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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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는 1987년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포스터를 한 장 만들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흑백으로 분리되어 있고 그 위에는 한 문장을 적혀 있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 이 말은 여성의 몸이 출산과 유산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전쟁터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을 의도한 것이었으며, 그녀는 이 포스터를 낙태 권리 회복 시위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너의 몸이 전쟁터” 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풀어낼 수 있지만 현대인에게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각종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약품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병원과 미용 산업은 우리의 몸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여성들은 44 혹은 55 사이즈를 위해 남성들은 멋진 복근과 근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절망한다. 수시로 먹어주어야 하는 다이어트 약과 영양제, 쌍꺼풀 수술부터 시작하여 안면수술까지 우리 몸은 편하게 쉴 기회가 없다. 왜? 못생기고 뚱뚱한 것은 죄라는 인식 때문이다. 외모가 경쟁력이고 날씬한 몸은 자기관리의 척도로 작용한다. 누가 이것을 규정하는가? 대중매체와 아름다움에 대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다.

  <몸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해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던 사람들의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 비만, 멀쩡한 몸을 스스로는 흉하다고 인식하여 변형시키려고 하는 신체이형증, 성형중독, 섹스와 섹슈얼리티 문제, 사이버 공간에서 아바타에 몰두하는 경향 등등,, 그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국의 심리 치료사인 작가는 사람들이 몸에 갇혀야만 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간다. 어쩌다 우리가 외모에 이렇게 집착하게 되었나? 어쩌다 미의 기준이 이렇게 획일화되었나?

  어쩌면 이 책은 모두가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편협했던 나의 생각들을 수정하고 바로 세우는 기회가 되었다.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이 아닌, 나 스스로 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기 원한다. 온갖 휘황찬란한 화장품과 성형 광고에 흔들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외면과 함께 내면의 깨끗함을 위해 힘쓰길 원한다. 우리는 몸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몸에 갇혀 살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짧다.

 

* 내게(아바타) 인사를 한 뒤에 내 나이를 알고는 조용히 물러난 그 남자들은 어쩌면 내 동년배인지도 모른다. 장년기에 이른 그들은 다시 한번 젊음의 기억을 되살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 여기에 뛰어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늙어가는 몸의 물질성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젊은 육신이다. 그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아니, 어쩌면 환상이기 때문에 더더욱. ‘쎄컨드 라이프’는 대안적 정체성을 창조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욕망의 투사를 가상으로 물질화해준다. 154.

 

* 사진가들은 아이들의 사진에도 디지털 수정을 가한다. 벌어진 치아나 흐트러진 머리칼은 아이의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특징을 포착한 것이라기보다, 인화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오점이다. 아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서부터 몸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174.

 

* 영양학은 과학이라기보다는 당대 사람들의 견해를 표현한 것에 가깝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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