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명시 낭만주의 시대 3
김천봉 엮음 / 이담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바이런, 셸리, 존 키츠의 작품이 실려있다.

   바이런은 1788년에 태어났다. 1812년 <해럴드 차일드의 순례여행> 출간 후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어느 날 깨어보니 내 자신이 유명해진 것을 알았다”라는 명언을 남길 정도였다. 그러나 1824년 36살에 열병에 걸려 사망하였다. 바이런 시들은 대체로 18세기 신고전주의 풍의 도시적이고 신사적인 풍자, 재치, 회화,아이러니가 특징이다. ‘바이런적 영웅’을 만들어내어 이 인물들은 훗날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에밀리 브론테의 히스클라프, 멜빌의 아합 선장, 니체의 자라투스트라 등과 같은 독특하고 초인적 인물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 개에게 바치는 비문

 

바로 이 근처에

아름다웠으되 자만하지 아니하고,

힘을 지녔으되 거만하지 아니하고,

용기를 지녔으되 잔인하지 아니하고,

인덕 두루 갖췄으되 사악하지 않았던

한 존재의 유해가 묻히다.

 

이 찬미가 사람의 유골 위에 새겨졌다면

한낱 무의미한 치렛말에 불과하겠으나,

1803년 5월 뉴펀들랜드에서 태어나

1808년 11월 18일 뉴스테드에서 사망한

개, 보트스웨인의

추모에는 마땅하고 정당한 찬사일 따름.

 

오만한 사람의 아들이 흙으로 돌아갈 적에

알려진 명예 없으면, 그저 출신을 떠받들어

조각가의 기교로 비애의 장관 아낌없이 담아

전설로 꾸민 납골단지가 지하에서 쉬는 이를 기린다.

모든 게 끝났을 때, 무덤에서 보이는 것은

그의 과거 모습이 아니라, 그에게 아쉬웠던 바람들뿐.

 

 

   퍼쉬 비쉬 셸리는 1792년 영국남부 시골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1810년 옥스퍼드 유니버시칼리지에 입학하였으나 <무신론의 필요성>이라는 소책자를 발간, 배포 혐의로 1811년 퇴학 처분을 받아 쫒겨났다. 16살 해리엇이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으나 곧 다른 여성 메리와 사랑에 빠져 임신한 아내 해리엇을 버려둔 채 메리와 도피행각을 벌였다. 해리엇은 실연의 아픔에 비관하여 자살하였다. 1818년 셸리와 바이런의 두터운 친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30살이 되기 한달 전 배를 타고 가다 돌풍을 만나 익사하였다. 셸리는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를 남기었다. 그러나 회의적인 목소리,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삶, 급진주의, 무신론, 완고한 이상주의 등으로 인해 생존시에 많은 비판과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사후에는 브라우닝, 테니슨, 예이츠 등의 우상이 되었으며 칼 마르크스, 버나드 쇼 등에게 숭배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노래 :“영국의 백성들이여”

 

영국의 백성들이여, 어이하여 그대들은

죽이는 영주들을 위해 밭을 가는가?

어이하여 고생걱정하며 그대들의

폭군들이 입는 화려한 옷을 짜는가?

 

어이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대들의 땀을 빼고-아니, 그대들의 피를

빨아드릴, 저 배은망덕한 수벌들을

먹이고 입히고 지켜주는가?

 

어이하여, 영국의 일벌들이며, 수많은

무기, 사슬과 채찍을 불려 만들어,

그대들의 노고로 애써 일군 그 산물을

침도 없는 이 수발덜이 망치게 두는가?

 

그대들에게도 여가, 위안, 평온,

집, 음식, 사랑의 온화한 향유가 있는가?

아니면 그대들이 고통과 두려움 견디며

그리 비싼 값 치르고 사는 게 무언가?

 

그대들이 뿌리는 씨앗, 다른 이가 거두고,

그대들이 찾아내는 부, 다른 이가 차지하고,

그대들이 짜는 옷, 다른 이가 입고,

그대들이 만든 무기, 다른 이가 품는다.

 

씨앗을 뿌리되, 폭군이 거두지 않게 하고,

부를 찾되, 사기꾼이 축적하지 않게 하고,

옷을 짜되, 게으름뱅이가 입지 않게 하고,

무기를 불리되, 그대들의 방어 위해 품어라.

 

그대들은 지하실, 굴집, 쪽방으로 움츠러들고,

그대들이 치창한 저택에선 다른 이가 산다.

그대들이 만든 사슬이 왜 떨까? 그대들이

담금질한 강철이 그대들을 흘겨보는 게 보이리.

 

쟁기와 삽과 곡괭이와 베틀로

그대들의 무덤길 내고 그대들 무덤 세우고

그대들을 감쌀 수의를 짜라-결국 아름다운

영국은 그대들의 묘지가 되고 말리니.

 

 

   존 키치는 1795년에 태어났다. 그는 스무살에 의대에 입학하였고 의술의학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시인의 길을 택하였다. 초창기 시집 <엔디미온>은 보수적 잡지들로부터 조롱과 혹평을 받았다. 빼어난 감각의 언어로 상상의 세계와 현실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그려내었던 그는 어머니, 남동생에 이어 결핵으로 25살 목숨을 잃었다.

 

          밝은 별이여

 

밝은 별이여, 나도 너같이 한결같았으면-

한밤 드높이 매달린 채 외로이 빛나며

영원한 눈꺼풀 열고 자연의 인자,

잠 못 드는 은자같이, 대지의 인간해안

두루 깨끗이 씻어주는 사제 일 수행하며

출렁거리는 물결을 지켜보고 있거나,

산과 광야에 새로이 내려 소복하게 인

눈의 마스크를 마냥 응시하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늘 한결같이 늘 변함없이,

내 고은 님의 무르익은 가슴베게 베고

그 보드라운 오르내림 영원히 느끼면서

달콤히 설레는 마음으로 영원토록 깨어

언제나, 언제나 임의 다정한 숨소리 들으며

늘 그리 살았으면-아니면 망연히 죽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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