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한스와 도라 - 프로이트전집 10 프로이트 전집 10
프로이트 지음, 김재혁 외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열린 책들에서 발행한 프로이트 전집 20권 중 10권을 읽었다. 지금은 15권으로 만들어진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는데 정말 사고 싶구나. <꼬마 한스와 도라>는 프로이트가 한스라는 어린 아이의 사례를 2년 가까이 분석한 글과 도라라는 젋은 여성과 3개월 동안 상담을 하며 분석한 글이 실려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856년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두 번째 부인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총명했던 그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며 1882년 빈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1886년 그는 신경질환 상담자로서 개인 병원을 열었고 결혼을 하였다. 1906년경부터 문하생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중에는 융과 블로일러가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아들러와 융이 프로이트와의 견해 차이로 결별했고,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정신분석의 국제적인 확산은 중단되었다. 그는 1938년 히틀러를 피해 영국으로 갔고 1년 뒤 그것에서 숨을 거두었다.

   1906년~1908년 동안 5살이 채 안되는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에 관한 글은 정말 재밌다. 한스의 아버지는 지식인이었고, 풍부한 문화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프로이트를 대신하여 한스에게 질문하고, 그 대답을 분석하는 일을 매우 잘 수행하였다. 프로이트와 한스는 단 한차례 면담하였을 뿐, 나머지는 한스의 아버지가 기록한 것이다. 읽다보면 대단한 아버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스의 성에 대한 관심의 첫 징후는 자신의 <고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었다. 그는 고추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의 성기를 만짐으로써 느꼈던 쾌감은 적극적인 형태나 소극적인 형태의 관음증과 연결된다. 한스는 다른 사람들의 고추를 보려고 애쓰기 시작했고, 동시에 자신의 고추를 남에게 보여주기 좋아했다. 한스는 덩치가 큰 동물들은 자기 것보다 훨씬 더 큰 고추를 갖고 있음을 보았고, 자신도 몸이 자라면 고추도 자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한스는 평범하게, 어머니에게서 받은 보살핌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애정에 이르는 길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머니와 함께 자는 것이다. 그는 정말로 아버지를 ‘제거하고서’ 아름다운 어머니와 단둘이만 남고 싶어하는 어린 오이디푸스였다. 한스는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우리 인간들의 감정적인 삶은 대체로 그와 같은 대립된 쌍으로 조합되어 있다.

한스의 성심리학적 발전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여동생의 출생이다. 그때 그의 나이는 세 살 반이었다. 그는 처음에 여동생에 대해 적대감을 보였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그는 동생이 죽었으면 하는 소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어느날 한스는 거리에 나갔다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흰 말이 그를 물지도 모른다는 아주 구체적인 공포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와 같이 병세를 <공포증>이라고 부르며 한스의 경우는 광장공포증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것은 불안 히스테리가 공포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스의 불안은 어디서 기인했을까?

   그 뒤에 나타난 한스의 여러 환상들을 분석해 본 결과 한스는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두려운 까닭은 그가 아버지에 대해서 질투심이 섞인 적대적인 소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스는 이제 ‘똥 컴플렉스’에 집착하면서 대변보는 것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에 대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석 결과 한스의 동생 한나가 똥이며, 똥처럼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한스는 어린아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커다란 수수께끼에 직면했다. 그러나 한스의 아버지는 황새가 한나를 물어다 주었다며 한스에게 거짓말을 했고 한스는 믿지 않았다. 한스는 어머니가 몸이 불어나고 아이를 낳을 때 신음소리를 냈다는 것, 그리고 나서 몸이 홀쭉해져 일어났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한나가 엄마 배 속에 있다가 마치 ‘똥’처럼 나온 것이라고 직면한 것이다.

한스는 엄밀히 말해서 체질적으로 신경증 유진 인자를 물려받은 퇴보적인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그는 신체상으로 잘 발달되어 있고 성격도 밝고 상냥한 아이이다. 물론 그가 성적으로 조숙했긴 했지만, 여기서 프로이트는 성적인 조숙이 지적인 조숙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한다.

   한스는 더 이상 말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의 아버지와 가족처럼 잘 어울리게 되었다. 꼬마 한스라는 별명의 주인공은 헤르베르트 그라프로써 그는 나중에 유명한 오페라 감독이 되었다. 그는 뉴욕 메트 오페라 단 예술 감독의 자리를 수년간 역임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1973년에 생을 마감했다.

   꼬마 한스의 사례를 읽으며, 어린 아이들의 자위와 성기에 대한 집착이 모든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러한 경험이 있었을까? 정말 모든 아이들에게는 오이디푸스와 일렉트라 컴플렉스가 있는 것일까? 성인이 된 후에 단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들을 부인하는 것일까? 나중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지.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도 흥미진진하다. 이 사례는 1901년에 쓰여졌다. 18세 소녀이던 도라의 치료는 1900년 10월 시작되어 석 달 후에 끝났다. 글을 읽어보니 <살인의 해석>에 나오는 여주인공 노라가 ‘도라’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어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이트는 ‘가벼운 수준의 히스테리’ 증상으로 호흡곤란, 신경성 기침, 발성 장애, 편두통, 짜증, 히스테리적인 무 사교성, 가벼움 무력감을 든다. (공부하다 생기는 편두통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겠지?? 갑자기 불안해진다.)

   프로이트는 도라의 생각과 꿈을 해석하여 치료를 진행시켰다. 도라의 가족은 부모와 한 살 나이가 많은 오빠가 있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배하는 인물로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활동적이고 대기업가였으며 도라는 아버지를 많이 따랐다. 도라의 어머니는 남편이 자신과 멀어지자 모든 관심을 집안일에 쏟았다. 그녀의 행동은 ‘가정 주부 정신병’이라고 할 수 있다.(얼마나 재밌는 병명인가) 어머니와 딸 관계는 소원하였다. 아버지가 중병이 생겨 가족들은 B 도시로 요양을 떠났다. 그의 가족들은 B에 있을 때 K씨 부부를 알게 되었고 그 가족과 친하게 지냈다. K씨 부인은 도라의 아버지를 잘 돌보아 주었으며 도라도 K씨 자녀들을 잘 보살펴 주었다. K씨도 그의 딸 도라에게 호감을 가져 둘은 자주 산책을 하고 그는 도라에게 조그만 선물들도 주었다.

   어느 날 도라는 호숫가로 산책을 하던 도중 K씨가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부모님에게 말한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K씨도 부인하였다. 그러나 사실 K씨는 그 전에 도라를 끌어 당겨 입술에 키스했으며, 호수에서 구혼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도라는 이 때 소화기관 입구의 점막에서 생겨난 불쾌감, 즉 구역질이 일어난다. 도라는 아버지를 성병 환자로 여겼으며, 아버지가 이 병을 자신과 어머니에게 감염시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그녀는 모든 남자들이 성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K씨 부인은 아버지와 가까워지고 도라는 이를 질투한다. 도라의 태도는 어머니의 품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투에 가득 찬 여자처럼 느끼고 행동했다. 이성으로써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수년 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K 부인과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며 몇년을 보냈다. 그렇다면 도라가 어떻게 그렇게 K 부인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K씨 부인이 도라를 배신하고 그녀의 비밀을 누설했기 때문이다. K씨 부인이 도라를 사랑한 이유는 그녀의 인간성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 때문이었다. (도라의 가정교사가 그랬듯) 이러한 모욕은 도라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병을 일으키는 데 더 크게 작용했다.

   또한 도라의 두 번의 꿈의 분석을 통하여 프로이트는 놀라운 사실들을 이끌어 냈다. 사소한 염증에서 출발한 도라의 기침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모방하려는 증상임과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걱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이것은 더 나아가 K씨와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그에게 더 좋은 아내가 되고자 하는 소원을 표현하는 등의 능력을 지니다. 유혹의 손길을 손길을 뻗치는 남자를 아버지로 대체하려는 도라의 소원은 유혹의 억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도라가 이 남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억압하게 될 때 야뇨증, 천식, 구역질 등과 결합되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이어지던 도라의 꿈 분석은 그녀가 그만 오겠다고 선언하여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도라의 사례를 통하여 꿈들을 해석하고 질병의 발생 원인을 찾는 작업들은 놀라울 정도로 공감이 간다. 당분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혼자 열심히 분석할 것 같다. 내 안에 감춰진 무의식의 세계는 어떠할까? 프로이트를 만나서 상담을 받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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