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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세잔의 사과 ㅣ 걸작의 탄생 7
박수현 글.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4월
평점 :
책장을 열며 '와~ 그림이 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이구나.' 감탄을 했습니다. 세잔의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세잔하면 사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니겠지요. 세잔의 그림 뿐만 아니라 당대에 함께 활동하던 '마네' '모네' '밀레' 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이용해 세잔과 졸라의 우정과 세잔의 인생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림책을 한 권을 보면서 20여편의 그림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다니 참으로 감사한 그림책이에요. 미술에 별다른 상식이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림 한장 한장 감상하며 그림책이 아니라 화보를 보듯 몰두하게 됩니다.
글밥이 적어 만만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닙니다. 글은 그림보다 읽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글만 본다면 절대 유아용 그림책은 될 수 없습니다. 그림책을 가장한 위인전이에요. 글을 좀 더 쉽게 썼더라면 금상첨화일텐데 그림에 비해 글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아요.
어휘도 너무 어렵구요. 어려운 단어와 관용어구들이 대거 등장하거든요. '낭독' '승낙' '법률' '비평가' 이 정도의 단어를 알려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는 되어야 혼자서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거에요.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일념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을 불사르다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라는 말을 유아나 저학년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단어 10%이상이 되면 읽어도 이해할 수 없고 소화되지 않는 딱딱한 책이 되고 말거든요.
그런데 고학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기엔 글의 내용이 좀 부실하다 싶어요. 어휘는 어렵지만 내용을 너무 축약하다 보니 글의 짜임이 엉성해진 것 같아요. 어른인 나는 이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이렇게 다이제스트를 해 놓아도 이해가 다 되지만 '졸라'가 누군지 '세잔'이 누군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흥미있는 내용은 아닐 듯 합니다. 그래도 그림이 좋은 그림책이니 놓치기엔 아까운 책이에요.
아직 한글을 모르는 유아들과 저학년들에게는 엄마가 입말로 재미있게 읽어주면 흥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읽기 독립 운동'을 하는 어머니들은 이제 그만 폐업하시고 이불 속에서 '호호 하하' 웃으며 아름다운 그림책 함께 읽는 시간도 좋을 것 같아요. '졸라' '마네' '모네' 어려운 화가이름이나 비평가 이름 따위 모르면 어때요. 그림이 아름다운 책이니 그림만 집중해서 보아도 좋아요.
뒷면에 폴 세잔의 미술작품 세계에 대해 짤막한 팁과 그림책에 활용된 원작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엄마랑 아이가 함께 읽으며 교양도 쌓고 아이들과 즐겁고 지적인 대화 나누어요. 좀 더 흥이 난다면 책에서 소개한 여러 화가들의 그림도 찾아서 감상할 수 있으면 더 좋겠어요.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