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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수 많은 작가들이 미래를 상상하는 글을 썼다. 조지 오웰의 <1984>을 통해 빅브라더와 텔레스크린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린 아주 우울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쥘 베른은 <80일간의 세계 일주나>나 <해저 2만리> 같이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를 보면 이제 지구 한 바퀴 정도는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고 달나라나 우주 정복까지도 꿈꾸는 세계가 되었고 백남준의 밝은 미래의 상징인1984년, 시작을 알리는 <굳바이 조지 오웰>이라는 퍼포먼스가 끝난지도 30년이 지나간다.
소설 속의 미래 사회는 자가의 예언자적 능력을 지녔기 때문일까? 훌륭한 작가는 당대의 현실을 누구보다 면밀히 살피고 그것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를 잘 통찰한다면 미래를예측하는 힘이 생기게 된다. 또한 작가의 작품 이 미래를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잠수함, 비행기계, 입체 영사장치 등 소설 속의 이야기를 현실화 시키기위해 꿈을 꾼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실과 작품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미래를 예언하게 되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의 예측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작품 속 사회에서 사람은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행복하게끔 설계되어 태어나지만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오락거리와 소마이다. 불행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놀랍다. 어쩌면 천국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듣던 천국의 이야기 고통도 슬픔도 없는 세계 말이다. 촉감영화, 성애, 전자 골프와 소마. 우리는 이미 소마를 가지고 있다.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홈쇼핑, 스마트폰 이런 것이 모두 소마가 아닐까? 현실의 불행을 잊게 해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준다. 약기운 떨어지면 또 다시 다른 소마를 먹으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로부터 얻는 행복이 일시적이라느 것이다. 그것에서 손을 떼고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현실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인공행복'에 중독되어가는 동안 게임 산업이나 이동통신 산업은 큰 돈을 벌고 있다.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에서는 독서를 금한다. 독서의 핵심은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책을 읽어 각자의 정신세계가 만들어진다며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할 수 가 없다. 현실을 통찰하고 비판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읽기를 금지한다.
사회는 매우 안정적이다 비판하는 사람도 없고 도전하는 사람도 없다. 조건반사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그 사회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다른 계급을 부러워하지 않고 넘보지 않고 자기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며 살아간다. 현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등수로 서열화 시키고 상위 1%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더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수많은 자기 개발서들과 청춘이니까 아픈거라고 청춘을 위로하는 말들로 가득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가르치며 돈을 번다.
<멋진 신세계>의 세계는 소비를 미덕으로 가르친다. 수선하지 않고 새것을 사도록 말이다. 우리의 현실도 태어날 때부터 '내 아이는 특별하다. 그러니 이런 옷, 유모차, 분유 정도는 먹여야 한다.'며 부추긴다. 부품이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수많은 가전들이 쌓여간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수 많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미덕이 되었다.
불행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야만인 존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며 죽는다. 존은 세상이 그에게 허락하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행복도 좋지만 불행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좋은 쪽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쪽을 부정하는 거은 올바르지 않다.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삶의 기쁨은 불행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저마다 다르다. 존이 요구한 불행해질 권리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릴 권리를 말한다. 누군가가 일괄해서 결정해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다. 완벽한 인공행복 보다는 불완전한 내 방식의 행복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소마가 주는 인공 행복 말고 얼룩덜룩 불행이 묻어 있어도 진짜 내 인생의 행복을 찾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