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속의 영화 - 영화 이론 선집 현대의 지성 136
이윤영 엮음.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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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 영화에 적용해본다면, 영화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기술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롱 샷이 몇 개인지 세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영화라는 장르에 깊이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매우 적절하다. 영화에 관한 글을 썼던 여러 사람들의 글을 묶은 책인데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글 또한 그렇다.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다. 쉽지 않은 글들이라 천천히, 때로는 힘들게 읽어나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애써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영화와 관련된 글들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단번에 덜어준다. 얼마나 감사한지.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영화에서 양식과 매체> 는 놀랍도록 재미있는 글이다. 저렇게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 아래 이토록 위트 있는 글이 전개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발터 벤야민의 <기계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은 너무도 유명하여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루돌프 아른하임의 <영화와 현실>은 특히 소묘와 회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비슷한 선상에서 앙드레 말로의 <영화의 심리학 개요>는 연극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질 들뢰즈의 <창조 행위란 무엇인가>는 철학과 앙드레 바쟁의 <사진적 이미지의 존재론>은 사진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든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혹은 잘 알고 있는 분야를 하나 이상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소묘와 회화에 익숙한 사람, 즉 인위적으로 훈련받은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망막에 맺힌 이미지를 그대로 볼 수 없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때문에 보통 사람은 사물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52-53. 루돌프 아른하임.

 

* 정신분석이 무의식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주는 것처럼, 카메라는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준다. 133. 발터 벤야민.

 

* 소설이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영화는 인간의 사유를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인간의 행위와 행동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세계에 현존하는 특별한 방식, 사물과 타인을 다루는 특별한 방식을 우리에게 직접 제공한다. 181. 모리스 메를로-퐁티

 

* 철학은 ‘아무것이나’에 대해 성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철학을 ‘어떤 것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취급함으로써 우리는 철학에 너무 많은 것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사실상 철학에서 모든 것을 빼앗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찰하기 위해 철학이 필요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308. 질 들뢰즈

 

* 예술작품이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 행위이기는 하지만, 모든 저항 행위가 예술 작품은 아닙니다. 모든 예술작품이 저항행위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는 예술작품은 저항 행위입니다. 324. 질 들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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