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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걸 씨 ㅣ 내친구 작은거인 41
장영복 지음, 서현 그림 / 국민서관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게으르고 이기적인 인간이어서 다른 생명을 잘 키우지못한다
선물로 받은 화분들마저 내 손에 들어오면 비실거리다 집 앞 화단에 버려진다
그러니 움직이는 동물들은 키울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저층 아파트로 이사를 오니 온 동네에 고양이 천지였다
일명 캣맘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큰 맘 먹고 고양이사료 한 포대를 사서 저녁에 내주곤 했다
아침에 나가보면 그릇 바닥에 사료 몇알 쯤 남아있더니
어느 날부터인지 사료 한 톨 남아 있지 않아
고양이가 더 늘었나 싶었다 그래서 더 넉넉히 담아놓았다
아이들 이야기로는 새가 와서 먹는다고 했다
어느날 외출하다 보니 까치가 사료를 독차지하고 먹고 있었다
나는 몇 달 동안 까치밥을 준거나 다름이 없었다
동네 캣맘을 만나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료를 넘겨주었다
캣맘이 이르기를 고양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주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까치란 녀석들이 떼를 지어 고양이를 공격한다고 하니
길고양이들은 까치한테도 만만한 상대인가 싶다
그리고 며칠 뒤 가끔 먹이를 먹으러 오던 회색고양이가 먹이를 주던 곳에 와서 누워있었다
이제는 앞 동으로 가야하는데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안쓰러웠다
다음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걸 보니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겨울도 잘 견디었는데..... 이제 날씨도 따뜻해졌는데 .....
[고양이걸]씨 동시를 읽는 동안 우리동네 고양이들을 생각했다
아이들과 이름 지어서 불러주던 삼색이, 얼룩이, 몽실이, 심통이, 못난이
삼색이는 한살도 되기 전에 어미가 되었다 조르르 따르던 새끼들은 모두 무사한지
덤불속에서 혼자 새끼를 낳아 키우던 작은 고양이 삼색이
요즘도 두리번거리며 안부를 궁금해하는 나에게 고양이들은 너무나 도도한 척 눈길도 안준다
고양이 걸씨를 입양하고 키우며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고
아픈 엄마 때문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족과 고양이 걸씨에 관한 이야기를
동화 형식이 아닌 동시로 표현한 것이 참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밥을 수없이 주어도 밥만 먹고 도도한 척 가는 녀석들인데
손인사에 쪼르를 안기다니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다
부스럼에도 약 발라가며, 아픈 걸씨 위해 병원을 들락거리며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엄마의 건강 악화로 걸씨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게 된 가족들을 선택이 안타깝다
한번 입양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구조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외출고양이, 마당고양이로 키우면 안된다!고
엄포를 놓는 고양이까페 홍보담당자들이 봤으면 또 한 소리 하겠다
우리 딸이 <게으른 나와 귀찮은 엄마> 동시를 낭낭한 목소리로 낭독한다
그리고 완전 동감한다 " 엄마 고양이는 정말 좋겠다~ 부러워~"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저학년 친구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동화와 동시의 조합이 참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일기나 독서록도 동시형식으로 많이들 쓰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낙서한 듯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이 시와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우리 동네 고양이들의 안부가 다시 궁금해진다
나는 둘레 둘레 안부를 물을테고
고양이들은 도도한 척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