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미술관 - 미술이 개인과 사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
이유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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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스.

  

    제목이 특이하다. 검은 미술관이라니. 요즘 자꾸 제목에 마음이 끌린다. 어느 책에서 인상 깊은 그림을 봤는데 뒤에 참고 문헌을 보니 『검은 미술관』에서 인용한 것이기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그림들은 어둡고, 잔혹하고, 반항적이다. 작가는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과 이유를 쉽고 재밌게 설명해준다.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새로운 화가의 그림들도 만났다. 까미유 클로델이 로댕 때문에 희생당한 건 알았지만, 로댕이 로즈라는 애인과 바람을 피우고, 결국 클로델을 떠났다는 건 몰랐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클로델. 프리다 칼로와 다를 바가 없구나. 오스트리아 화가 율리우스 클링어(1876-1942)의 그림 <살로메 1909> 그림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포르투갈의 화가 파울라 레고(1935-)의 <가족 1988> 연작 시리즈도 인상깊었다. 남편을 20년간 병수발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작가의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묶여버린 그녀. 남편을 개로 묘사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였지만 현실에서는 남편이 죽을 때까지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고 한다.

    슬로베니아의 화가 조란 무시치(1909-2005)의 작품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 1971>은 한 남자가 입을 벌리고 탄식하는 장면이다. 그림은 온통 혼탁하고 우울한 잿빛으로 가득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기억하기도 싫은 그때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여전히 세계 한쪽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자본주의가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상황을 보며 그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끝이 아니라고. 한효석 화가의 작품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 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 2007-08>은 섬뜩하다. 그의 그림에서 여성의 얼굴은 살가죽이 벗겨져 있다. 작가의 다른 그림들도 다 이런 식이며, 작품 모델은 여자나 아이, 외국인 등 한국 사회의 소수자들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껍데기 한 꺼풀만 벗기면 당신과 내가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는가? 묻고 있다. 독일의 화가 게오르게 그로츠(1893-1959)의 작품 <생일파티 1923>는 독일의 정치인, 성직자들을 유쾌하게 비꼬고 있는 그림이다. 희화화된 인물들이 우스꽝스럽다. 모처럼 마음 편히 읽은 책이다.

 

# 베이컨은 “푸줏간에 갈 때면 나는 언제나 놀란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고깃덩어리가 놓여 있으니 말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6.

 

# 남성이 미를 승인한다면 여성은 미를 승인받는다. 93

 

# 한국의 여성 작가 고등어(1984-)는 여성들이 자기만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여성들이 남성보다 먹는 것이나 몸에 민감한 것은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성들이 생각이나 내면을 표현할 마땅한 수단이나 방법이 없기에, 먹거나 먹지 않은 행위에 그다지도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 그 죽음의 불안은 삶에서 시시각각 우리를 옥죈다. 그 불안을 잊기 위해 현대인들은 순간순간 뭔가를 수집한다. 드라마를 보며 위장된 해피엔드의 삶을 모으고, 술을 마시며 거짓 슬픔의 치료제를 모으고, 농담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모은다. 그리고 혼자일 때 자신에 대한 남들의 견해를 곱씹어 모은다.....열정에 사로잡히는 건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 심장이 뛴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본능이다. 그런데 그 본능을 현대인들은 모두 소비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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