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예찬 열화당 미술책방 1
지오 폰티 지음, 김원 옮김 / 열화당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알게 된 건 다른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을 쓴 저자가 칭찬하며 언급하였기에 메모해 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건축에 대한 찬양과 숭배가 가득 차 있다. 지오폰티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며 디자이너다. (1891-1979)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을 아마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다만 그 가구를 지오 폰티가 디자인 했다는 것을 모를 뿐) 그의 정열적인 일생은 그가 쓴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은 논리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단편적인 그의 생각들이 부산스럽게 담겨 있다. (지오폰티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래서 읽다보면 이건 대체 일기인지, 에세이인지, 경구 모임집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럴 땐 그냥 마음을 비우고 읽는 것이 최고. 지오폰티는 이 책은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하였다. 그래, 다 읽고 나면 뭐라도 정리가 되겠지.

    첫 장에서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건축을 사랑하라.” 마치 성직자가 신도에게 설교를 하는 것처럼 강력하게 지시한다. 현대 건축과 건축가를 사랑하라고. 이토록 당당한 저자를 보았나! 좀 더 읽다보면 건축이 무엇인지에 관해 당당하게 정의내리기 시작한다. “건축은 수정(crystal)이라고, 수정처럼 순수하고, 완전무결하고 명확한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으로는 공학과 건축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웬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느님이 내려 준 예술의 참된 정의’ 같은 장은 저자가 상상으로 쓴 것으로 하느님이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여주는데, 이 장에서 저자의 예술에 대한 열정(혹은 광기?)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로 이야기하자’ 장은 방바닥, 분수, 지붕, 방 등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는데 각 소제목들이 시처럼 아름답다. -방바닥은 하나의 법칙이다. 오벨리스크는 수수께끼이다. 분수는 하나의 목소리이다. 계단은 소용돌이이다. 지붕은 뱃머리를 세우고, 하늘을 항해한다. 발코니는 한 척의 범선이다. 창은 한 점의 투명한 그림이다. 방은 하나의 세계다 - 그 다음 장에서는 건축의 재료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유리, 알루미늄, 강철, 세라믹, 콘크리트, 플라스틱, 대리석, 목재, 직물, 종이 등 모든 것들이 놀랄 만한 재료라고 (이쯤 읽으면 저자에게 적응이 되어 독자도 함께 놀라워 할지도 모른다.) 감탄을 하고 있다. 뒷부분에 가면 스스로 건축에 관한 오십 개의 문답을 만들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최고의 직업은 성직자, 교육자, 의사, 건축가라고 대답함으로써 건축예찬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토록 건축을 대놓고 사랑하는 건축가의 책은 처음이다. 그러한 열정이 있으니 많은 이가 칭송하는 건축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겠지. 저자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몇 군데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는 걸 보면 이 책은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였다고 생각한다. 폰티의 열정에 은근슬쩍 감염되어 두 손을 불끈 쥐어 본다.

 

# 공학은 원형(prototype)을 창조하며, 건축은 유일형(monotype)을 창조한다......아무도 파르테논 신전이나 로톤다를 낡고 오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예술성이 그들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었다. 60-61

 

# 도시에서는 군중들과 그 움직임 때문에 낮에 거의 건축을 바라보지 못한다. 낮에는 건축을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만 보게 된다........건축은 밤에 그 설계 당시의 모형으로 돌아간다. 그 자체의 도면과 똑같게 보인다. 도면 그대로이다. 건축은 밤에 신기하게 보인다. 그것은 바로크 시대의 하프와 첼로같이 조용한 음을 내는 악기이다. 그것은 소리를 속에 품고 있다. 낮에 그것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된다. 생활의 소리. 생활은 음향이다. 102-03

 

# 건축가(예술가)는 재료의 아름다움을 예찬하지 말아야 한다. 재료의 아름다움이란 영혼이 없는 물질적인 것이다......아름다운 재료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것이다. 평범한 재료로써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은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쨌든 아름다운 재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적절한 재료가 있을 뿐이다. 115

 

# 가장 아름다운 계단이란 공간 안에 자유롭게 놓인 것이다. 계단의 한쪽 끝은 바닥에 고정되어 있고, 또 다른 쪽 끝은 꼭대기에, 마치 경사진 다리처럼 연결된 것 말이다. 이것이 가장 고무적인 계단이다. 이것은 공중을 난다. 이것은 하나의 도약이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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