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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없는 풍족한 섬
사키야마 가즈히코 지음, 이윤희.다카하시 유키 옮김 / 콤마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1935년생이니 지금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71세인가? 저자는 20년 전 우연히 발견한 필리핀 군도의 한 섬을 통채로 구입한다. 그의 나이 50세 때이니 인생의 후반을 위한 투자를 한 셈이다.
그가 섬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따뜻하다. 개발해서 돈을 좀 벌어보자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어쩌면 갈등했을 수도 있지만 그 섬에 불법 거주자(?)들의 생활을 존중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자연도 훌륭하지만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섬의 일부로 받아들여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보려 애쓴다. 어쩌면 자신이 이 섬으로 들어와 그들을 오염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가책도 느끼면서.....
태평양을 안고 있는 섬이기 때문에 태풍의 무서움을 몸소 겪기도 한다. 태풍에 맞서지 않고 태풍이 지난 후 절망하지도 않는 그들을 위해 자신의 80평 집을 개방하여 300여명 주민이 피해없이 보낸다. 남국의 태풍으로 사람도 자연도 태풍을 기다렸다가 그 피해를 새로운 생명으로 옮겨 놓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섬 주민들과 강한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해준 태풍에 감사한다.
저자가 섬으로 가서 그들을 교화시키거나 위생이나 문화에 대한 약간의 갈등도 있다. 하지만 곧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절충하는 선에서 이해하며 천천히 개선해나가는 그의 지혜를 본다. 놀기, 집안일 학교생활을 즐겁게 해 나가는 아이들은 광대한 바다, 때 묻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이 암아 있는 카오하간 섬 자체가 이상적인 환경이지만 앞으로 이 섬에도 불어닥칠 근대화의 물결에 대비하여 섬 주민들도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스스로에게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2학년 밖에 없던 초등학교를 6년동안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가족이나 아이가 아파도 병원비 걱정을 하는 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병원비를 부담하며 "병원비 걱정은 말라"는 그의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걸 보면 가난한 그들이 가장 취약한 것이 의료서비스다. 좋은 자연환경으로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병에 걸려도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큰 병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입도비를 받아 주민들의 의료비나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자연과 자기 가족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섬의 남자들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과 스스로의 생활을 조금씩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아는 그들의 모습에서 세상을 당당하게 딛고 서 있는 진실하고 풍부한 인생을 보게 된다.
파라다이스 이야기에 지칠 때쯤 섬에 정착하기 위해 집을 지으면서 믿고 의지했던 필리핀인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외국사람으로 낯선 섬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보게 된다. 필리핀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다른 매체에서도 알려진 바 사람 좋아보이는 그들이지만 배신은 하루아침이며 주객이 전도되는 일도 허다하는 악명은 여기서도 증명된다. 그 어려움이 10여년 넘게 진행되었다니 저자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리라 그래도 긍정적인 그의 태도는 섬 주민들의 따뜻함으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또 살기 좋은 섬이 되어감에 따라 조금씩 늘어나는 인구와 환경문제에 대한 걱정도 현실적으로 적고 있어 섬의 아름다움만 찬양하지 않아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섬의 역사, 아이들, 날씨, 리더자의 모습, 결혼, 탄생, 죽음 그리고 과거와 미래에 대해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려진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돈 많은 일본인 아저씨가 섬을 사서 왕처럼 군림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비하하고 싶었으나 책을 덮고 나니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나의 생각도 정리해본다.
세계 모든 이들이 하나의 지구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자연환경과 주변을 다시 바라보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225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