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7
루 월리스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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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주일학교에서 준비한 성극과 찬양으로 성탄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 tv에서는 성탄절 특집으로 [벤허],모세가 주인공인 [십계], 유대의 선지자 삼손의 이야기인 [삼손과 데릴라] 등 기독교 관련영화를 방영해주었다. 평소라면 9시에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시절이었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밤늦게까지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벤허가 복수가 이글대는 눈으로 노를 젓는 모습이나 메살라의 비열한 반칙에도 멋지게 마차를 몰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만화방 한 구석에서 발견한 명작만화시리즈가 있었다. 일본만화를 말 주머니만 한글로 바꾸어 출판했던 해적판 만화책이었다. 그 중 [벤허] [쿼바디스] [암굴왕] 등은 몇 번이나 읽어보았는데 그 때 읽었던 명작만화책들이 나를 문학의 세계로 인도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벤허]는 강열한 이미지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완역본으로 읽은 [벤허]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서정적으로 시작된다. 서론에 등장하는 세 명의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얼마나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는지 이 책이 [벤허] 이야기가 맞나 다시 한 번 뒤적이게 된다.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 듯 문장의 유려함과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묘사들은 영화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알게 해준다. 성경의 등장인물과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들이 어울려 이야기를 이끈다. 당시 로마와 유대의 관계, 로마의 폭정과 유대인들이 메시야를 기다리는 절박함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성경책을 7번이나 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만큼 성경적인 지식의 해박할 뿐 아니라 그리스로마신화와 이집트 신화 등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표현에 감탄하게 된다. 주인공 벤허의 일생을 통해 예수그리스의 구원과 부활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소설을 읽다보니 어떤 설교말씀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640쪽이 넘는 소설이지만 총 8부로 나누어져 있고 내용이 전환될 때마다 장으로 나뉘고 각 장마다 소제목이 있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목차가 생략되어 있어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찾기 위해 책을 좀 더 뒤적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원했을지 모르겠다. 좀 더 오래 뒤적여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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