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영미희곡 어디로 가는가 - 낯선 과거와 오래된 미래
김태원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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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0년대 영미희곡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 개략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듯이 아시아계 미국연극, 영국정치극 등 중요한 작품들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이것은 지면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백 편이 넘는, 주목할 만한 극작품 중에서 단지 16편의 작품이 실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반갑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현대 드라마를 다룬 책을 만나기 힘들어서일지도 모른다. 여러 저자들이 저자와 작품을 소개하고, 간략하게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데 읽다보니 직접 연극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책은 5부로 되어 있다. 1부는 가족과 사랑, 2부는 섹슈얼리티, 3부는 인종, 민족, 이민, 4부는 전쟁과 폭력, 5부는 연극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1부

1. 도날드 마귤리즈(Donald Marulies, 1954~) <친구들과의 저녁식사>(2000)

   뉴욕 부룩클린의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

이 작품은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쌓아온 두 쌍의 부부들의 결혼과 이혼을 통해 관계와 상실을 다루고 있다. 표면적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보였던 한 쌍의 갑작스런 이혼 소식은 그들 모두의 관계 변화를 가져오고, 안정된 가정을 꾸려온 다른 한 쌍의 사랑과 결혼생활이 과연 계속 안녕할 수 있으며 믿을만한 것인지를 불안스런 눈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2막으로 구성된 코미디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에서는 음식과 요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은 주인공들의 사이를 안정되고 친밀하게 묶어주는 공통된 관심사이자 이들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 트레이시 렛츠(Tray Letts, 1965~) - <8월 오세이지 카운티>(2007)

   오클라호마의 털사에서 교수였던 아버지와 작가였던 어머니 벨리 렛츠 사이에서 태어남.

이 극은 작가의 외할아버지의 익사와 할머니의 마약중독 등 작가의 가족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 자매들은 부모가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달아나려고 애쓰고 있다. 마약, 가족 상호 비난, 가족 간의 비밀, 진실의 폭로, 폭력, 쇠락해가는 가정 등을 다룬 점에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나 샘 셰퍼드의 <매장된 아이>와 같은 미국 사실주의 가족극의 전통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3. 사이먼 스티븐스(Simon Stephens, 1971~) - <광막한 세계의 해변에서>(2005)

    영국 체셔 주의 스톡포트에서 태어남.

스톡포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9개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홈스 가족 3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록 행복한 결말을 맺지만 내면에서 불협화음과 불신 등 가족 구성원 간의 부정적인 감정의 요소들이 작품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4. 새라 럴(Sara Ruhl, 1974~) - <클린 하우스>(2004)

미국 태생. 브라운 대학교에서 폴라 보겔 밑에서 드라마 공부 함.

극은 부조리적인 요소와 기묘한 요소들을 지닌 희극이지만, 사실주의적 요소와 낭만주의적 요소가 뒤섞여 있으며, 부조리 기법을 사용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부조리하지 않다. 이 극은 여성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청소라는 소재를 통해서 드러나는 세 명 여성들의 희극적 행위와 고백이 영혼을 정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

 

2부

1. 존 패트릭 섄리(John Patrick Shanley, 1950~) - <다우트>(2004)

   뉴욕에서 태어남. 어렸을 때부터 여러 교육기관으로부터 정학, 퇴학조치를 받음.

이 극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재밌게 보았다.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짧은 연극이고, 가톨릭 교회학교에서 신부와 학생 간의 성적 타락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원장 알로이시스 수녀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우정과 동정심을 보이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엄격한 교육관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학교에 새로 온 플린 신부가 유일한 흑인 학생 뮬러를 성적 타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자, 신부를 대상으로 추궁과 조사를 해나간다.

   9개의 장면 가운데 3개의 장면은 플린 신부가 교회의 학생들에게 설교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6개의 장면은 주로 알로이시스 원장 수녀가 제임스 수녀, 플린 신부, 도날드 뮬러의 어머니를 만나 자신의 엄격한 교육관과 도덕관, 그리고 학생들이나 플린 신부에 대해 품고 있는 의심에 대해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추궁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극은 확신에 관한 극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성에 관한 극이라 할 수 있다.

 

2. 폴라 보겔(Paula Vogel, 1951~) - <운전연습>(1997)

   워싱턴에서 태어남. 오빠가 에이즈에 걸려 죽자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사망을 애도하는 의미로 비영리 병원을 걸립했고 그녀가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그녀 역시 레즈비언으로 2004년 브라운 대학 교수이자 작가인 앤 파우스토 스터링과 결혼했다.

   주인공 리를 빗에게 이모부 펙이 운전연습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펙은 13살부터 어린 리를 빗의 가슴을 만지며 추행을 한다. ㅂ리를 빗은 18살이 되어 대학에 진학하고, 펙이 그녀에게 청혼하자 거절한다. 그 후 그는 직장, 아내, 운전면허증도 잃고 술에 빠져 살다가 실족사한다. 작품의 주제는 순진하고 상처받은 10대 소녀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으로 커가는 리를 빗의 성장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3.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 1966~) - <블랙버드>(2005)

   에딘버러 출생.

두 명의 등장인물이 극의 거의 대부분을 진행하는 2인극이다. 막장의 구분도 없으며, 장소 전환도 없이 두 등장인물이 한 장소에서 90분동안 서로를 향해,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향해 퍼붓듯이 던지는 질문과 대답으로 극이 이루어진다.

   우나와 레이는 그들이 각각 열두살과 마흔한 살이었을 때 처음 만나서 사랑 혹은 성관계를 맺은 사이이다. 이들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진 뒤 레이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6년형을 언도받고 3년 이상을 복역했으며, 우나는 성폭행의 피해자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극은 그 사건이 있은 뒤 15년이 흐른 상황에서 시작한다. 우나는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레이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린 잡지를 보았으며, 사진 속 레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그 길로 여섯 시간 이상 차를 몰고 레이를 찾아왔다.

   우나는 레이가 찍은 자신의 사진들이 어디 있는지, 혹시 더러운 웹사이트에 올린 것은 아닌지 묻는다. 레이는 자신을 소아애호증을 앓는 성도착자와 동일한 부류로 취급하는 우나에게 화를 내며 휴게실을 떠나려는 우나를 붙잡고, 그 때 그 사건이 사랑이었음을 강변한다. 그리고 극은 레이와 우나의 회상을 통해 그때 그 사건이 벌어졌건 시간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비로서 우나의 오해가 풀리고 레이는 우나에게 비로소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안고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러다 멀리서 피터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가 들어온다. 레이와 현재 동거 중인 여인의 아이가 엄마와 함께 레이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우나는 그 소녀가 피터의 이름을 부르며 매달리는 것을 보고, 불현듯 레이와 그 소녀의 관계를 의심한다. 레이는 물론 우나의 의심을 극구 부인하며, 자신을 잡는 우나를 뿌리치고 소녀와 함께 휴게실을 떠난다. 그리고 우나는 레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뒤를 쫒아나간다. 극은 쓰레기가 가득한 빈방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3.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 - <염소, 또는 실비아는 누구인가?>(2002)

   올비는 생후 18일만에 입양된다. 그의 조부는 대부호여서 호사스러운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 사이가 좋지않고, 그도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안 후로는 문제아로 성장한다. 그는 게이 극작가이며, 자신을 어쩌다가 게이가 된 극작가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극은 염소와 빠진 중년 남자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수간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관객을 경악시켰다. 작가는 성적 금기는 부차적이며 실질적으로 이 극은 관용의 한계에 관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매우 관대한 사람인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틴의 수간이 밝혀지는 순간 평화롭고 성공적이던 그의 가정과 삶은 한순간에 몰락한다. 친구 로스는 그의 고백을 듣는 즉시 그의 부인에게 사실을 알리며 아내 스티비는 염소 실비아를 찾아 살해하고 그 사체를 끌고 온다.

 

3부

1. 닐로 크루즈(Nilo Cruz, 1960) - <열대의 안나>(2002)

   쿠바계 미국인 극작가.

극의 배경은 1929년 플로리다 주 탬파의 한 시거 공장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쿠바계 이주민들로 그들은 새로운 땅인 미국에서 선조들의 방식대로 시거를 만들며 쿠바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극은 그들이 지켜가는 전통의 가장 중요한 일부인 낭독자가 새로 시거 공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낭독자는 시거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읽어줄 소설로 <안나 카레리나>를 선택하며,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이 소설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삶과 욕망을 돌아보고 이해하며 성장한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전통(낭독자)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알프레드 우리(Alfred Fox Uhry, 1936~) -<밸리후의 마지막 밤>(1997)

   유대계 미국인.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성탄절과 독일계 유대인의 사교 모임인 밸리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막에서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집에 돌아온 여대생 서니가 삼촌 회사의 직원인 조 파카스라는 청년을 만나 가까워지면서, 그리고 2막에서는 그와 함께 밸리후에 참석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 화홰를 그린 낭만 희극이다. 이 극은 반유대주의와 유대성의 정체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3. 브루스 노리스(Bruce Norris, 1960~) -<클라이본 공원>(2009)

   미국 택사스 출신. 배우이자 극작가.

이 극은 가족 코미디로 1막은 1959년에 같은 집을 파는 백인 가정의 입장에서 극을 진행한다. 백인 공동체 대표인 칼 린드너는 흑인들이 백인 거주 지역에 들어옴으로써 집값을 하락시킨다고 주쟁하며 논쟁과 대화를 끌어간다. 2막은 50년이 지난 2009년는 거꾸로 흑인들이 백인들을 자신들의 거주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반대를 한다. 이 작품은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백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갈등과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4부

1. 닉 스태포드(Nicl Stafford, 1959~) - <워 호스>(2007)

   영국 스태포드셔에서 태어남.

이 극은 전체 30개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사적인 연극이다. 각 장면은 개별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여러 전쟁터를 넘나드는 사건들을 따라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파장을 ‘말’의 시선으로 재현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이 극은 마이클 모퍼고의 어린이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 린 노티지(Lyn Nottage,1964~) -<루인드>(2008)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흑인 작가

극은 여성의 몸을 전장으로 삼는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콩고의 작은 광산 마을에 있는 술집에서, 군인들에 의해 강간과 윤간을 당하고 그로 입은 피해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전쟁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3. 마틴 맥노나(Martin McDonagh, ) -<필로우맨>(2003)

   아일랜드 이민자 집단 거주지역인 런던의 엘러펀트 앤 캐슬에서 아일랜드 아민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남. 청소년기는 방황, 좌절, 갈등, 폭력 등으로 점철됨.

극에는 9편의 짧은 스토리들이 마치 연극속의 연극처럼 삽입되어 있다. <필로우맨> 극의 제목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스토리에서 따온 것이다. 9편의 스토리는 투폴스키의 귀머거리 소년 스토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고문하고, 신체를 훼손하고 살인하는 엽기적인 내용들이다.

   이극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을 충격과 공포로 전율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아마추어 작가인 주인공 카투리안은 어린아이 세 명의 실종 및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취조실에 갖힌 채 심문을 당한다. 자신의 형 마이클이 자신의 스토리를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든 형을 베개로 질식사시키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감당하기로 한다. 그는 자신이 살인범으로 거짓 고백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살려달라고 한다.

이 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창작과 그것의 윤리에 관한 것이다.

 

5부

1. 존 로건(John David Logan, 1961~) - <레드>(2009)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출생.

극은 1950~1960년대 추상화로 대중의 주목을 받던 실존인물 마크 로스코가 뉴욕의 한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받고, 가상인물인 켄과 함께 그림을 작업하면서 벌이는 작가의식과 시대 조류, 예술적 표현과 관련된 고민, 대중과 예술 사이에서의 갈등을 그리는 연극이다.

 

2. 닐 라뷰트(Leil Labute, 1963~) -<사물의 형상>(2001)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남.

에블린라는 여성이 아담이라는 남자를 만나 그의 의상, 스타일, 머리, 몸 등을 개선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필름에 담아 자신의 논문 프로젝트에서 발표한다. 에블린은 자신이 아담의 부정적인 내적 변화를 집어내 새롭고 더욱 호감이 가고 성공적인 아담의 외면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담의 겉모습은 아름다워졌을지 모르지만, 속은 금이 간 예술품이 되었다. 예전부터 아담이 입었던 블래이저라고 주장하는 재킷은 버려지고 변화된 아담이 갈아입는 옷들은 누구나 입는 평범한 재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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