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월기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산월기]는 중국 고담을 제재로 삼은 이야기 9편과 식민지 조선의 풍경을 담은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예출판사의 책으로 읽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제2의 아쿠타가와라는 평답게 중국고전의 이해와 지성이 느껴진다. 60년 동안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기도 하다.
<산월기>는 당나라 기담 <인호전>에서 제재를 자져온 단편으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징은 박학다식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지만 빠른 출세나 시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함을 괴로워한다. 소심한 자존심과 거만한 수치심이 인간이 아닌 짐승의 모습, 즉 호랑이로 변하게 한다. 그는 부족한 재능이 폭로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각고의 노력을 꺼린 나태함이 이런 모습을 만들었다는 고백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인간의 감성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짐승과 다름없다.
요즘 공부만 잘하고 인간이 안 되면 'ㅇㅂㅇ 같은 놈' 이라는 말을 한다. 최고의 학부, 검찰도 꼼짝 못하는 실세 중에 실세지만 무엇이 바른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없는 모습이 분노를 넘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이징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후회하고 반성한다. 파란 지붕 아래 계신 분들도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이제라도 소심한 자존심을 버리기를 바란다.
<이릉>은 한나라의 장수 이릉과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에 처해졌으나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는 사마천에 대한 이야기다. 이릉은 전쟁터에서 죽음이 아닌 항복을 한다. 언젠가는 다시 한나라로 돌아가 쓰임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역사서를 완성하기 위해 죽음보다 수치스러움을 감당하며 그 누구도 쓰지 못했던 <사기>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누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가 흑백으로 구분하기보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흑백논리에 너무 젖어있어 역사적 인물들의 평이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선과 악이 아닌 다양한 해석으로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이 책 중에 가장 흥미있게 읽은 작품인 <제자>는 공자와 제자 자로의 이야기다. <논어>나 인문학 책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논어와 자로 이야기를 소설로 읽으니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서가 부드러운 옛이야기가 된 듯 흥미있게 읽었다. 30대의 젊은 작가가 논어를 꽤뚫고 있다는 것만으로 놀라운데 그의 담담한 문장력이나 지성미에 흠뻑 젖게된다.
식민지 조선의 풍경이 들어있는 3편의 짧은 단편에는 아버지를 따라 조선에 머물렀던 청소년 시절의 경험이 녹아있다. 조선인 순사, 조선인 창녀, 조선인 친구를 통해 조선 식민지 참혹한 모습과 일본제국주의 모순을 발견한다. 우리 입장에서만 보았던 식민지 모습을 일본인 눈으로 비추어 보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 상할 부분이 있을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으나 일본 문학의 지성에 감탄하는 독서였다. 특히 뒷 부분의 해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21/pimg_7715691691526911.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21/pimg_77156916915269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