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저자는 건축학이 전공이며 현재 시드니 대학의 교수이다. 원제는 Blubberland인데, 제목처럼 고래 기름처럼 거품으로 가득 찬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이런 책은 언제나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소비를 잠시나마 멈칫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7장의 페미니즘과 소비를 연관시킨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건축을 전공하였기에,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작가의 예리하고 냉소적인 문장들이 나를 책망하는 듯하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 “소유의 삶은 행하는 삶이나 존재하는 삶보다 덜 자유롭다.” -윌리엄 제임스. 39
* 모더니즘은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모더니즘은 미학을 보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분리하기를 좋아했다. 규율, 도시 구획, 예술의 형태 등 모든 것을 규정하고, 양을 정하고,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을 합법화했다. 넓이에서 깊이를 측정하고, 흐린 데서 투명함을 평가하면서 모더니즘은 미학에서 윤리를 단순하게 고립시켰고 선과 아름다움을 연결하려는 모든 시도는 우습고 촌스러운 시도처럼 취급했다. 빅토리아 시대에 가장 중요한 도덕 제공자 역할을 했던 문학은 그 다음 시대에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바뀌었다. 64
* 아름다움의 매력은 옳건 그르건 아름다움이 고결함을 상징한다고 믿는 우리의 신념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86
* 사람들이 나무가 풍부한 교외를 계획하고, 만들고, 그곳에서 사는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나무 위의 새들을 사랑하고, 나뭇잎들 사이로 빛나는 햇빛을 사랑하며, 순수한 이상을 사랑한다. 진정한 순수함이 아니라 단지 순수하게 보이는 것을 사랑한다. 이빨이나 발톱이 없는 자연을 사랑한다. 즉, 교외생활의 본질은 일종의 키치이다. 214.
* 쇼핑몰은 역사상 최초로 외부는 없고 내부만 있는 건축물을 지었다. 어떻게든 우리를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에는 현란하고 환상적인 내부 디자인은 존재하지만 거리도, 대중도, 건축도 없다. 전쟁 전의 대형 상가 중심지와는 달리 쇼핑몰은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쇼핑몰은 궁극적으로 외부성이 결여된 여성적인 형태이다. 262
* 하지만 인테리어 잡지는 일반적인 포르노보다 더 타락했다. ‘집이 곧 자신이고 그래서 집을 마음껏 즐긴다.“는 캐슬의 생각은 인테리어 잡지에 대한 신념이며 1930년 ”집의 개성에는 반드시 당신의 개성이 묻어나야 한다.“고 했던 예의범절 전문가 애밀리 포스트의 사고에도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거의 여성들이 편집하고 그럴듯한 말 솜씨, 반복, 놀라우리만치 뇌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이러한 잡지들은 캐슬을 표현대로 ’싸구려 플라스틱 컵 속의 나르시즘‘을 충족시킨다.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