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오미옥 지음 / 황금부엉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육아휴직한 지 1년이 넘었다. 그 말인즉슨, 맞벌이에서 일시적 외벌이 상태로 바뀐지도 1년이 넘었다는 말인데 우리 부부의 돈 씀씀이는 변화가 없다. 초반 1년 동안은 육아휴직 급여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젠 그나마 그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에서 조금씩 빼쓰고, 간당간당한 시기에 만기가 되는 적금에서 충당하며 산 지 몇 개월째이다. 이번 달은 카드값이 얼마정도 나올까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만 미리 일정을 챙기지 못한 자동차 보험 갱신, 예정에 없던 아이들 치과 치료 등으로 인해 매달 예산 초과이다.

그런데도 가계부를 쓰겠다는 결심은 어렵다. 결혼 후 지금까지 거의 해마다 가계부를 샀다. 쓰기만 하면 부자된다는 가계부도 사보고, 손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앱으로도 도전해 보고 엑셀로도 써봤지만 전부 실패했다. 6개월이 가장 긴 시간이다. 그나마 매일 쓰기는 첫 달부터 실패했고, 나머지는 한 달에 한 두번 밀려서 작성하고 겨우 합계 정도만 기록하는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상에 더 정신 없어져서 올해에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가정경제 재무장관(오미옥)'의 책은 충격에 가까웠다. 하루 5천원으로 다섯식구가 먹고 살 수 있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종잣돈을 모아 아파트도 마련했다니! 눈이 띠용,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아파트는 그렇다 치고(?), 하루 5천원으로 다섯 식구가 어떻게 먹고 살지? 그것도 잘?)

돈과 나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

-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62

이 책에서 말하는 가계부 시스템은 뭐가 달라서 그게 가능하다는 걸까? 저자는 '머니수다'를 강조한다. 왜 사고 싶은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인지 끊임없이 나 자신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한다.

나에게는 사뭇 생소한 내용이었다. 주말마다 정해진 일과처럼 대형마트에 가고 나름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구매 목록을 메모해가지만 어느새 카트는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까지 차곡차곡 쌓여 양손으로도 다 들지 못할 정도로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에게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머니수다'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대형마트에 가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었다. 세제나 샴푸 같은 생필품은 세일할 때 마구 쟁이지 않게 되었고, 홈쇼핑을 보다 홀린듯이 결제버튼을 누르는 일도 줄었다. 내 지갑을 텅장으로 만드는 주범인 아이의 물건들도 '지금 꼭 필요한가?'를 여러번 되물으면 '아니오'라는 대답을 얻게 되는 일이 늘었다. 덕분에 이틀이 멀다하고 오던 택배도 줄었고, 집이 더 비좁아지지 않았으며, 쓰레기도 줄었다. 여러모로 유용한 '머니수다', 진짜 좋다.

머니잇수다 가계부는, 현금으로 월급을 받으면 한 달 써야 할 곳에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만 사용하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했다. '열심히 벌면(수입), 가장 먼저 모으고(저축) 갚은(상환) 다음에, 남는 돈으로 쓰는(지출)'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59

저자가 말하는 가계부 시스템 중 가장 신박(?)했던 것은 식비, 외식비, 생필품비만 변동지출로 잡는 것이었다. 그 외 다른 지출은 모두 예산을 정해놓고 고정비로 관리한다.

이 부분에서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매달 예상치 못하는(?) 교육비와 이미용비, 꿈지출비와 병원비 때문에 카드 먼저 긁고 다음 달에 허덕이는 패턴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다음달에는 변동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정지출화 해보려고 한다. 예산을 촘촘하게 짰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만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 무조건 도전해보련다!

왜 가계부를 쓰고 있으면서도 불안하고 걱정이 줄지 않았을까? 바로 가계부 월말 결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략) 마치 월말 결산 결과가 한 달 동안 얼마나 잘 아끼고 살았는지 평가하는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365일 자동 절약 시스템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p.56


머니수다와 가계부 쓰기 외에도 집밥 시스템 만들기, 아파트 청약, 통장 쪼개기, 무지출 게임 등등 유용한 내용과 팁들이 넘쳐 난다. 게다가 특별부록으로 홈 재테크 체크리스트까지 있으니 안 읽을 이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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