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먼의 시적 상상력 - 자연 인간 우주
이광운 지음 / 정림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휘트먼의 <풀잎>이 셰익스피어의 <햄릿>만큼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풀잎>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집이다. 휘트먼은 1819년 미국 뉴욕 섬 롱아일랜드 퀘이커 교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1855년에 <풀잎> 초판을 발행했으며 이 시집은 계속 수정을 거치며 다시 발행되었다. 휘트먼은 1892년 사망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휘트먼에 대해 쓴 논문들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휘트먼 시를 어느 정도 읽은(적어도 <풀잎> 정도는) 독자를 상정하고 있다. 휘트먼이 동성애자(아마도)였다는 것을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상정한다. 그러나 휘트먼이 누군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도 상관은 없다. 오히려 더 재밌게 읽을지도. 저자는 휘트먼의 시들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기 때문에 시 속에서 여러 장치들을 함께 찾아보는 일은 꽤 재미있다. 누군가의 얼굴을 요모조모 살펴보는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휘트먼이 가지고 있는 시적 역량을 다시 한번 느꼈다. 휘트먼의 신선한 문장과 깨어 있는 사상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제 1부는 시에서 나타나는 자연과의 합일(풀, 나무, 물, 색채, 새)을 다루고 있다. 제 2부는 시와 인간과의 합일(언어, 성 의식, 여성성, 연사 페르소나, 전기적(electrical)화자, 도시와 텍스트성)을 다루고 있다. 제 3부는 우주와의 합일(샤먼적 입무의례, 입무의례, 샤머니즘적 제의, 기원으로서의 회기)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중 몇 개만 정리해본다.

 

1. 풀잎 -소우주적 존재, 민주주의의 상징, 시인과 독자의 영적 결속

2. 물 - 수태 이미지/ 바다 -에로티시즘의 미학. 파괴적 양상/ 연못 -시인과 독자의 교류 장소.

3. 새 -영매, 육체적인 기민성과 생명력의 표상

4. 성 - 시적 창조의 원동력, 자기 성애적인 나르시스틱한 특징, 에로스적 자아상, 독자와 텍스트의 상호관계를 성적 관계로 인식.

 

 

# 나는 루이지애나에서 떡갈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

(I Saw in Louisiana a Live-Oak Growing)

 

나는 루이지애나에서 떡갈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나무는 홀로 서 있었고 가지에는 이끼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나무는 동무도 없이 기쁨의 말을 속삭이듯

짙푸른 잎사귀를 수런거리며 자라고 있었고,

그 거칠고 뻣뻣하며 호색한 모습은 나 자신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어떻게 동무도 없이 홀로서서 기쁨의

말을 수런거리는지 궁금하였다. 나는 할 수 없기에.

나는 잎사귀가 조금 달린 이끼 낀 잔가지를 꺽어와

나의 방안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나의 친한 친구들을 상기하도록 하기 위해 그 나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친구들 생각으로 가득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신비스러운 징표로 남아 내게

남성다운 사랑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무리 그 떡갈나무가 루이지애나의 넓은 평원에서

가까이에 친구나 애인도 없이 기쁨의 잎사귀를 수런거리며

저 홀로 반짝이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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