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아드
마릴린 로빈슨 지음, 공경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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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과 돌아온 탕자의 모티브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는 소설. 시라고 해도 좋겠다. <하우스키핑>도 좋았는데, 이 소설은 더 좋다. 삶을 향한 긍정과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장.

 

 

*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플레전트 산에서 발견했을 때, 할아버지가 부상을 심하게 당해서 아버지는 충격을 받았지. 사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못했어. 그러자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처음으로 한 말은 “난 이 일에서도 큰 축복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단다”였어. 할아버지는 평생 무슨 일이 생기든 그렇게 말씀하셨어.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힘든 일이었는데도 말이지. 언뜻 기억나는 것만 해도 팔목이 접질린 게 두 번, 갈비뼈에 금이 간 일이 한 번 있었지. 언젠가 할아버지는 ‘축복 받는다는 것’(being blessed)은 ‘피 흘린다’(being bloodied)는 뜻이라고 말씀하셨어. 영어로는 어원상 그렇지만, 그리스어나 히브리어에서는 다르지. 그러니 성경에는 그 어원에 대한 근거가 없겠지. 그렇게 억지로 해석을 하는 것은 할아버지답지 않았지. 그는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주장을 폈겠지. 우리 모두 그렇잖니. 57-8

 

 

* 죄, 그건 율법주의지. 한 가지 죄란 없단다. 인생에는 치료되어도 흉터를 남기는 상처가 있고, 결코 치유되지 않는 상처도 흔히 있지. 죄를 피할 것. 그것이 충고란다. 167

 

 

* 보턴은 매일 천국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지. “세상의 멋진 점에 대해 생각하고 그걸 두 배로 곱하는 거야. 기운이 있으면 열이나 열둘을 곱하고 싶네. 하지만 내 기운으로는 두 배로도 충분하지.” 그러니까 보턴은 거기 앉아서 바람결을 두 배로 곱하고, 풀 냄새를 두 배로 곱하지. 199

 

 

* ‘사람의 일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 누가 알리요.’(고린도전서 2:11) 나는 저마다 서로에게 비밀이며, 저마다 다른 언어가 있다고 믿는다. 미적 가치관도, 법도도 각각 다르지. 각자는 앞서 있었던 무수한 문명의 폐허 위에 세워진 작은 문명이지만, 무엇이 아름다움이고 무엇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이 있지. 일반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것에 맞춰 살려고 발버둥친다는 점을 덧붙여야겠구나. 주위 사람들이 같은 관습과 풍습, 인식, 예의범절, 건전성을 이어받았기에 우린 뜻밖에 비슷함도 갖는단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침범할 수 없고 뒤집을 수 없는, 넓은 공간이 있기에 공존할 수 있지. 262-3

 

 

* 창조의 신성한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드러나는 경우는 두 가지이고, 그것은 함께 일어난단다. 하나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절대적인 부족함을 느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이 우리에 대해 절대적인 부족함을 느낄 때이지.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은 우리 각자를 독생자처럼 사랑하신다고 말했고, 그것은 사실이지. ‘그분은 모든 이의 눈물을 닦아주신다.’ 그것만 있으면 족하지 무엇이 더 필요할까.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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