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상냥한 프랑스 -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르는 프랑스 가곡과 샹송 [2CD]
오터 (Anne Sofie Von Otter) 외 연주 / NAIVE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오터의 아름다운 목소리. 흐리거나 마음이 슬픈 날 샹송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익숙한 가곡과 샹송이 담긴 두장의 CD.
조금 비싼 가격에 고민하다 교보문고에서 청음음반을 듣고 바로 구입하였다. 매우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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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김훈 작가의 글은 형용사와 부사가 거의 없다. 그는 주어와 동사만으로 이루어진 글쓰기를 선호하고, 나는 그런 그의 책을 선호한다. 특히나 작가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이 형식에서 그가 추구하는 글쓰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선호하듯) 작가의 산문은 매우 아름답다. 그것은 달 항아리 같은 담백한 문체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이다. 한 문장도 버릴 것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마음까지 단정해진다.

 

 

* 내가 당신과 마주앉아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보았고, 당신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았다. 당신의 시선은 내 얼굴을 뚫고 들어와 몸속으로 스미는 듯했고,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나의 목소리에 이끌려, 건너와서 내게 닿는 당신의 시선에 경악했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부름으로 당신에게 건너가고 그 부름에 응답하는 당신의 시선이 내게 와 닿을 때, 나는 바다와 내륙 하천 사이의 거리와, 나와 코끼리 발바닥 사이의 시간과 공간이 일시에 소멸하는 환각을 느꼈다. 그것이 환각이었을까? 환각이기도 했겠지만, 살아 있는 생명 속으로 그처럼 확실하고 절박하게 밀려들어온 사태가 환각일 리도 없었다. 그리고 당신이 다시 시선을 거두어 고개를 숙일 때, 당신의 흘러내린 머리카락 위에서 햇빛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당신의 먼 변방에 주저앉은 나는 당신의 겨드랑 밑으로 숨어드는 푸른 정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당신의 푸른 정맥은, 낮게 또 멀리 흐르는 강물처럼 보였다. 나는 나주 남평의 드들강을 생각했다. 드들강은 넓고 고요하다. 들에 낮게 깔려 다가오는 그 강은 멀리 굽이치며 마을로 다가왔고 다시 굽이쳐서 들로 나아갔다. 강안에 둑이 없어서 수면은 농경지에 잇닿았고, 굽이치는 안쪽으로 물풀이 우거져 새들이 퍼덕거렸다. 느리게 다가오는 강은 강가에 앉은 자의 몸속을 지나서 흘렀다. 저녁이면 노을이 풀리는 강물은 붉게 빛났고, 강물이 실어오는 노을과 어둠이 몸 속으로 스몄다. 당신의 겨드랑 속으로 사라지는 당신의 정맥이 저녁 무렵의 강물처럼 닥쳐올 시간들의 빛깔들을 실어서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오기를 나는 그 강가에서 꿈꾸었던 것인데, 그때 내 마음의 풍경은 멀어서 보이지 않는 바다의 기별을 기다리고 또 받아내는 곡릉천과도 같았을 것이다. 곡릉천은 살아서 작동되는 물줄기로 먼 바다로 이어져 있다. -바다의 기별 중, 19-20 -

 

* 이 시를 읽을 때(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최하림) 인간과 시간의 관계는 끝끝내 시간을 짝사랑하는 일방적 관계다. 시간은 인간 쪽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인간은 시간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 소외는 대책이 없는 소외다. 가을 물이 마르고 강이 마르고, 여름새가 가고 겨울새가 온다. 시간은 그렇게 인간과는 무관하게 인간이 속해 있는 공간을 드나든다. 시간은 인간과 놀아주지 않는다. 인간은 시간으로부터 제외되어 있다. 시간으로부터 제외된 인간이 그 시간에 관하여 말할 때, 인간의 말은 인간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는 시간을 따라간다. 최하림의 시 속에서는 시간들 사이에는 ‘이상한 낙차’가 있고, 계절과 인간 사이에는 ‘적절한지 모르는 거리’가 언제나 있다. -시간의 무늬 중, 66-67-

 

* 나는 요즘 신문이나 저널을 읽기가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 언어가, 이 사회적 담론이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에,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이 사회의 지배적 언론과 담론들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리는 거예요. 그걸 뒤죽박죽으로 말을 하니까 이런 언어는 인간의 소통에 기여할 수가 없는 것이고 이런 언어가 횡횅할수록 인간 사이에는 소통이 아니라 단절이 심화되는 것이고 이 단절이 지금 거의 다 완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우리 언어의 현실에 대한 나의 인식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지 않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해버리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리는가. 왜 그런가. 아마도 그들이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신념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의견과 사실은 뒤죽박죽이 됩니다. 나는 신념이 가득 참 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의심에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합니다. 내가 신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로되, 인간의 진실이 과연 신념 쪽에 있느냐 의심 쪽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더 많은 진실은 의심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물론 저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아주 많더군요. 우리는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서 말하는 능력을 이미 상실한 것이죠. 상실한 지가 오래됐어요. 한참 됐어요. 사회의 언어 자체가 소통불가능하게 되어버렸을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소통에 의해서만 가능할 터인데, 소통되지 않은 언어로 무슨 민주정치를 하겠습니까.

  말이라는 것은 허약한 것이죠.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칼럼을 써서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고 칩시다. 아주 고귀하고 고매한 진리를 말했다고 칩시다. 나의 생각과 정반대로 얘기를 해도 훌륭한 말이 됩니다. 그 반대로 이야기해도 또한 말이 성립이 되고 훌륭한 담론이 되고 멀쩡한 틀이 되는 것이에요. 그럼 나의 말은 무엇인가. 나의 주장은, 그것은 남의 언어에 의해서 부정당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나를 부정한 남의 말, 그것은 또 다른 언어에 의해서 부정됩니다. 이 허약한 것이야말로 언어의 힘인 것입니다. 언어란 바로 그렇게 무너지고 수정되듯 허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소통할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 언어가 완강한 돌덩어리처럼 굳어져 다른 언어에 의해서 절대로 부서질 수 없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고 무기입니다. 그런 언어는 소통되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의 언어는 무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말하는 것이죠. 소통을 단념한, 단절만의 정의이지요. 단절만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대안은 없어요. 이런 사태에 무슨 대안이 있는지를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척 어려운 문제가 우리에게 닥쳐왔다는 인식을 우리가 공감, 공유라도 할 수만 있다면 나의 말은 헛된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에게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겠죠. 그 이외의 사명은 나한테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아름다움은 그것만 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더러운 세상의 악과ㅏ 폭력과 야만성 속에서 더불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할 때 이 세상의 온갖 야만성을 함께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회상 중 135-37-

 

* 악기는 공간을 차지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소리는 시간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연주자의 생명 앞으로 바싹바싹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 그러니까 나의 생명에 가장 가까이 온 미래의 시간, 오직 그 위에서만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지나가버린 시간 위에서는 음악을 연주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음악을 연주한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반드시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 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새롭다는 것에 대한 아주 분명한 증거입니다. -말과 사물 중 1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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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읽지 않아도 우선 사놓고 봐야 마음이 편하다. 어쩌다 보니 책장에 러시아 작가들의 책만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민음사 도서를 여러권 샀더니 멋진 보르헤스 노트까지 사은품으로 받았다. 왠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분이 든다. 민음사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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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읽지 않아도 우선 사놓고 봐야 마음이 편하다. 어쩌다 보니 책장에 러시아 작가들의 책만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민음사 도서를 여러권 샀더니 멋진 보르헤스 노트까지 사은품으로 받았다. 왠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분이 든다. 민음사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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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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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박스 안에 들어있는 책 세 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책들은 어찌나 긴지 늘 두 권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굉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트 박스 안에 작고 예쁜 노트까지 덤으로 들어있다. 이토록 기분좋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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