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위치 - 탈식민주의 문화이론, 수정판
호미 바바 지음, 나병철 옮김 / 소명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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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역.

 

   호미바바. 한국식으로 이름을 부르면, 꽤 독특한 느낌이다. 처음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이름 때문에 이유 없이 호감이 갔다. 그러고 보면 이름은 꽤 중요한 것이군. 이름에 비해 책의 제목은 정말 호감이 가지 않는다. 문화의 위치라니, 제목만 놓고 보면 역사의 흐름에 서 서양 중심의 문화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여겨져 왔고, 동양, 아프리카, 캐리브해 연안 등의 문화는 낮다고 여겨졌으니 그렇다면 저자는 이것에 대해 비평하는 것이겠군 정도의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목차를 보니 식민주의 담론, 근대국가의 한계 영역, 탈식민주의 등의 단어가 보인다. 갈수록 호감이 가지 않는다. 프란츠 파농이나 아렌트 등의 단어가 살짝 끌리긴 하나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

   호미 바바는 문화이론 연구의 권위자로 학계에서는 대부분 알 것이다. 그의 탈식민주의 문화이론은 매우 유명하나, 현대에 들어 바바가 계급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 젠더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하여 스피박 등 페미니스트들에게 비판을 듣고 있다고 한다. 제 3세계 여성은 외부와 내부 모두에게 희생자가 되는 이중 식민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여성들은 집안에서도 남성의 권위에 복종해야 되는 위치에 놓여 있으니.

    바바의 양가성(혼성성) 개념도 나온다. 서구의 식민주의적 시선은 피식민자(혹은 이주민)에게 오리엔탈리즘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려 한다. M.Butterfly에서 서양 남자 주인공처럼. 그러나 피식민자의 진정한 정체성은 그런 시선에 의해 결코 ‘보여질 수 없으며’ 실종된 인격이나 탈락된 정체성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피식민자의 눈은 식민주의적 시선을 혼란시키는 ‘응시’로 되돌아 오며, 이 시선은 ‘양가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M.Butterfly의 남자 주인공이 감옥에서 연기를 하며 자살을 하는 장면만 보더라도) 양가성의 순간은 피식민자(타자)를 서구의 시선에 가두려는 권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이며, 바로 그 분열의 틈새에서 타자의 저항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바바가 말하는 ‘3의 공간’이 나오는데 이 공간은 중심과 주변이 겹쳐지는 잡종성과 혼합주의의 공간이다.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은 했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라깡과 데리다와 벤자민이 툭툭 나온다. 어쩔 수 있나. 그냥 넘어가야지. 지금은 탈식민주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글쎄. 자본주의로 인해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식민주의적 세계가 형성된 것 같다. 아시아 여성으로써 바라보는 이 세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 문화의 문제를 어떤 넘어선 것의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수사학이다.

 

# 이론은 어쩔 수 없이 사회, 문화적으로 특권하된 엘리트적인 언어라는 유해하고 자기패배적인 가정이 있다.

 

#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내용을 환상, 상상적 글쓰기, 본질적 관념들의 무의식적 저장소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 번역은 문화적 의사소통의 수행적 본질이다. 그것은 놓여있는 언어라기보다는 발현하는 언어이다.

 

# 모방에서는 동일성과 의미의 재현이 환유의 축을 따라 재분절된다. 라캉이 말했듯이 모방은 위장과 같은 것이며, 그것은 차이를 억누르는 조화가 아니라 현존을 부분적 환유적으로 드러내어 현존을 지키면서 그와 구분되는 어떤 닮음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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