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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마린
백가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평점 :
개인보다 집단일 때 가해자나 방관자가 되기 쉽다. 집단에는 더 나쁜 놈이 있고 나는 지켜만 봤다는 자기합리화 이후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설에서 지칭하는 인물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데 그렇기에 나는 더 무력감을 느꼈다. 악인들의 말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불행하지 않기에. 그들이 쌓은 권력과 부가 아직도 세습되기에. 그래서 분노와 무력감이 함께 오는 것 같다.
_P.17
’오전 7시, 청계천에서 잘린 손 발견, 여성의 것으로 추정됨.‘
_P.100
”이 계정들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한데, 대략 1년 전쯤이에요. 이 계정들의 게시물은 물론이고 1년 동안 서로 주고받은 멘션을 추리고 단어를 통계 냈더니, 복수, 희생, 고문, 아버지, 청계천, 경찰, 80년대, 조작, 국회의원, 국무총리, 대통령, 언론, 그리고 K 같은 단어입니다. 통계 낸 단어들로 이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유추할 수 있거든요.“
_P.108
”잠깐, 아주 잠깐 했어. ......나는 적성에 안 맞더라고,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공무원이 돼서 꿈도 야무졌었는데, 나는 아니더라고.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잡아다가 많이 때리고 그랬잖아. 나는 그게 힘들더라고.“
_P.126
”전도가 아니라...... 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수라는 종교를 믿어요. 우리는 그 일부분이고요.“
_P.211
”우리는 복수하지 않음으로 복수한다.“
_P.242
”우리에게 미안할 건 없어. 넌 그게 잘못됐어. 네가 미안해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잖아. 잘 생각해봐. 그렇게 해선 아무것도 해결되는 일이 없을 거야. 제발, 좀 잘 살아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말이야.“
_P.257
”처음 한쪽을 자를 땐 두려움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두 번째는 다르지요. 우리도 정말 가능할까, 싶었는데 대단한 의지를 가진 부류들이에요. 저런 의지로 그런 일들을 저질렀으니, 우리가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_P.313
”그냥 병든 노인이더라고요. 이렇게 공평하게 끝을 맞이할 텐데, 왜 그랬을까요.“
✦ 은행나무에서 책을 받았습니다.