 아이는 낳아야 하는데, 사업부는 문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그대로 책상도 영영 비워야 할까 봐 두려웠다. 회사가 내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온 몸으로 느꼈달까. 그래서 내 것을 찾고 싶었다. 회사 말고도 내 이름을 보장해줄 무언가를.

그때 '엄마의 꿈방'이라는 카페를 알게 되었다. 엄마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곳.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나누는 곳. 그 카페를 광고 하나 없이 유지하고 있는 한혜진 작가님이 이번에 새로운 책을 펴냈다.

마흔을 앓았다고 썼다. '앓았다'는 표현이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돌이켜보니 서른이 다가올 때도 비슷했다. 서른에는 뭔가 대단한 걸 이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루기는 커녕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초조하고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서른 중반을 넘겨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내 손에는 아무 것도 없다. 조금씩 이뤄가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다. 그렇게 마흔을 바라본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게 될까 봐 두려움을 넘어 무섭다.

나도 나를 알고 싶다. 작가님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나를 알 수 있을까.


뒤를 보면 기특하고, 옆을 보면 욕심나고, 앞을 보면 까마득해요.

-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p.6

이 책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 살면서 받아온 성차별, 엄마가 되고 나서 느낀 기쁨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실금과 보이스피싱까지 적나라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요동쳤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왈칵 올라왔고 어느 목차에서는 함께 한탄했고 어느 부분에서는 의지를 다졌다. 엄마라면 다 비슷한 마음의 굴곡을 겪어내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공감하고 울고 웃었다.




인에게 풍부한 자기 대변을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자신을 섬세하게 해부하고 있는가? 타인은 돋보기로 보고, 나는 본채 만 채 하는 것은 아닌가?

-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p.124


열심히 살아왔는데, 한 순간도 허투루 낭비하며 살지 않았는데 지금 내 앞은 까마득하다 못해 깜깜한 어둠이다. 책을 읽으며 어렴풋하게나마 뭔가 손에 잡힐 듯 했다. 행여나 놓칠새라, 책을 아끼며 읽는 내가 페이지마다 모서리를 접었다. 페이지마다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내 생각들을 적어 넣었다.

엄마가 그 피난처여도 괜찮다면 엄마에게 오라고. 나는 너에게 기꺼이 피난처가 되겠다고. "행복해지려고 너를 키우는 게 아니라, 불행해도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좋아."-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p.237

아이에 대한 부분을 읽는데 목이 메였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 였다.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불행해도 나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나는 내가 좋다고.

좋은 책 읽으며 제대로 힐링했고 벅찬 에너지를 얻었다.

내 안에 찰랑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이런 게 좋은 책의 힘이겠지. 좋다. 좋다. 참 좋다. 이 말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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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어쩌다 입을 닫았을까 - 아이와의 전쟁을 평화로 이끄는 파트너십 자녀교육
로스 W. 그린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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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가 자라 자기만의, 친구들과의 시간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사춘기가 온다. 늘 열려있던 아이의 방문은 닫혀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부모가 문 열고 들어오는 것조차 불편해하거나 때론 거부한다. 부모는 닫힌 아이의 방문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돌아선다.

나도 그랬고, 남편도 그랬고, 친구도 그랬다. 자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에게 입을 닫게 되었다. 부모와 폭풍 같은 불화를 겪고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된 친구도 있고, 잔소리 들을 만한 것들만 입을 닫아거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자식일 때는 몰랐는데, 부모가 되고 보니 그 시절 나의 부모가 나에게 무언가 질문했을 때 내 대답이 시원찮을 경우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되었을지 잘 알겠다. 그래서 내 아이가 나에게만큼은 비밀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조금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비밀이 내 아이에게 상처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이면 더 좋겠고.

하지만, 언젠가 내 아이도 내 앞에서 입을 걸어 잠그고 방문을 쾅 소리 나게 닫는 날이 올 테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육아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말이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독립적이기를 원하지만

그것도 아이가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냉혹하고 엄한 부모가 되고 싶지 않지만,

그 결과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중략)

부모들은 소리를 지르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가 말을 잘 들었으면 한다.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이다. 그러나 균형은 이따금씩 매우 위태로워지고, 그래서 유지하기 어렵다.

- p.17

저자는 부모와 자녀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협력적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까지 부모는 아이 인생의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거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처음이었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너무 허물없이 막 대하는 것 같아 내 인생에 찾아온 손님이라며, 귀하게 대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파트너'라고 하니 또 약간 대우가 달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파트너'는 상생의 느낌이 강하다. 나도 존중받고 너도 존중받고, 내가 잘되면 너도 잘 되는.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아이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다지기 위해서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플랜 A :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2. 플랜 B :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 공감/어른의 생각을 밝히기/초대하기

3. 플랜 C : 미해결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수정/조정, 또는 완전히 보류하는 방법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세 가지 플랜에 대해 아이의 여러 가지 반응, 대화 사례, Q/A 등으로 나누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답은 플랜 B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플랜 A, C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비교해서 읽기 좋았다.

번역본이라서 그런지 대화문이 살짝 어색하기도 하고, 실제로 아이와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제안하는 대로 대화한다면, 아이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협력하여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관계도 사전에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데, 역시 시기상 좀 이른 책이었나 싶었다. 그런데 영유아기부터 아이의 문제를 아이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었다! 베이비사인과 비슷한 개념이면서도 아이의 걱정과 불편함을 목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이 달랐다. 책에서 말하는 '해결책 메뉴판'을 만들어 내 아이들과 꼭 소통해 봐야겠다는 의지 장전!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능력, 기호, 신념, 가치관, 개성, 목표, 방향 등

아이의 본모습을 알고,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는 삶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 p.345

프롤로그에도 쓰인 저 문장은 책 중간중간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도 몇 번이고 반복된다. 맞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해서 오춘기가 오고, 서른 넘고 마흔 넘어 다시 나를 찾아보겠다며 애쓰는 것 아닐까.

늦게 방황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부모가 도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다.

좋은 파트너가 지녀야 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조력자'이다.

조력자는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도와준다. 조력자는 냉정하고, 자신의 감정 때문에

돕는 일을 망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p.347

이 책을 요약하자면 "자녀의 걱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부모로서 갖는 걱정과 생각을 고려할 수 있게 표현하고, 현실적이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얻기 위해(p.346)" 할 수 있는 대화와 양육법이다.

Raising human beings.

이 책의 원제이다.

아이가 아니라 인간을 길러내는, 그 고귀하고도 어려운 일을 기꺼이, 나보다도 더 중하게 여기며 행하고 있는 많은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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