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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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신경쓰고, 부탁을 할 때에는 행여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마음 썼다. 남 앞에 설 때면 나의 어줍잖은 말로 괜한 시간을 뺏는 거 아닐까 불안했고, 멀리서 아는 사람이 걸어오면 인사를 먼저 해도 되는지 눈치를 봤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달라졌다. 처음 보는 엄마와도 아이가 몇 개월인지 묻고, 가게에 가서 비싸다고 가격 흥정하는 것은 물론, 묻지 않은 근황 토크까지 한다. 아줌마가 되더니 갑자기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건지 '소심'이라는 단어는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소심하구나 하고.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쩜 내 마음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내 얘기 같은 에피소드들이었다. 마지막에 뒤끝으로 남긴 편지에서는 웃기다 못해 속시원하기까지 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의 소심을 제대로 짚어주어서 새롭게 생각본 것들이 많았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부터 'SNS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은 조급함'까지 저자가 말하는 소심은 넓었고 깊었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나만 참으면 다 편해'라는 생각. 나는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불편해도 되는 존재고, 나 하나 희생해서 다른 사람이 편하다면 그게 바로 그나마 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p.97


'스몰 마인드 자기 긍정학'이라는 부제답게 소심의 끝에 공감과 힐링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지금 나는 복직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지, 퇴사하고 육아를 해야 하는지 다양한 갈림길에 서있다. 그런데 그 생각의 꼬리에 자꾸 남들이 딸려온다. 남들보다 뒤쳐지면 어쩌지, 결국 집에서 살림이나 할거면서 뭘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맨날 바쁘다 바쁘다 했냐고 흉보면 어쩌지,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왜 군대를 제대했냐고 비난하면 어쩌지 등등 소심하고 쓸데없는 걱정들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삶의 중심에 나를 놓으라고. 남이 되려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남들이 뭐라고 하면 좀 어떤가. 말 그대로 남이다. 내 삶의 중심에는 오롯이 나를 놓을 것이다. -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p.109


저자는 소심하다고 표현했지만, 나는 내내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취향은 없지'만 '남들의 수고를 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가진 그녀, 아이를 훈육할 때 '남들이 흉봐' 대신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아웃바운드 전화에도 '모질게 끊어' 예의를 지키는 그녀. '남들이 권하는 음식을 거절하지 못하'고 먹으면서도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어' 좋다는 그녀. 아이도 한 명의 사람이라서 아이 앞에서도 '조심스럽고 소심한 사람'이 되었다는 그녀. 사랑스럽고 예쁘다.


한 소심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소심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강추!

그러니 모두 모두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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