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나는 왠지 그저 눈물부터 나네.

눈물 흘리는 마음 한 개로

간절한 꽃 한 송이 만들어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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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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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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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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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좁다란 방의 바람벽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바람벽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바람벽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바람벽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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