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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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을 왜 읽는가?

  <장자>의 '천도' 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있다. 제나라 환공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수레바퀴를 고치던 목수 윤편이 왕에게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 고 묻는다. 왕이 고전을 읽고 있다고 하니 감히 옛사람의 찌꺼기를 읽고 있느냐고 묻는다. 왕은 화가 나서 합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한다. 윤편은 자신의 수레바퀴 만드는 이야기를 빌려 깨달음이란 글이나 말로 배울 수 없으며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 있는 지식이 내 것이 되어 내 삶에 적용되고 검증되어야만 고전은 삶의 지혜가 된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고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 거기 담긴 내용이 완전히 이해되어 내 삶 속에 녹아들 때까지 몇번이고 되풀이해 읽는다. 옛날에는 삶의 속도가 몹시 느렸다. 계절에 따라 생활의 리듬이 바뀔 뿐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정보도 없고 삶의 속도도 일정하게 흘렀다. 지금은 모든 것들의 속도가 너무 빨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져 볼 겨를도 없다. 이럴때 일수록 속도를 늦추고 정신을 가다듬어 고전을 제대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 

 

  고전을 강해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고전을 기본으로 하는 자기개발서다. 나를 세우고 세상의 변화를 읽고 사람을 경영하고 일하는 원리를  깨달아  성공하자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자신이 살아가면서 겪었을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영감을 찾는데 있다고 한다.  옛것을 충분히 익혀 그것을 바탕으로 고전 속의 지혜와 통찰력이 오늘날의 첨단지식과 서로 통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견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개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을 기본으로 소개한다. 인문학으로 성공열차를 탄 스티브 잡스, 공감의 달인 오프라 윈프리, 세계 최대 부호의 서열 1,2위인 워렌 버핏, 빌게이츠 등의 일화를 버무려 사회적 성공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공식을 성립한다. 그들의 기부와 자선이 매우 거룩하게 묘사된 부분은 그동안 수많이 들었던 설교의 한자락 같아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진다.

 

  중국고전 <논어>, <맹자>, <중용>, <사기> <춘추> 등 50여권의 책에서 인용한 명언과 고사들을 소개하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주관적인 해석이 함께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자성어'의 잘못된 이해와 사용을 바르게 정정해주고 있다.

  단 한 권의 책을 읽었지만 50권이나 되는 책의 핵심 요점과 좋은 명언들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키워드에 묶여 고전 독서의 즐거움은 찌꺼기로 취급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고전을 현실에 틀안에 가두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옛 선인들이 말하고자 했던 뜻이 과연 그것이었을까.  자신의 출세나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즐긴 김득신처럼 고전을 공부하는 마음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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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4
구윤숙 지음 / 작은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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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르네상스 문화를 배우며 단 한줄로 배웠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시험을 위해 외우다가 데카메론의 <보카치오>로 외운 친구 때문에 배꼽 빠지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세계사 선생님께서 책을 한번이라도 소개해주셨더라면 그저 시험을 위해 외우는 그런 이름을 안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동기로 <데카메론>을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던 여고생에게는 흥미를 지나쳐 이해할 수 없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성적 농담들이 가득한 이 책이 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책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여행지에서 킬링타임용으로 사는 주간지에나 실리는 듯한 얘기들이라니.

 

  <작은 길>에서 새로 출간 된 <데카메론-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는 성적욕망과 농담이 가득하고 <데카메론>이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알려주는 아주 친절한 해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소설 번역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의 책이어서  축약본인가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다. 그때서야 해설서라는 것을 눈치챘으니 차례를 꼼꼼히 보지 않은 불찰이다.

  르네상스, 그러니까 <데카메론>이 쓰여졌던 당시 시대적 설명과 이야기를 차용하여 읽어주고 이야기 속에 숨겨둔 의미들을 하나씩 꺼내어 해석해준다. 물론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일지라도 꽤 설득력이 있다. 친절한 해설도 좋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많은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많이 봤지만 잘 모르는 중세와 르네상스의 그림들을 이야기와 어울리게 함께 배치해 이해도를 높여준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책이지만 흥미를 잃지 않게 도와주었다. 그림은 영상과 비주얼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역시 힘이 세다.

 

  단테의 신곡과 함께 르네상스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카메론은 사실 보카치오의 순수 창작물이라기보다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보카치오 다시 정리 편집해서 만든 책이다.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신의 시대였던 서양의 중세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신 대신 인간이 중심이 되어 그리스의 예술과 문학이 복원된다.

  그리스어로 데카는 10을 의미한다. 그래서 <데카메론은 열흘간의 이야기다. 페스트가 만연한 피렌체를 피해 빈 별장에 모여든 일곱 명의 여자와 세 명명의 남자가 매일 한 편씩 열흘간 나누는 100편의 이야기다.  다양한 인간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성적 욕망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카치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괴로워하는 사람들 특히 우울증에 사로잡힌 부인들이 읽으면 즐거움과 유용한 충고로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시 여인들은 폭군 같은 남편들에게 시다리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다<데카메론> 속의 여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충족시킨다. 책을 읽으며 윤리나 도덕의 억압에서 벗어나 통쾌함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데카메론>의 재미는 유머와 농담이다.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웃는다는 자체만으로 함께 느끼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 떠도는 유머와 성적 농담으로 재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때때로 착한 일을 하고 때때로는 죄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이다.인간의 다체롭고 솔직한 모습을 담아 낸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한마디로 인생이야기다. 어떻게 살아가는 가 보다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고 선악 판단을 초월한 이야기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암담하더라도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다는 희망의 메세지가 아닐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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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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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광해군만큼 많이 역사적 재조명을 받거나 드라마화 되는 인물도 없을 것 같다. 1년이내에 드라마가 된 것을 꼽아보아도 3-4편은 된다. 어느 드라마에서는 거의 어벤저스급 영웅으로 나와 실소를 참지못했다. <화정>이라는 동명 드라마가 방영중인데 정명공주의 입장에서 바라본 광해군이야기이다. 차승원이 광해군역을 한다하여 기대하고 시청했는데 정명공주가 일본 광산노예로 팔려간다는 허구적인 에피소드까지 등장하니 그만 흥미를 잃고 말았다.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인조반정의 숨은 주역으로서의 정명공주를 어필할 모양인데 이 책에서 말하는 '빛나는 다스림'에서는 한참 멀리도 간 셈이다.

  '화정' '빛나는 다스림'이라는 무엇인가? '화정'이라는 두글자를 쓴 정명공주에 대해 먼저 알아야겠다. 광해군에게 유폐된 인목대비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정명공주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했다.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의 딸로서 적통 공주이자 영창대군의 누이이다. 

10살에 서궁에 유폐되어 10여년을 보내고 인정반정이후에는 인조의 반정의 명분으로 대우 받았으나 인조의 의심병 때문에 죽음의 문턱을 오락가락했으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는 6명의 왕과 함께 83세까지 장수하신 공주다. 광해군이 '영민하고 어여쁘다'라고 할 만큼 영특한 공주였다.

  정명공주가 살던 조선의 시대는 임진왜란, 병자호란까지 참혹했던 전쟁과  명분만을 내세우고 권력다툼에 힘쓰던 17세기는 격량의 시대였다. 정명공주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입을 다물자'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정명공주가 '화정'이라는 두 글자를 언제 썼는지는 정확하지않다. 한석봉의 체를 연마하고 유폐기간동안 갈고 닦아 '화정' 두글자를 남겼다.  

  '화려한 정치'는 있으나 백성을 향한 '빛나는 다스림'은 없었다. '화정은 잘못된 시스템에 갇힌 조선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여야 한다.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빛나는 다스림'이어야 한다. 그 다스림은 남이 아닌 나에게 먼저 행해야 한다. p305

  정명공주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것이였을까? 정명공주가 백성들을 위해 이것을 썼을까? 솔직히 의심이 든다. 정명공주 또한 자신과 가문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입단속'을 했을뿐이 아니었을까?  정명공주의 '화정'의 에피소드조차 너무나 빈약하다. 병자호란 당시 피난을 가면서 재화를 버리고 백성을 먼저 배에 태우라'는 단 하나뿐이다. 그러면서 '공주는 부인의 존귀함에 걸맞게 겸손하고 공순하며 어질고 후덕해 오복을 행유했다' 송시열의 묘지를 인용했다.

 

 저자는 역사를 선과 악 두가지로 나누어 해석하려는 것을 지양한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선과 선의 대립이 조선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한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광해군은 폭군의 상징으로 배웠는데 지금은 '실리외교' '중립외교'의 달인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광해군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명의 지원에 응하면서 후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싸우는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실리외교로 포장 되었다고 말한다. 인조반정의 '친명배금'의 명분도 광해군의 외교가 초래한 일이라는 것이다.   광해군이 탁월한 외교 저문가로 부각된 것은 이병도<광해군의 대 후금 정책>이라는 논문 발표이후이며 이 학설은 일본인 학자 이나바 이와키치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조선과 만주의 역사를 하나로 보는 만선사관에 입각하여 일본의 만주 침략과 조선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립 외교는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후금이 조서을 침입하는 데 도움만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명공주는 광해군과 달리 자신을 다스리며 자연스럽게 주변을 움직여 자신과 주변을 지켜나갔다며 추켜세운다.

  소현세자의 예에서도 힘도 없고 눈치도 없이 왕의 심기를 건드려 죽음을 자초했다. 정명공주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이순신 장군의 강직한 성품때문에 원균은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아 무리한 출정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전선을 모두 잃어버린 것에 대한 책임이 원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순신이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그의 주장에 그의 역사적 비약에는 수긍할 수 없었다.

 

 '화정'이라는 키워드로 조선의 17세기를 논하고 있으나 정명공주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라기보다는 '화정'이라는 화두를 빌어 역사를 풀어내고자했던 저자의 의도가 너무나 선명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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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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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작가들이 미래를 상상하는 글을 썼다. 조지 오웰의 <1984>을 통해 빅브라더와 텔레스크린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린 아주 우울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쥘 베른은 <80일간의 세계 일주나>나 <해저 2만리> 같이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를 보면 이제 지구 한 바퀴 정도는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고 달나라나 우주 정복까지도 꿈꾸는 세계가 되었고 백남준의 밝은 미래의 상징인1984년, 시작을 알리는 <굳바이 조지 오웰>이라는 퍼포먼스가 끝난지도 30년이 지나간다. 

  소설 속의 미래 사회는 자가의 예언자적 능력을 지녔기 때문일까? 훌륭한 작가는 당대의 현실을 누구보다 면밀히 살피고 그것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를 잘 통찰한다면 미래를예측하는 힘이 생기게 된다. 또한 작가의 작품 이 미래를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잠수함, 비행기계, 입체 영사장치 등  소설 속의 이야기를 현실화 시키기위해 꿈을 꾼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실과 작품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미래를 예언하게 되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의 예측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작품 속 사회에서 사람은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행복하게끔 설계되어 태어나지만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오락거리와 소마이다. 불행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놀랍다. 어쩌면 천국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듣던 천국의 이야기 고통도 슬픔도 없는 세계 말이다. 촉감영화, 성애, 전자 골프와 소마. 우리는 이미 소마를 가지고 있다.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홈쇼핑, 스마트폰 이런 것이 모두 소마가 아닐까?  현실의 불행을 잊게 해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준다. 약기운 떨어지면 또 다시 다른 소마를 먹으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로부터 얻는 행복이 일시적이라느 것이다. 그것에서 손을 떼고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현실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인공행복'에 중독되어가는 동안 게임 산업이나 이동통신 산업은 큰 돈을 벌고 있다.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에서는 독서를 금한다. 독서의 핵심은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책을 읽어 각자의 정신세계가 만들어진다며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할 수 가 없다. 현실을 통찰하고 비판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읽기를 금지한다.

사회는 매우 안정적이다 비판하는 사람도 없고 도전하는 사람도 없다. 조건반사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그 사회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다른 계급을 부러워하지 않고 넘보지 않고 자기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며 살아간다. 현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등수로 서열화 시키고 상위 1%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더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수많은 자기 개발서들과 청춘이니까 아픈거라고 청춘을 위로하는 말들로 가득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가르치며 돈을 번다.

  <멋진 신세계>의 세계는 소비를 미덕으로 가르친다. 수선하지 않고 새것을 사도록 말이다. 우리의 현실도 태어날 때부터 '내 아이는 특별하다. 그러니 이런 옷, 유모차, 분유 정도는 먹여야 한다.'며 부추긴다.  부품이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수많은 가전들이 쌓여간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수 많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미덕이 되었다.

  불행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야만인 존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며 죽는다. 존은 세상이 그에게 허락하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행복도 좋지만 불행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좋은 쪽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쪽을 부정하는 거은 올바르지 않다.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삶의 기쁨은 불행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저마다 다르다. 존이 요구한 불행해질 권리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릴 권리를 말한다. 누군가가 일괄해서 결정해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다. 완벽한 인공행복 보다는 불완전한 내 방식의 행복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소마가 주는 인공 행복 말고 얼룩덜룩 불행이 묻어 있어도 진짜 내 인생의 행복을 찾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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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그림책 육아 - 0세부터 6학년까지 생각의 힘을 키우는 그림책 독서법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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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 동안 엄마들은 밥 먹었는지 묻는 안부 인사로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아이가 커가며 때에 맞추어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놀이학교, 체험학습, 학원 정보가 오고 가는 곳도 동네 엄마들 커뮤니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워킹맘이었던 나는 그 대화가 썩 재미가 없었다. 전업주부들의 정보와 활동을 공유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엄마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많은 육아 까페를 기웃대었다. 지역커뮤니티, 동갑내기 육아, 책카페 등 주로 눈팅만 하는 유령회원 입장에서 대단한(?) 엄마들의 육아 정보에 '다들 이렇게 멋지게 아이를 키우고 있구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며 흉내내보려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카페였다.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그림책들을 소개하며 육아 고민도 함께 나누던 곳이었는데 가끔 들어가 그림책 정보를 얻어오곤 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카페에 재치 가득한 글과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주던 '꽃님에미'님의 그림책 육아의 이야기다.

  꽃님이와 꽃봉이 두아이를 키우며 읽었던 책 중에서  주관적으로 선택한 150권을 묶어 소개했다.  그림책 소개라고 해서 그림책에 대한 어려운 이론이나 철학 등을 따지는 그런 딱딱한 책과는 다르다. 그림책이나 작가 위주의 소개보다는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나누었던 '사랑' '죽음과, 생명', '세상과 나'에 관한 많은 대화들을 담았다. 독서란 책이나 엄마가 중심이 아닌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든지 내용 중심 이해 확인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책은 아이들과의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지 아이들보다 중심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림책은 유아나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한다.  연령별 추천도서라는 말이 아이들의 그림책 독서에 방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고학년인 큰 아이에게 어울리는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형적인 인포키드인 아들과 함께 읽고 조용한 대화를 나누어야겠다.

    연령과 취향에 맞는 좋은 그림책 고를 때는 비슷한 성향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추천과 서평을 참조하라는 조언은 좋지만 좋은 서평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요즘 넘쳐나는 똑같은 서평에 질릴 때도 있으니 서평만으로는 좋은 책을 고르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서평이나 추천도 참고하지만 아이와 손을 잡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직접 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 같다. 서점에서도 샘플북조차 아까워 비닐에 싸놓은 그림책들이 많아 골라 보기가 어려우니 동네 도서관을 적극 추천한다. 좋은 책을 고르는 것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추천한 책을 보니 일본 작가의 책들이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출판 되는 많은 그림책들은 아직도 외국도서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 체제가 그림책 작가들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그림책을 그려주시는 많은 그림책 작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끔 놀이터에서 만나는 또래를 키우는 동네 엄마랑 우연히 만나 '어제 아이랑 이런 책을 읽었는데 우리 애가 글쎄 이런이런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애가 벌써 그런 말도 쓸 줄 알고 그런 생각을 할 줄 알다니 정말 많이 컸지 뭐야~" 이런 저런 자식 자랑을 듣는 것 같다.  어떤 글에는 공감도 하고 '뭘 이렇게 까지나... 오버하는 거 아니야?'하며 가끔 비공감 버튼을 눌러주며 수다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다 컸다고 엄마의 책 읽어주기 미션은 끝내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직 남은 시간들이 감사해진다. 오늘 밤 이불 속 그림책 시간을 다시 갖게 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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