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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박금선 지음 / 갤리온 / 2016년 1월
평점 :
날씨가 더워서인지 쉽게 지쳐버린다. 퇴근 후에는 대자리에 뻗어 뒹굴거리며 애들을 부려먹기 일쑤다. 우리 딸은 엄마를 위해 선풍기도 돌려주고 물심부름까지 해준다. 아이들 키우면서 힘든 일도 없었지만 이제 엄마 손이 필요없어질만큼 자신이 해야할 일을 척척해내고 게으른 엄마까지 돌봐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대자리에 누워 지패드에 다운받아 두었던 전자책을 읽었다. 지치고 힘들 때 독서만한 것이 또 있을까.
저자는 20년 동안 <여성시대> 작가로 일했다. 찾아서 듣지 않았어도 오전에 버스나 택시를 타게 되었을 때 기사님들이 틀어놓아 가끔 들을 수 있었던 방송이었다. 아침방송이다 보니 주로 주부들 사연이 많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20년 동안 시청자들이 보낸 사연 속 삶의 지혜를 한 권에 모았다. 처음에 별 기대없이 읽은 책이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한 사람으로, 일하는 생활인으로, 두 아이 엄마로, 철 안드는 남자의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먼저 산 인생 선배들의 경험과 충고가 가득하다.
"생활인이라고 생각해. 예술을 하려고 하지 말고 생활인으로 열심히 원고를 쓰고 고료를 받아. 우린 생활인이야."
나는 생활인이다. 대단한 원고를 써서 세상을 바꿔 놓을 사람도 아니며, 그럴 만한 능력도 없다.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버거운 야망을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웬만한 건 참아넘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아직 그만둘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34
예술인이 아닌 생활인이었다는 작가의 고백이 생활인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나를 위로해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두 아이를 키우던 3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쉴 수 없었다. 어려서는 배움에 목말랐고 병약한 아버지 대신 생활을 책임져야했었다. 결혼 후에는 경제적으로 기복이 많은 일을 하는 남편과 살다보니 경제적 안정은 기대할 수 없었고 직업의 사명 따위는 잊은지 오래다. 사는 게 돈 걱정으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유명한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도 , 유명한 작곡가인 베토벤도 생활비 고민으로 힘들어했다는데, 우리의 생활비 고민은 가족을 사랑하는 고귀한 마음이다라는 말 한 마디로 생활인으로서 삶도 괜찮아진다.
'나만 이상하고 소외되는 것 같아. 너무 외로워.' 라는 느낌이 자꾸만 들거든 '나는 독립적인 스타일이야.' 하고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 더불어학교에서나 직장에서 따로 노는 사람을 보더라도 "좀 이상한 사람이군. 아웃사이더야."하지 말고 "좀 독립적이네. 따로 놀긴 하지만 사람은 괜찮아."라는 시선을 가지면 어떨까 75
독립적으로 자라서인지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외로울 때가 있지만 혼자여서 더 편한 적이 많다. 가끔 이런 내가 비정상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마음에 든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만약 시도해 보지 않은 채 후회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나이 탓이 아니다. 그저 시도할 용기가 부족하거나 아직 덜 간절하거나,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165
우리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철없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에 열심히 빠져 살아왔다. 그러므로 언제든 다시 빠질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철없는 어린아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324
오랜 방송작가로 일한 덕분인지 글이 쉽고 입말이 살아있다.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여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선배언니를 우연히 만나 그 동안 쌓인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힘들었는데도 잘 살아왔구나. 나도 그땐 그랬어.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하며 응원해주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